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는 남아도는데도 부족한 ‘멸균우유’
원유는 남아도는데도 부족한 ‘멸균우유’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0.08.1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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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기간에 제공하는 무상우유급식… 개학 앞둔 시점에야 공급
현장, “무상우유급식, 직접 제공 아닌 바우처 방식으로 바꿔야”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 전북 A초등학교 B영양교사는 지난달 중순 우유 납품 대리점으로부터 방학 중 각 가정에 배송되는 무상급식용 멸균우유가 방학 시작인 7월 말이 아닌 8월 17일 이후에야 배송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A초등학교 개학은 그 다음 주인 8월 24일. B영양교사는 방학 중 무상우유급식을 이렇게 제공하면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대리점에 항의했지만, 대리점 측은 “본사의 공급계획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B영양교사가 본사에 항의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본사 우유급식팀 관계자는 항의를 받자 곧바로 멸균우유를 공급하도록 조치했다. B영양교사가 주변 학교 영양(교)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멸균우유 부족은 A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영양교사는 “급식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은 이상 대부분 감수하고 넘어가는 영양(교)사들이 많아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우유 공급계획을 어떻게 세웠길래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북 A초등학교와 같은 사례는 전북뿐만 아니라 경기도, 전남, 경북 등 전국 곳곳에 지난달 내내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된다. 연기된 개학으로 방학 시작이 늦춰지고, 기간도 짧아지면서 지난달 말까지 실랑이를 한 지역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방학 중 무상우유급식으로 사용되는 멸균우유의 양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유급식은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무상우유급식과 학생들이 자부담으로 먹는 유상우유급식으로 나뉜다. 무상우유급식은 정부가 예산을 부담하기 때문에 무조건 실시하는 반면 유상우유급식은 학교 자율적 의견수렴을 통해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대부분 학교는 무상우유급식 대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유상우유급식과 함께 실시한다.

서울우유가 방학 중 무상우유급식으로 제공하는 멸균우유를 제때 공급하지 못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사진제공 = 경남 고성군)
서울우유가 방학 중 무상우유급식으로 제공하는 멸균우유를 제때 공급하지 못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사진제공 = 경남 고성군)

또한 등교를 하지 않는 방학 중 무상우유급식 대상자들은 각 가정으로 직접 우유를 배달해주는데 이때는 우유가 변질되지 않도록 유통기한이 긴 멸균우유를 제공한다.

일선 영양(교)사들은 코로나19로 우유 소비가 급감해 원유 재고량도 남았을 텐데 멸균우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유업체 탓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체 우유급식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의 실책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서울우유 측은 올해 초부터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일선 영양(교)사들의 의견과는 상반된다.

무상우유급식은 지난 몇십 년 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한 사업인 데다 서울우유는 무상우유급식을 가장 많이, 가장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코로나19 영향이 있더라도 수요 물량 예측이 가능했다는 것.

즉 멸균우유는 방학 중 무상우유급식으로 제공되며, 코로나19는 연초부터 발생한 터라 서울우유가 예측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3월 이후 원유 재고가 많아 원재료 수급에도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우유 측이 안일하게 대응해 멸균우유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원유는 남아도는 상황이라 원료 수급은 문제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소비량에 맞게 생산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우유 사례를 두고 우유급식을 대하는 유가공업체와 낙농인들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의 한 급식 관계자는 “수년간 우유급식을 했던 서울우유가 적절한 대처를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무상우유급식을 세금으로 매출 올리는 단순 소비처로만 여겼기 때문에 생산계획과 재고관리 등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제기된 무상우유급식의 여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직접 전달이 아닌 바우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리점들은 별 이익이 남지 않는 ‘계륵’같은 무상우유급식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며, 특히 학생들은 기호에 맞는 우유를 선택할 수 있어 버려지는 우유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학생과 학부모, 학교와 대리점 모두 불만인 현 무상우유급식 정책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며 “바우처 방식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어 먹지 않고 버려지는 우유와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서울우유 관계자는 “자사의 생산계획과 재고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코로나19로 학기 중에도 멸균우유을 공급한 탓에 조합과 OEM 생산까지 합쳐도 방학 중 공급할 멸균유유가 부족하여 각 대리점에 학교 측과 조율하도록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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