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 학교급식, ‘트렌디’보다 목적이 우선돼야
[카페테리아] 학교급식, ‘트렌디’보다 목적이 우선돼야
  • 최여자 영양교사
  • 승인 2019.04.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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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자 영양교사(세종시영양교사회장)
최여자 영양교사
최여자 영양교사

‘학교급식’이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학교급식에 종사한 지난 시간, 많은 고민을 해왔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지만, 학교급식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을 보면서 또다시 고민을 해본다.

최근에는 ‘백종원’이라는 외식경영전문가가 학교급식에 대해 평가하고, ‘트렌디’한 식단을 제공해보자는 취지의 TV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해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요즘 학생들은 초·중·고 12년간 학교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상당수 학생들은 점심과 저녁식사, 일부 학생은 아침식사까지 학교에서 해결한다. 학교급식의 목적은 ‘편식의 교정과 올바른 식습관을 갖도록 하고, 성장기 학생의 발육에 필요한 균형적인 영양식을 공급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학생의 발육에 필요한 균형 잡힌 식단’보다 더 중요한 것이 ‘편식교정을 통한 식습관 개선’이다.

1983년 학교급식법 제정과 함께 학교급식이 시작된 후 38년이 지났지만, 지금 학교급식이 그런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이유는 급식을 하고 있는 학교들을 보면 대체로 학생들이 좋아하는 육류가 거의 매일 식단에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에서부터 ‘편식’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편식에 주된 요인으로는 첫째, 학생들이 채식을 싫어하기 때문으로, 학생 입맛과 학부모 기호에 맞추다보면 의도적으로 육류 위주의 식단편성을 할 수밖에 없다.

둘째, 부모들이 성장기에는 육류를 먹어야 건강한 체력을 갖출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식단은 식습관 개선이 아니라 학생들의 기호에 영합하는 비교육적인 급식이 될 수 있다.

학교급식의 목적은 우리가 100세를 살면서 맛보아야 할 모든 음식의 다양한 재료와 맛(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살아가며 어떠한 음식메뉴를 접했을 때 한 번 먹어보았던 음식의 맛을 기억하고 먹게 된다. 이것이 곧 학교급식의 아주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등 학령기 급식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고 체험해보는 것은 예방주사를 접종하는 것과도 같다.

그러나 이와 달리 학생들이 잘 먹는다고, 학생들과 학부모가 원한다는 이유로 식단을 구성하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 된다. 진정한 ‘기호(嗜好)’란 한자가 말해 주듯 입으로 날마다 늙을 때까지 먹어도 물리지 않는 것이다.

학부모 모니터링은 학부모에게 급식의 운영 내용과 영양 및 위생관리 상황 등을 공개하고 참여시켜 급식 현황과 실태, 관리, 운영 내용 등을 바르게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다. 학부모 의견을 급식운영에 반영하는 것이 목표인데 오히려 ‘학부모 모니터링’으로 학생들의 기호도 반영이 강제되고 식습관은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급식의 운영과 식품영양 전문가인 영양교사에게 식단은 맡겨 주는 것이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백종원의 TV 프로그램에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안타깝고 답답한 것은 이른바 ‘학교급식에 트렌디한 메뉴 도입’이다. 이는 학교급식의 목적을 부정하는 표현이다.

오는 6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된다고 하는데 백종원 씨와 제작진은 필히 학교급식의 목적과 역사부터 되짚어주길 기대하며, 특히 학교급식은 ‘교육’이라는 점을 꼭 명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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