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밥솥 안전성 표류
알루미늄 밥솥 안전성 표류
  • 설동훈 기자
  • 승인 2010.12.31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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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출 허용기준치 조속 마련해야

 

알루미늄 밥솥 안전성 표류 용출 허용기준치 조속 마련해야 

알루미늄 밥솥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생산업체들의 이기심, 정책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 그리고 관련 학계의 무관심 등이 빚어낸 결과다. 그 바람에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날로 증폭되고 있다.

알루미늄의 유해성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세포에서 정상인보다 10배 이상의 알루미늄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으며,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1일 섭취 상한선을 체중 1Kg당 1mg 이하로 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알루미늄의 과다 섭취가 뇌와 피부 부신에 축적되고 폐와 뇌조직에서 알루미늄 농도가 증가한다고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스사모 회원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학교 급식용 알루미늄 밥솥을 스텐레스 밥솥으로 바꾸자는 취지의 홍보행사를 벌이고 있다.

 

알루미늄 용기의 용출과 관련된 연구논문도 속속 발표됐다. <조리시 조리용기로부터의 알루미늄 용출량 비교> <알루미늄 조리기구에서 산성조미료와 조리조건이 알루미늄 용출에 미치는 영향> <불소주입 수돗물에 의한 알루미늄 용기의 용출 특성> 등의 논문에 따르면 유기산과 염분이 함유된 음식물을 조리하거나 가열 조리시간이 길 경우 알루미늄 용출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중만 원광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는 “논문들이 나온 이후 관계 기관 등에서 식음용수의 알루미늄 함유 기준치를 0.2mg/L로 정한 것만 봐도 알루미늄의 인체 유해성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2007년에는 급식용 알루미늄 밥솥의 용출성 시험성적서도 나왔다. 시험성적서에 따르면 알루미늄 용출량이 167mg으로 WHO가 정한 1일 체중 1Kg당 1mg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여서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알루미늄 밥솥시장의 대형업체들은 알루미늄 밥솥의 생산 중단 및 보상판매 등을 통한 스텐레스 밥솥으로의 교환은 계획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급식업소에서 사용하는 다단식 취반기의 연간 판매량은 9,000대 정도로, 이 중 린나이가 70%, 한신기업이 22%를 차지한다.

허용기준치 설정 미비 업체 인식전환 없어
WHO 1일섭취 상한선 체중 1Kg당 1mg 규정


이런 생산업체의 입장은 무엇보다 국내에 알루미늄 용기의 용출과 관련한 허용기준치 설정 미비가 그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추측이다. 린나이 홍보실 측은 “알루미늄과 스텐 밥솥 등 소재의 안전성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당장 생산계획 등의 변화 등은 없다”고 밝혔다.

한신기업 측도 “아직 명확한 허용 기준치가 설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생산을 중단하거나 보상판매 계획은 수립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알루미늄 밥솥 외에 스텐 밥솥을 함께 판매, 소비자들로 하여금 제품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업체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생산업체들이 알루미늄 밥솥 용출의 유해성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부 방침에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유통과정에서도 알루미늄 밥솥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구매자들의 주장이다. 배창봉 동남코리아 이사는 “제품 생산을 위한 비교 분석을 목적으로 다단식 취반기를 구입한 적이 있는데 구매과정에서 밥솥을 알루미늄 또는 스텐 중 택일할 수 있다는 설명은 들은 바가 없어 알루미늄 밥솥이 셋팅된 제품을 그대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생산업체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취반기 구매시 알루미늄 또는 스텐 밥솥 선택 여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통해 선택이 가능하게끔 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린나이 홍보실 측은 “동일 사양의 모델이 있는 경우 밥솥의 교환 선택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구매과정에서 이를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부분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흥일 한신기업 부장은 “일방적인 제품의 판매는 결코 있을 수 없으며 취반기 판매과정에서 분명하게 소비자들에게 알루미늄 밥솥과 스텐 밥솥 중 택일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통해 인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 알루미늄 과다섭취 뇌에 농도증가 경고
식음용수 알루미늄 함유 기준치 0.2mg/L 제한
린나이 등 “알루미늄 밥솥 생산중단 계휙 없어”


하지만 취반기를 구입해본 구매자들은 업체들 주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생산업체와 소비자들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어진 데는 알루미늄 용기의 용출 허용기준치가 설정되지 않은 탓이다. 주무 관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물론 대한금속재료학회, 한국비철금속협회 등 관련 학회도 알루미늄 용기의 용출 허용기준치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전대훈 식약청 첨가물기준과 연구관은 “현재 알루미늄의 용기의 용출 허용기준치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EU 등 어느 나라에도 없어 우리나라에서 일방적으로 규제기준을 설정할 경우 WTO(세계무역기구)나 다른 나라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며 “다만 현재 외국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토대로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사모 행사장에 전시된 알루미늄 밥솥(좌)와 스텐레스 밥솥(우).

 

하지만 이런 식약청의 입장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스사모(스텐 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카페 운영자 전지현씨는 “이미 알루미늄 유해성을 경고했던 주무 관청이 외국과 관계 등을 들며 용기의 용출 허용기준치 설정을 미루는 건 왠지 군색한 모습으로 보인다”며 “진정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하루 빨리 기준을 설정,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용기준치 설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규제가 가능한 행정조치라도 강구해야 한다고 소비자들은 주장한다. 전지현씨는 “그동안 알루미늄 밥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업체와 접촉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며 “주무 관청이 특단의 조치를 마련, 국민이 안심하고 급식 또는 외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학계의 유기적인 연계가 이뤄져야 향후 발생 가능한 조리기구의 유해성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배동준 아미쿡 대표는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물론 금속공학과 교수들조차 용기의 용출 유해성 부분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주방용품이 차지하는 금속 사용량이 미미한 탓인지는 몰라도 국민건강과 직결된 부분인 만큼 차제에 관련 학계가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금속 재질로 제작된 조리기구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국민은 알루미늄 밥솥의 유해성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생산업체는 이윤 때문에, 국민건강을 책임진 정책 당국은 외국 통상을 들먹이며 두 손 놓고 있다. 이래저래 국민은 봉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설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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