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률 공개 VS 미공개 고수
합격률 공개 VS 미공개 고수
  • 오선혜 기자
  • 승인 2010.12.30 12: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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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영양사 자격시험 논란 격화

 

합격률 공개 VS 미공개 고수 임상영양사 자격시험 논란 격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본 시험인데, 수업에서도 책에서도 못 보았던 내용의 시험문제가 당황스러웠어요.”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재시험비 인상 관련과 교재 외 시험 출제에 대해서는 영양사협회가 반드시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습니다.”
“왜 임상은 합격률도, 시험문제도 공개를 안하는거죠? 특히 합격률. 그게 뭐가 그리 비밀이라고. 국가기밀이라도 되나요?”

임상영양사 자격시험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1, 2학기 자격시험은 12월10일과 17일 진행됐다. 응시생들은 시험이 끝나자마자 교재 내용을 벗어난 시험문제, 재시험 응시료 대폭 인상, 합격률과 시험문제 비공개 등과 관련한 불만과 항의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발언은 급속도로 영양사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심지어 시험을 주관한 대한영양사협회 존폐 문제를 거론하는 발언도 난무하기에 이르렀다.

 

 

 

 

대한영양사협회 로고와 이 단체가 발급하는 임상영양사 자격증(아래).

 

영양사협회는 사태 진행의 심각함을 인식했는지 결국 오랜 침묵을 깨고 12월22일 홈페이지에 ‘임상영양사 자격시험 시행 후 회원 문의 사항에 대한 답변’을 올리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공식 해명이 논란을 종식시키는커녕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형국을 낳았다. 답변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형식적이고 자기 변명에 불과하다는 게 응시생들은 물론 영양사계의 대체적인 평이다.

우선 출제문제 난이도와 관련해 영양사협회는 문항 개발 및 출제 기준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지침에 따라 조절했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나름 기준과 원칙을 고수했으니 난이도의 온도차는 응시생들 몫이란 지적인 셈이다.

 

 

 

 

 

또한 오답 및 복수정답 논란에 대해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배미용 영양사협회 교육국장은 “이의 제기자는 1명이고, 그 분을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됐다”며 “이의를 제기한 응시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했다”고만 답했다. 응시생들이 요구한 공식적인 정답 제시와 문제 해설은 12월30일 현재까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성찰하기보다 소수가 옳지 못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는 투여서, 이번 논란을 다루는 협회의 대응책이 아마추어 수준이란 지적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배미용 교육국장은 교재 외 출제 논란과 관련 “영양, 질환, 대사 등 방대한 양의 학문을 93시간 안에 소화하기 위해선 응시생들 스스로 개별 학습이 필요했다”며 “2010년부터 자격시험은 문제은행식으로 전환됐고, 그동안 출제된 문제를 선별 정리한 뒤 출제위원들의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응시생들의 반발을 강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A응시생은 “교재 내용조차 소화하기 어려운 학습환경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교재 외 내용까지 자율적으로 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너무 뻔뻔하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니냐”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B응시생도 “밤 9시까지 수업해야 되냐고 물으셨던 교수님들, 수업 준비가 제대로 안된 채 강의실에 들어오신 교수님들 참 어이가 없었다”고 성토했다. 협회 차원에서 강사진 관리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실 임상영양사 응시생 중 상당수는 협회가 주관하는 년간 93시간짜리 강의를 들은 학생이다. 응시자격이 대학원에서 영양학 관련 학점을 이수하거나 또는 협회 강의 이수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응시생들은 전문 영역인 임상영양을 제대로 배우고 익히기엔 현행 93시간의 교육과정은 너무 짧다고 입을 모은다. 헌데 협회는 이런 대목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영양사협회 “이의제기 1명… 여론 형성”
응시생 “개선 여지 없는 협회 필요한가”
오답문제 응시료 합격률 관련 불만 폭주


재시험 응시료 대폭 인상과 관련해서도 영양사협회는 재시험 인원이 늘어나 외부시설 대관 등 추가경비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부득이한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응시생들은 협회의 응시료 사용 집행내역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C응시생은 올해 10월 재시험 응시료를 2만원에서 4만원으로 2배나 인상했는데도 정작 12월 시험에서 “시험감독이 부족해 한쪽엔 시험지가 배포됐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시험 시작 5분이 지나도록 시험지를 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도대체 응시료를 어떻게 사용해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응시생들의 최대 관심사인 합격률과 시험문제 공개 여부에 대해 영양사협회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할 방침이다. 오히려 영양사협회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전환된 시점에서 문제를 공개한다는 것은 시험문제 유출과 다름없지 않느냐고 반론을 펼쳤다.

특히 임상영양사 자격시험 합격률은 평균 50%를 유지했고, 이는 국가고시인 영양사의 합격률이 45~50%인 것과 비슷한 수치라고만 밝혔다. 의사 간호사 약사 영양사 등 보건 관련 24개 직종의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합격률을 100% 공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D응시생은 “혹시라도 합격률이 낮은 것 아닌지 모르겠다. 만일 그럴 경우 협회 강의를 듣고 응시자격을 취득하려는 수강생이 현저히 줄어들지 않겠느냐. 한편으로는 영양사협회의 ‘임상영양교육’의 결과가 나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의혹이 증폭되면 사실과 진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짙은데도 굳이 영양사협회가 “전체 합격률 수치 안에는 정규시험, 자격시험, 재시험 응시자의 합격비율, 지역 별 편차 등 복합적인 요소가 섞여있어 합격률을 공개할 경우 이 수치만으로 시험 전체가 평가될 위험이 있다”고 애매모호한 말을 앞세워 합격률 미공개를 고수하는지 의문이라는 게 영양사계의 중론이다.

임상영양사 자격시험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영양사협회는 1996년 임상영양교육을 시작한 이후 지금껏 합격률을 공개하지 않아 시험이 끝나면 이런저런 풍문이 나돌았다. 다만 올해처럼 오답 시비, 재시험비 대폭 인상, 합격률과 시험문제 공개 요구 논란 등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분출된 적은 없다.

영양사협회 측은 그 배경을 2012년 임상영양사 자격시험 국가고시 전환을 앞두고 응시생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국가고시로 전환되면 응시 조건이 한층 까다롭기 때문에 응시생들 입장에서는 올해와 내년이 비교적 쉽게 자격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시기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에 응시생들 대다수는 고개를 끄덕이는 편이다. 문제는 ‘막차 타기’에 어떻게든 성공하고픈 응시생들의 심정을 영양사협회가 외면하고 오히려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논란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고 응시생들은 지적했다. 영양사협회가 이념단체나 정치단체가 아니라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곳인 만큼 그 존재 이유를 잊어선 안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일부 응시생은 “회원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 협회가 왜 필요하냐”고 격한 반응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A응시생은 “우리가 요구하는 사안과 관련해 아무 것도 못해주겠다. 무조건 협회가 맞다는 식의 답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는지 모르겠다. 협회는 회원을 위한 집단인지, 몇몇 집행진을 위한 집단인지, 그 정체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영양사협회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 사태를 초래해선 곤란하다.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영양사들의 한결같은 심정이다.


오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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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교사 2011-01-03 20:48:09
회원들이나 독자들이 알고자 하는부분을 공개해주는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duddidtk 2010-12-31 08:05:21
드디어 협회의 안일함과 대책없음이 세상에 들어나는건가...
솔직히 이러다가 사그러들거 안다.영양사들이 그렇거든 나도 영양사지만,,, 정말 단합도 안되고...

협회도 무의미하고 돈버는 족속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교재도 없는 수업듣고 시험합격하면 주는 자격증...조리사 자격증만도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