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학교급식’ 갈 곳 잃은 ‘식재료’
멈춰 선 ‘학교급식’ 갈 곳 잃은 ‘식재료’
  • 정지미·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3.15 18: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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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따른 개학 연기… 학교급식도 함께 중단
정부 지원 등 그나마 숨통 트인 농가, ‘반면 업체는 한숨’

[대한급식신문=정지미·김기연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 연기와 함께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급식 식재료와 공급업체들이 난항에 봉착했다. 그나마 생산 농가는 정부 지원 등으로 일부 숨통이 트였지만, 공급업체들은 어디 하소연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말 전국 유·초·중·고교의 개학을 오는 23일로 전면 연기했다. 이와 함께 학교급식도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이미 각 학교는 당초 계획대로 3월 초 개학에 맞춰 급식 준비가 마무리된 상태로, 식재료 공급계약도 2월말 모두 마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개학 연기로 인해 급식이 중단되자 이미 계약 마친 식재료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다.

먼저 생산 농가들은 친환경농산물의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급식은 제철 식재료 사용을 권장하는 교육방침에 따라 3월 식재료를 사용한 식단이 이미 구성한 상태로, ‘당일 입고·당일 소진’ 원칙에 따라 식재료 보관 후 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친환경농산물의 경우 80% 정도를 학교급식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개학 연기로 판로가 막힌 농가들은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추경예산을 포함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이하 농식품부)는 학교급식용으로 출하가 중단된 친환경농산물 중 지역별로 출하 시기 조절이 어렵거나 장기 저장이 곤란한 엽채류와 과채류 등의 품목 중심으로 소비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지역 품목으로는 경기도의 냉이·딸기, 울산의 딸기·파, 전남의 딸기, 전북의 엽채류 등을 꼽았다.

특히 농식품부는 최근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친환경 식재료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농협·생협 및 유통업체 등과 함께 친환경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유통업체들과 특판행사를 추진하는 등 기업의 친환경 식재료 유통채널을 활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공무원 및 농업 관련 기관·단체들도 공동구매에 나서고 있으며, 추진 중이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도 당초 계획보다 두 배 가량 확대해 지원 대상을 최초 4만5000명에서 8만 명까지 늘린다.

이번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은 임산부의 건강 증진과 친환경농산물 소비촉진 등을 위해 2020년 임신 또는 출산한 임산부를 대상으로 월 1~2회 친환경농산물 꾸러미(2~6만 원 정도)를 연 48만 원 한도에서 배달해주는 사업이다.

이외에도 각 지자체에서는 긴급 판로 확보가 필요한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에 대해 공동구매 캠페인을 추진하며, 소비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생산 농가들은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다각적인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반면 실제 학교급식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에 대한 대책은 마련된 것이 없어 급식 관계자들은 대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교급식은 일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개월 단위 식재료 공급계약이 이뤄진다. 급식을 운영하는 영양(교)사들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1개월씩 식단을 작성하고, 필요한 식재료를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이하 eaT) 혹은 조달청 나라장터(이하 G2B) 등을 통해 입찰로 구매하거나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공급받는다.

정부가 개학 연기를 확정했던 지난 2월 하순은 각 학교들이 방학을 마치고 급식 준비를 거의 마무리한 시점으로, 식재료 입찰과 계약 또한 마무리된 상태였다.

전국 1만2000여 개 학교 중 약 1만여 개 학교가 식재료를 구매하는 eaT 측 자료에 따르면, 2019년도 학교급식 계약에서 납품일수 1개월 단위는 전체 35만 건의 계약 중 30만 건에 달해 비율로 보면 80% 이상이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해 지난 1월부터 2월 29일까지 이뤄진 3만4000건의 계약 중 3만 134건이 1개월 단위 계약이다. 반면 2~4개월 단위 계약은 지난해 기준 6만3000여 건으로 전체 계약에 약 18%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 개학 연기와 함께 급식도 멈춰 서며 발생한 식재료 공급 중단이다.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가들은 정부와 지자체 등의 다각적인 지원으로 어떻게든 판매 대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 농가로부터 식재료를 구매해 학교로 공급하는 식재료 공급업체들은 사실상 아무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식재료 공급업체들은 대량의 식재료를 차질없이 학교에 공급하기 위해 사전 계약재배를 택하거나 공급물량을 미리 확보해놓는다. 이 때문에 식재료 공급이 중단되면 실질적인 손해는 업체가 떠맡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학교급식에 식재료 납품하는 공급업체들은 대부분 중소업체들로, 이번 개학 연기로 인해 이미 3월 납품하기로 계약한 물량 중 3/4을 납품하지 못하면 사실상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산 농가 못지않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행이 일부 지역에서는 이 같은 업체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지침을 내려주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 이하 대구교육청)은 계약한 업체의 손실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당초 계약기간을 연장하거나 ▲3월 말에 맞춰 휴교기간 동안 물량을 조정하는 방법 등으로 계약을 변경하도록 학교에 안내했다. 현재 대구의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업체는 약 260개다.

또한 학교급식을 외부 업체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경우 학교에 납부해야 하는 ▲연간 사용료를 감면 또는 반환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학교급식 위탁업체가 납부하는 평균 연간 사용료는 약 6백만 원으로 3월 한 달을 가정하면 감면액은 평균 약 5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교육청(교육감 민병희, 이하 강원교육청)도 대구교육청과 유사한 지침을 일선 학교로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계약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 일선 학교에 공지사항을 전달했고, 이에 따라 각 학교가 판단해 계약기간 연장 혹은 식재료 물량 조정 등을 선택할 것”이라며 “전국 17개 교육청 급식 담당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학 연기에 따른 학교급식 중단에 대해 일각에서는 교육부 차원에서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개학을 연기했고, ‘천재지변’에 가까운 사태로 인해 업체들의 손해가 발생했다면 교육당국에서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종시의 한 영양교사는 “계약기간을 임의로 연장하는 등의 행위는 영양(교)사는 물론 학교장이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교육부가 학교급식의 중요성을 말로만 강조하지 말고 이와 같은 어려운 시점에는 세심한 정책 배려부터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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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2020-05-29 11:50:50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분들이 경제적 손실이 있다 들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개학 연기로 맞벌이 학부모들이 힘드시다는 것은 일찍히 알고 있다만 급식의 식재료를 생산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은 생각지도 몰랐네요,,, 빠른 시일 내에 이 어려움을 극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