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문 하나로 학교급식 ‘어이상실’
교육부 공문 하나로 학교급식 ‘어이상실’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6.09.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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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 학교급식 점검결과 발표 후 시정사항 7가지 학교 하달교총, “정책 우선순위 잘못 판단, 현장 수용성 떨어드리는 역효과”

지난달 8월 29일 국무조정실(이하 국조실)이 발표한 ‘급식 실태점검 결과’에 따른 교육부(장관 이준식)의 후속조치가 졸속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대다수 영양(교)사 등 급식 관계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수준을 넘어 할 말을 잃을 정도”라며 교육부를 힐난했다.

교육부는 국조실 발표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전국 시·도교육청 담당과장 회의를 열어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후 학교 현장에 내릴 7가지의 시정 지시사항을 정하고, 각 학교에 이를 공문으로 하달했다.

시정사항은 ▲학교급식 만족도 조사 결과는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 ▲식재료(공산품 등) 업체와 학교 간 대면접촉 홍보행위 원칙적 금지 ▲학교급식 업무 전반의 관리 책임자(교장·교감·행정실장) 확인절차 의무화 ▲식재료 구매 시 계약방법 등에 대한 지방계약법령 준수 철저 ▲학교급식비 목적 외 사용금지 ▲계약법령을 위반한 관련자에 대한 처벌 강화 ▲식품위생법 등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에 대해 학교급식 식재료 입찰 시 참여제한 이행 철저 등이다.

이에 대해 일선에서 대응해야 하는 영양(교)사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학교급식에서는 상식수준 정도로 당연히 지켜지는 내용들을 마치 대책인냥 ‘시정사항’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우선 ‘학교급식 업무 전반의 관리 책임자 확인절차 의무화’는 각 학교 현장에서 이미 지켜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금까지 학교급식을 영양(교)사가 단독으로 결정해 온 것 같은 뉘앙스를 주고 있다.

A중학교 영양교사는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학교급식 비리문제도 마치 영양(교)사 중심으로 이뤄진 듯 한 느낌 때문에 억울했는데 교육부에서 조차 이런 식으로 공문을 내리니 화가 난다”며 “학교급식에 대해 다른 부처는 모른다 해도 교육부가 이럴 수 있냐”고 분통을 참지 못했다.

실제 학교급식에서 식단 작성은 영양(교)사의 고유 업무이지만 식재료 주문 및 계약, 정산 등은 모두 행정실장을 통해 학교장이 최종 승인해야 이뤄진다.

‘식재료(공산품 등) 업체와 학교 간 대면접촉 홍보행위 원칙적 금지’ 항목도 논란이 됐다. 우선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 중소기업들은 이에 대해 집단으로 반발하는 분위기이다.

전국학교급식협동조합 김용주 회장은 “교육부의 이번 대면접촉 홍보행위 금지 지침은 국무조정실의 학교급식 실태점검에서 적발된 대기업 4사의 영양(교)사 대상 상품권 지급 등이 문제가 되어 마련된 것 같다”며 “대기업의 잘못으로 애꿎은 중소기업만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B초등학교 영양사는 “업체와의 대면접촉 홍보행위 원칙적 금지 지침을 내리기 이전에 ‘맛’ 중심으로 이뤄지는 학교급식 만족도 조사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수록 외식 등의 영향으로 서구화되고 급변하는 아이들의 입맛에 맞추며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발 빠르게 대처하는 업체의 정보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

한편 이번 교육부의 일선 학교 대상 시정사항 하달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재곤 정책교섭국장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못 됐다. 학교급식의 1차적 책무는 정부, 지자체, 교육청에 있는데 학교급식 문제의 책임을 학교에만 지우려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국장은 “이번 국조실의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 현재 학교급식 문제의 대책을 근본적으로 식품위생·품질 부실, 유통질서 문란, 학교·업체 간 유착 등으로 학교에 대한 감독 강화 중심으로만 내놓는다면 학교 현장의 수용성이 현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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