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학생 대상 돈벌이행사, 없어져야
‘우후죽순’ 학생 대상 돈벌이행사, 없어져야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7.2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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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측 “예산 정산한 내역 검수 중, 부정한 사용 시 환수 조치”
조리협회, 10월 행사 포기… 동거(?)하는 타 단체에 행사 넘겨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사)한국조리협회(대표 김광익, 이하 조리협회)가 주관한 ‘2023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이하 경연대회)’와 ‘공공급식요리경연대회(이하 공공급식요리대회)’의 부실 운영 및 예산전용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리협회가 오는 10월 또다시 ‘2023 월드푸드챔피언십(이하 푸드챔피언십)’ 개최를 준비하고 있어 스스로 도마 위에 올랐다. 

비판 여론이 들끊자 조리협회 대표가 사퇴하고, 행사는 타 단체에서 수행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난 상태지만, 대신 행사를 맡는 단체가 조리협회와 같은 사무실 등을 사용하고 있어 석연치 않은 구석을 남기고 있다. 특히 이번 문제를 접한 조리업계에서는 대다수 조리 관련 경연대회 실태가 조리협회와 비슷하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본지 361·362·363호(2023년 6월 5일·6월 19일·7월 10일자) 참조>

aT, 조리협회 ‘예산 사용’ 확인 중

일단 지난 5년간 공공급식요리대회에 1억75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 이하 aT)는 대한급식신문 보도 이후 조리협회 측에 정산 증빙서류 일체를 요청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T 공공급식처 관계자는 “이달 초 조리협회로부터 4000만 원에 대한 증빙서류를 전달받아 담당자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급식요리대회에는 총 33개 팀이 참여했으며, 운영된 경연 부스는 11개였다”고 설명했다. 

조리협회가 밝힌 참가팀이 총 1614개팀(4257명)인 것을 감안하면, 함께 열린 공공급식요리대회 참가팀은 매우 극소수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조리협회가 공공급식요리대회에 지원된 예산을 경연대회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나 ‘예산전용’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예산 부정 사용 시 ‘환수가 원칙’

정부사업을 여러 차례 수행했다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연대회 경연부스는 총 40개인 반면 공공급식요리대회는 6개냐, 11개냐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중요한 것은 국민 혈세를 지원받아 자사(조리협회) 대회 운영비로 전용한 것이 사실인가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aT 측은 예산 사용내역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해명했다. aT 공공급식처 관계자는 “aT와 조리협회는 경연대회 개최를 위한 업무 약정에 따라 예산 사용금액과 범위를 정하고 있다”며 “정산 내역이 부실하거나 부정 사용한 사례가 발견되면 정산을 완료해주지 않을 것이며, 지침상 부정 사용한 예산은 환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조리협회 고위 임원은 “aT 측의 사용내역 조사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aT의 조치에 따를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조리협회 실태가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보조금 일제 점검’에 aT도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부패·이권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전면 차단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리협회는 ‘보조금’이 아닌, ‘행사지원금’이기 때문에 직접 대상은 아니지만, 정부 기조가 강력한 터라 점검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취업에는 도움 안 되는 경연대회

이처럼 경연대회에 대한 향배와 여러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에도 조리협회 측은 오는 10월 또다시 푸드챔피언십 행사를 준비하고 나서 스스로 비난을 사고 있다. 여기에 조리업계 관계자들은 일관되게 ‘그동안 진행해온 경연대회들이 고교·대학생 취업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5성급 호텔 셰프는 “경연대회 입상실적을 아무리 이력서에 기재해봤자 채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경연대회 심사 자체가 공신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대형위탁급식업체 소속의 한 조리사도 “실제 채용에서는 경연대회 참가와 수상 실적보다 실기시험을 보고 기술과 능력을 갖췄는지 평가한다”며 “수상실적으로 이력서를 잔뜩 채워와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조리협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3 월드푸드챔피언십 포스터. 현재 주관 단체가 (사)조리기능장려협회로 바뀌어 있다.
한국조리협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3 월드푸드챔피언십 포스터. 현재 주관 단체가 (사)조리기능장려협회로 바뀌어 있다.

그럼에도 조리협회는 매년 경연대회를 개최하는 목적 중 하나로 ‘인재 양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여’를 내세우고 있다. 즉 참가자들은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 대회에 1인당 평균 30만 원 이상을 부담하며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상당수 학생들은 작지 않은 참가비 부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장기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리대회를 지켜본 A대학 조리 관련 학과 교수는 “온갖 종류의 상을 남발하고, 그 상마저도 나눠 먹기로 일관하는 경연대회는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특정 대학에서 ‘출전팀 전원 수상’ 등의 언론홍보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2022 월드푸드챔피언십 라이브 경연모습.
지난해 10월 열렸던 2022 월드푸드챔피언십 라이브 경연모습.

10월 개최 푸드챔피언십, 개선될까

조리업계 관계자들은 해소되지 않은 숱한 문제를 떠안은 채 10월 푸드챔피언십이 열리면 분명 부실 운영이 재현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재 조리협회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푸드챔피언십 포스터에 정부 후원 내용을 삭제하고, 주관·주최도 ‘(사)조리기능장려협회(이하 조리기능협회)’로 변경한 상태다. 하지만 조리기능협회는 조리협회와 동일한 사무실을 쓰고 있는 단체로, 변경에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식 포스터에 기재된 문의처로 연락하면 기존 방식 그대로 조리협회가 응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리협회 고위 임원은 “김광익 대표는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로 빠른 시일 내 후임 회장이 결정될 것”이라며 “푸드챔피언십 운영은 조리기능협회에 전부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소 급하게 이관이 결정된 터라 조리기능협회 측에서 홈페이지와 담당 인력을 배치하는 중”이라며 “빠르면 8월 중순 준비가 완료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A대학 조리 관련 학과 교수는 “조리협회뿐만 아니라 조리업계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경연대회가 조리협회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신력을 잃고 있고, 학생들을 ‘수익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오는 10월에 열리는 푸드챔피언십에서는 유의미한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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