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자살 막는 법 제정이 절실하다
영양사 자살 막는 법 제정이 절실하다
  • 조성호 변호사
  • 승인 2019.06.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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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변호사
조성호 변호사

지난 2017년 7월경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던 영양사가 과도한 학교급식 업무와 직장 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이 최근에서야 알려졌다. 이 같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을 선택한 영양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알려진 것만 해도 전북을 비롯해 서울과 충북까지 3건이나 된다. 더 큰 문제는 열악한 영양사들의 업무환경이 일부가 아닌 대다수라는 점이다.

이러한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을까. 이와 관련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공기업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공기업경영실태 감사로 인해 감봉 3개월 처분을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해 승진이 누락되거나 회사로부터 구상권 청구를 당할 것을 염려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우, 이를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상적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고 업무와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산업재해에 해당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20대 사회 초년생인 자살 사건의 영양사는 해당 학교가 첫 직장으로 조리원 6명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하며 교내 650여 명의 식사를 책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식단 및 레시피 작성, 식재료 검수부터 조리·배식관리, 조리원 위생·안전교육 등 기본적인 영양사 업무에 식재료 회계 정산, 조리원 초과근무 관리, 식재료 품의 및 입찰 업무까지 수행했다. 이런 업무 외에도 급식 관련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영양사가 도맡아야 했으며, 이 같은 책임을 부담하는 것에 많이 힘겨워했다고 한다.

결국 근무한지 1년 반 만에 불안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했고, 이로 인해 학교 측에 여러 차례 퇴직 의사도 밝혔으나 학교가 받아주지 않고 반려하자 급식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부담감 때문에 퇴사조차 미루다가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이번 영양사의 자살 사건은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처럼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도한 업무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근로자 본인이 입증해야 한다. 실제 뇌혈관질병, 심장질병은 업무와 관련한 과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인정되고 있고, 과거 치료경력 등도 판단에 고려된다.

산업 현장에서 자살 사건이나 과로사 등이 계속 발생할 경우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실태조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급식소는 영양사 1명이 근무하기 때문에 동일한 사건이 동일업장에서 거듭 발생하기 어려워 실태조사 또한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여기에 산업재해를 다루는 법령인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근로자의 신체 안전에 관한 규정이 대부분이라 영양사 업무과다 및 스트레스에 대한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이번 자살 사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막으며 영양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기존 법률만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신체뿐만 아닌 정신 또는 정서적 건강까지 보호하기 위해 신설된 근로기준법 제6장의 2의 ‘괴롭힘방지법’이나 산안법 제41조 ‘고객응대근로자보호법’과 같은 법률 규정 신설이 절실하다.

여기에 더해 실제 업무가 적정한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지 등 영양사 정신건강에 대한 보건당국과 교육청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적정한 업무지침 등도 필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한급식신문
[조성호 변호사는.....]
-대한급식신문 고문 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現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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