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서 제외된 농협 김치 ‘산 넘어 산’
중소기업에서 제외된 농협 김치 ‘산 넘어 산’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7.08.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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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중소기업 ‘특혜’ 중단 후 공공급식 고전 면치 못해현장, ‘1000만 원 미만 수의계약’ 조항에 해석 ‘제각각’

 

▲ 농협 김치가 지난해 6월 군부대 납품이 중단된 데 이어 오는 9월부터는 학교급식 납품도 불투명하다. 사진은 군급식에 사용할 식재료를 옮기고 있는 장병들의 모습.

농협 김치가 공공급식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농협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특혜’ 대상에서 제외된 뒤 공공급식에서 잇따라 납품이 좌절되고 있다.

농협은 그동안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에서 중소기업으로 인정되는 특혜를 받아왔다. 하지만 해당조항은 5년간의 유예 끝에 지난 2015년 말부터 완전 소멸돼 농협의 ‘직접생산확인증명서’ 발급이 중단됐다.

직접생산확인증명서는 판로지원법에 의해 중소기업들 간의 경쟁입찰 시 수의계약 대상으로 인정해주는 증명서다. 이 증명서는 공공급식에서 다른 제품에 비해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농협 김치의 판로를 보장해주는 ‘보증서’와 다름없었다.

증명서 발급 중단이후 다른 제품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 농협은 군급식에 이어 학교급식에서도 납품율이 뚝 떨어지며 농협 김치의 존폐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중앙회 가공급식지원팀 조현종 팀장은 “군급식 납품도 지난해 6월 중단됐는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학교 납품도 사실상 어렵다”며 “판로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전국 12개 가공공장의 생산량도 줄어들어 최악의 경우 김치공장의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경북 서안동농협의 김종범 계장도 “9월부터 더욱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생산량 조절을 검토하고 있다”며 “(판매가 어려운)공공급식 대신 일반 판매를 늘리기 위해 판촉활동을 강화하는 등 판로 확보를 위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농협 김치의 공공급식 진입이 아예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판로지원법 관련 고시에 따르면 배추김치와 깍두기, 열무김치 등 김치류는 1000만 원 미만의 수의계약시 증명서를 제출하지도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은 중소기업들 간 경쟁에서만큼은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고 공급자와 수요자의 행정력 낭비를 줄이자는 취지다.

이 조항대로라면 농협이 1000만 원 미만의 수의계약에는 증명서 없이 참여할 수 있다. 게다가 학교는 통상 1개월에 한 번씩 식재료 계약을 맺기 때문에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농협 김치가 충분히 납품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이같은 제도가 있어도 위기를 맞은 농협의 돌파구를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청 등 상위기관은 일선 학교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청렴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주고, 심하면 감사대상도 될  수 있어 일선 학교에서는 수의계약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500만 원 미만의 식재료 납품에서도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파기하고 경쟁입찰로 전환하는 등 수의계약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시내 한 식재료업체 관계자는 “판로지원법 관련 고시 조항에는 ‘(증명서를)반드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며 수요자의 선택에 맡기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반드시 제출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사실상 효력이 없고 공공기관과 학교, 업체 사이에 혼선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항을 놓고 최근 잇따라 열린 학교급식 식재료 품평회에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치는 1개월에 한 번씩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6개월~1년 혹은 2년 치까지 계약을 맺기 때문에 납품금액 규모에 대한 해석과 수의계약 여부까지 해석이 분분했다.

때문에 품평회에 나선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농협을 수의계약 대상에서 제외한 반면 다른 기초자치단체는 수의계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석하는 등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업체와 학교, 구청의 해석이 모두 달라 중소벤처기업부에 공식적으로 질의를 했지만 지금까지 정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라면 규정을 강화하거나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1000만 원 미만의 수의계약일 때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은 현재로서는 김치가 유일하다”며 “3년에 한 번씩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을 재 지정하는데 논의를 통해 개선할 사항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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