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허탈'보다 '보람'의 순간을 기대하며
(기자수첩) '허탈'보다 '보람'의 순간을 기대하며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9.10.15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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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한가운데서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1년 중 언론사들이 가장 바쁜 시기가 돌아왔다. 바로 국정감사. 299명 국회의원들이 내놓는 보도자료가 하루에도 수백여 개에 달한다. 

이 수많은 자료 속에서 의미 있는 자료를 찾아내 보도하는 일은 언론사의 의무이자 권리인 동시에 ‘보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단체급식 분야에서는 그 ‘보람’보다는 ‘허탈’을 느끼는 보도자료들이 곧잘 눈에 띄었다. 

대표적 사례가 ‘대규모 식중독 사태의 주범이 학교급식’이라는 내용이었다. “학교에서 식중독 증세를 보인 학생들이 많았다”거나 “발생건수가 가장 많았다”는 등의 수치만으로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명예훼손에 가까운 내용으로 채워진 보도자료들이다. 그리고 이런 자료들은 나오기가 무섭게 언론매체의 분야를 막론하고 지면과 방송, 온라인 공간을 통해 가득 채워졌다. 

분노한 여러 영양(교)사와 조리사들은 해당 의원실에 항의했고, 기자도 이에 반박하는 기사를 수차례 보도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일까.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식중독 발생율 추치만을 놓고 학교급식의 명예를 훼손하는 자료가 예년에 비해 줄어든 듯해 뜻하지 않은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아직도 단체급식 분야에 ‘몰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료들은 곧잘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발표한 “식중독 환자, 학생이 가장 많다”는 취지의 보도자료가 그랬고, 11년간 동결된 어린이집 급·간식비로 인한 “급식 식판부터 ‘흙식판’, ‘금식판’으로 갈린다”는 내용이 그랬다. 여기에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비교과과목 인력배치 현황’ 자료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서울지역은 배치율이 117%가 넘는데 영양교사 정원확보가 말이 되느냐”는 주장도 있었다. 

이제 오보에 가까운 학교 식중독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린이집 급·간식비 동결로 인해 흙식판과 금식판으로 나뉜다는 보도는 급식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짓밟는 발언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낮은 급·간식비 수치를 둔 발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아이의 밥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하루 종일 급식실에서 애쓰며 식재료비가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만든 급식을 ‘흙’과 ‘금’이라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칫 급식 종사자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수치만으로 논한 오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지역 비교과과목 인력 배치율은 117%이지만, 정규 영양교사 배치율을 보면 서울지역은 뒤에서 두 번째로 낮다(43%). 반면 비교과과목 배출이 네 번째로 낮은 전북(88.9%)의 영양교사 배치율은 63.5%다. 오히려 영양교사 정원확보를 외면해온 서울시교육청을 질타해야 할 부분이다. 

이렇듯 각종 언론보도를 볼 때면 답답할 때가 많다. 제대로 단체급식 본질을 확인하지 않는 ‘몰이해’가 아직도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는 단체급식을 제대로 알리는 체계적인 정보 전달이 진정 필요하다고 여긴다. 단체급식은 이미 국민의 1/4 이상이 매일 먹고 있는 우리 사회의 매우 중요한 산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단체급식 종사자 개개인이 아닌 본지와 같은 언론매체와 관련 단체 및 협회, 정부부처 등이 함께 해야 한다. 

기자는 4년 전과 올해의 각종 언론보도들을 보며 그나마 작은 희망은 갖게 됐다. 조금씩이나마 변하는 조짐에 ‘보람’도 느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뇌리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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