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복지위 영양사, 열악한 근로조건에도 잘릴까 봐 ‘침묵’
경찰서복지위 영양사, 열악한 근로조건에도 잘릴까 봐 ‘침묵’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9.02.27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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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보험 미가입 권유도
경찰서 복지위원회 소속 영양사들은 고용불안은 물론 급식 업무와 함께 매점 관리도 동시에 하는 등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경찰서 매점 겸 영양사 사무실 모습.
경찰서 복지위원회 소속 영양사들은 고용불안은 물론 급식 업무와 함께 매점 관리도 동시에 하는 등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경찰서 매점 겸 영양사 사무실 모습.

[대한급식신문=김동일 기자] 2023년 의경부대 폐지와 함께 이곳에 근무하던 영양사들의 배치를 희망하는 경찰서가 70%를 넘게 되면서 일선 경찰서 영양사들의 해고 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경찰청공무직노동조합(이하 경공노)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31개 경찰서 각각에 배치될 의경부대 영양사 명단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져있는 상황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일선 경찰서 영양사들의 불안정한 고용형태다. 서울 관내 경찰서 31곳 중 4곳(양천, 은평, 광진, 서부)을 제외한 27곳은 복지위를 통해 영양사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비정규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2곳(송파, 수서)을 제외한 25곳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해당 영양사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당해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지 못하는 것.

근로기준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복지위 영양사들의 처우는 참담한 수준으로, 구내식당 관리는 물론 복지위가 운영하는 매점, 카페 등도 함께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복지위 영양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리실에서 급식 관련 업무를 보고 있을 때에도 경찰서 직원이 매점에 물건을 사러 오면 곧장 매점 업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간에 어려웠던 상황을 토로했다. 게다가 경찰서 내에는 휴게실이나 영양사실이 따로 없어 복지위 영양사들은 매점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경공노 복지위원회지부에서 작성한 ‘경찰서 복지위원회 구내식당 영양사·조리종사원 차별실태와 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 복지위 영양사 A씨의 경우 차주 메뉴를 작성해 제출했으나 경찰서 경무과장 B씨가 일주일에 한 번씩 삶은 계란, 국수 등 특정 메뉴를 넣으라는 지침을 내려 식단구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례가 있었다.

또한 A씨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에 가입했으나 해당 경찰서 복지위 담당 경찰관이 ‘영양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영양사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하기도 했다. 반면, 이같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경찰 측은 "노조가입을 이유로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해당 영양사의 재계약 불가 사유는 근태불량이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복지위 담당 경찰관이 5인 미만 사업장을 유지하기 위해 소속 영양사에게 4대보험 미가입을 권유한 사례도 있었다. 구내식당 조리실 조리원들에게 퇴직금을 50%만 정산하고, 영양사에게는 퇴직금 100%를 주는 대신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내놓은 것.

이와 관련 복지위 영양사들은 경찰청 및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경찰 측은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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