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수산물과 학교급식
일본산 수산물과 학교급식
  • 조성호 변호사
  • 승인 2019.10.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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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변호사
조성호 변호사

최근 태풍 영향으로 일본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물질을 담은 다수의 자루가 사라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여기에 일본은 더 이상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보관할 수 없어 이를 재처리해 바다에 방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4월 가입국간 무역 분쟁을 심사하는 세계무역기구(WTO) 패널에서는 우리 정부가 취한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에 대해 1심의 결과와 반대로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즉 국제적 기준으로 보더라도 인체 유해성 여부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로 수입되는 일본산 수산물은 우리 정부가 수입금지한 후쿠시마 지역의 수산물이 아니라 그 외 지역의 것들로, WTO 결정과 무관하게 계속해서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급식에 이러한 수산물을 올려놓아도 안전할까?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부모 입장에서 이런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실제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의 87.2%가 일본산 수산물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4년 WTO 협정에 가입하면서 무역자유화 조치와 관련하여 예외를 둘 수 있는 ‘정부조달협정’에 학교급식은 포함하지 않았다가 2011년 정부조달협정 개정에 학교급식을 포함시켜 2016년부터 학교급식에 국내 농수산물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후 후속적으로 국내 입법을 통해 학교급식에 국내 농수산물만을 사용하도록 하거나 혹은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법체계로 본다면 국제조약 등을 통해 합의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국내법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상응하는 국내법을 제정할 때 효력을 발휘한다. 즉 WTO 협정이 조약으로 체결된 후 국회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상정되어 본회의를 통해 국내법으로 제정되어야 발효될 수 있는 것이다.  

학교급식에서 국내 농수산물만을 식자재로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부라도 외국산 식자재를 사용한 식품을 찾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으며, 이를 굳이 국내산으로 모두 바꾼다고 할 때 자칫 메뉴의 다양성이 어렵게 되거나 무엇보다 원가상승으로 인한 예산부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현장에 영양(교)사나 일선 학교가 자율적으로 필요에 따라서 수입 식자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현 체제에서는 이러한 국내 법 제도가 아직 없기 때문에 안전이 우려되는 일본산 수산물과 이를 사용한 식자재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것이다. 즉 학생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는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정부조달협정을 통해 WTO 협정에서 예외를 인정받은 것은 학교급식의 농수산물뿐만 아니라 ‘학교급식을 포함한 모든 공공급식의 정부조달’에 관한 것인 만큼 정부, 지자체, 공기업 등 모든 공공시설의 급식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는 수년간 정부의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낸 공공급식에서의 국내산 제품 우선 사용권한이다. 이러한 권리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국내 입법의 미비로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의 노력을 퇴색시키고, 국가의 자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더는 늦추지 말고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입법 활동이 요구된다.

대한급식신문
[조성호 변호사는.....]
-대한급식신문 고문 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現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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