지침 무시·허위 보고… 조리협회 일탈 ‘점입가경’
지침 무시·허위 보고… 조리협회 일탈 ‘점입가경’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6.18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후원 지침 어기고, 기관 허위 보고한 의혹 등 문제점 ‘수두룩’
농식품부·교육부 등 후원 지침 어긴 정부와 조리협회, 진상 규명해야
예산 지원한 aT, 반토막된 공공급식요리대회 출전팀… ‘알았나 몰랐나’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안전규정’을 위반하는 등 비정상적인 운영에다 휴식·대기 공간조차 없이 참가자들을 방치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는 ‘2023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대회장 오제세/조직위원장 이윤호, 이하 경연대회)’에 대한 비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본지361호(2023년 6월 5일자) 참조>

특히 상식 이하의 운영 등 드러나는 문제가 ‘수두룩’했던 경연대회임에도 관리·감독을 맡아야 할 정부기관이 오히려 해당 단체를 비호하거나 묵인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나온다.

정부 지침 어기며 받은 후원, 결국 ‘돈벌이’ 때문?

이번 경연대회를 주관한 (사)한국조리협회(대표 김광익, 이하 조리협회)는 참가자 1인당 참가비로 10만 원을 받았다. 조리협회가 밝힌 경연대회 참가자가 41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참가비 수입만 4억 원이 넘는다.

경연대회를 공식 후원한 기관 명단이 포스터에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부기관은 참가자에게 참가비를 받거나 영리 목적의 행사에는 후원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경연대회를 공식 후원한 기관 명단이 포스터에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부기관은 참가자에게 참가비를 받거나 영리 목적의 행사에는 후원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계기관과의 유착이 의심되는 가장 큰 이유는 참가비와 후원 명칭 사용 관계 때문이다. 조리협회가 공개한 행사내용과 공식 포스터를 보면 경연대회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교육부,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와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의 기관이 공식 후원했다.

하지만 정부 부처들은 참가자들에게 참가비를 받거나 영리 목적의 행사에는 후원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농식품부 후원 명칭 사용승인 운영지침’ 제5조(승인대상 행사)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 관련 기본업무에 지장을 주는 행사와 정치 목적이나 참가자에게 참가비 등을 부담하게 하는 영리목적 행사에는 후원 명칭을 사용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후원 명칭 사용승인 업무지침’에 따라 세부 검토기준을 거쳐 참가자에게 참가비 등을 부담하지 않는 비영리 행사를 승인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외에 애초 ‘참가비’를 언급하지 않은 농진청, aT 등도 모두 ‘비영리 목적 행사’를 승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참가비를 받고 조리학원과 업체 등에서 협찬금을 대거 받은 경연대회가 처음부터 ‘비영리’ 목적일 리 만무하다. 결국 20개 정부 부처와 기관 후원을 받은 경연대회는 대·내외에 ‘유명하고 가치 있는 대회’로 포장됐고, 결과적으로 참가자 증가와 민간교육기관 및 업체의 지원 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후원 명칭 따기 위해 정부기관에 허위 보고했나

이처럼 비영리 목적 행사라는 후원 지침이 명확한데도 승인됐다는 점에서 조리협회가 정부 부처에 허위 보고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대한급식신문이 복수의 정부기관을 통해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조리협회 측은 정부기관에 참가비 대신 ‘연회비’를 받고 있다는 식으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리경연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는 모습.
조리경연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는 모습.

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조리협회는 경연대회 참가비가 아닌, 연회비를 받는다고 보고해서 승인된 것으로 안다”며 “다른 정부기관도 비슷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급식신문 취재에 응한 다수 경연대회 참가자들은 모두 ‘참가비 10만 원을 냈다’고 답변했다.

결과적으로 연회비든 참가비든 참가자들에게 참가를 대가로 비용을 받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정부 부처가 민간단체의 돈벌이 행사에 후원을 남발해 정부 권위와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참가비가 아닌, 연회비였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특히 aT는 같은 장소에서 5년째 치르는 행사가 참가비를 받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보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리협회 고위 임원은 “조리협회는 참가비가 아닌 연회비를 받기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였다고 여기고 있다”며 “참가비 형태가 문제가 된다면 다음 경연대회부터는 후원 명칭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aT 예산 지원받기 위해 출전팀 2배 ‘뻥튀기’

조리협회의 경연대회 부대행사로 진행하면서 aT로부터 4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공공급식요리경연대회(이하 요리대회)’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요리대회는 공공급식에 반영할 수 없는 고급 레스토랑 코스요리 등의 출품작이 대거 출품하고, 심지어 이 같은 출품작을 수상작으로 선정해 공공급식의 가치와 취지를 모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aT는 이 요리대회에 지난해까지 5000만 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지원 규모가 다소 줄어든 4000만 원을 지원했다.

조리협회 고위 임원이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의 출전팀들이 이번 경연대회에서 전원 수상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리협회 고위 임원이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의 출전팀들이 이번 경연대회에서 전원 수상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제는 당초 조리협회가 aT에 제출·보고한 행사계획서에 나와 있는 참가팀은 총 41개팀이었으나 실제 요리대회의 라이브경연에 참여한 팀은 20개 팀에 불과했다. 상식적으로 요리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전체 출전팀 중 절반 이상이 갑자기 출전을 포기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당초 조리협회 측이 출전팀을 aT에 ‘뻥튀기’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조리협회 일부 임원은 aT의 예산지원 여부조차 모르고 있어 예산 사용 내역과 항목에도 큰 의구심이 증폭된다. 익명을 요구한 조리협회 관계자는 “조리협회 이사들은 aT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조리협회 고위 임원은 “예산 사용 내역은 매년 정리해 aT로 보고했다”며 “단 한 푼도 개인적으로 사용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aT는 물론 정부와 관련된 어떠한 사업이나 예산도 절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