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몇시지? 맞다, 나 한국말 못하지~! 왓 타임 이즈 잇 나우?” 한 통신업체의 시보 광고 내용이다. 저돌적이고, 강인한 이미지의 파이터 밥샵이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로 분해 앙증맞게(?) 시간을 알린다. 방심하고 있던 시청자는 예상치 못한 장면에 실소를 터뜨린다. 이 광고를 본 시청자는 무의식중에 시간을 떠올리면 순차적으로 밥샵과 그 통신업체를 연상하게 된다.
21세기 각광받고 있는 퍼놀로지 기법이다. 퍼놀로지(Funology)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능(Technology)에 시선을 끌기 위한 재미(Fun)를 더한 합성어이다. 이 기법은 광고뿐 아니라 상품의 디자인, 인테리어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으로 풀이된다. 외식 산업 쪽도 예외는 아니다. 더 이상 상품 한 가지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든 요즘 이 퍼놀로지 기법을 활용한 외식업체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 도넛 극장 안으로 고객을 쏘옥~
2004년 문을 연 크리스피크림 도넛(이하 크리스피 도넛)이 그 대표적인 예다.
크리스피 도넛은 도넛 공장에 유리 외벽을 설치해 도넛 만드는 공정과정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노출시켜 오픈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른바 오픈키친 형태를 취한 것이다. 주문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은 레일 위를 통과하며 설탕 옷을 입는 도넛을 지켜보며 즐겁게 대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공정과정의 청결함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헌호 롯데케이케이디 마케팅팀장은 “퍼놀로지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증대와도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학로점 등 일부 매장에서는 하루 전까지 신청한 소비자에 한해 도넛 데코레이션 체험 시간을 제공하는 한편 명동과 왕십리 비트플렉스점에는 PC를 설치해 간단한 업무도 가능하게 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대학로의 한 도넛 매장을 종종 찾는다는 조명희(35세) 씨는 “도넛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 체험까지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 커피전문점에선 음반도 판매
카페도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던 공간에서 음악과 트렌드를 즐기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유니버셜 뮤직과의 제휴를 통해 지난해 6월 강남대로반포점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과 부산 지역 총 40여 군데 매장에 대형 CD 플레이어를 설치,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 음반은 팝과 재즈, 클래식 분야 등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집과 사무실을 떠나 제3의 장소에서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선별하는 특별한 경험을 스타벅스에서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는 M.net과 제휴를 맺었다.
투썸플레이스 강남점에는 지난해 10월부터 M.net 존이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슈퍼스타 K’를 비롯해 ‘에픽하이’ ‘카라’ ‘티아라’ 등 인기가수 음반 총 6가지를 만날 수 있다. 이연수 투썸플레이스 마케팅 팀장은 “투썸플레이스에서 사용 가능한 모든 제휴카드로 할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매장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최신 음반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할리스커피와 탐앤탐스에서도 자체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 판매하는 등 퍼놀로지 바람에 가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