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 유치원, 이번엔 꾸러미로 ‘입방아’
‘햄버거병’ 유치원, 이번엔 꾸러미로 ‘입방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8.1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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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병 일으켰던 안산시 H유치원 꾸러미에서 쌀벌레 나와
급식 관계자들 “급식 비전문성이 가져온 인재, 전문가에 맡겨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 6월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경기 안산시 H유치원 학부모들에게 벌레가 나오는 쌀, 잡곡 등의 ‘친환경 식재료 꾸러미(이하 꾸러미)’가 택배로 보내져 또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시당초 식재료 보관과 운송 등에 전문성이 있는 급식 식재료 공급업체를 통해 배송을 했다면 이런 일까지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꾸러미는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학교나 유치원의 급식비로 식자재를 구매해 각 가정에 전달하는 사업이다.

H유치원 일부 학부모들로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지난달 30일부터 가정으로 배달된 꾸러미에서 쌀벌레가 나오거나 변질된 식재료가 있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이 받은 꾸러미에는 10㎏ 쌀 한 포대나 쌀 5㎏와 잡곡 4종(2㎏)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이 꾸러미의 쌀이나 잡곡에서 쌀바구미와 유충 등이 나온 것. 비대위 주장에 따르면, 31일까지 약 30명의 학부모가 받은 꾸러미에서 벌레가 나왔다.

여기에 포장지에는 쌀의 생산 연도나 도정 일자가 표기되지 않은 것도 있었으며, 등급은 ‘특’ ‘상’ ‘보통’ 가운데 가장 낮은 ‘보통’으로 표기돼 있었다. 이처럼 문제가 불거진 꾸러미 사업은 안산시가 주도해 관내 업체들에게 제작과 배송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시 관계자는 “학생 1인당 10만 원 가량의 예산으로 식재료를 구매해 배송을 의뢰했다”며 “안산시뿐만 아니라 타 지자체에서도 공통적으로 진행한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쌀벌레 등이 나온 경위에 대해 안산시와 경기도교육청 등이 조사를 벌인 결과, 쌀을 배송한 곳은 안산시내 A정미소였고, 당초 6월 18일 배송 예정이었지만 해당 유치원에 식중독 사고가 발생해 한 달가량 배송이 지연되면서 상온 보관한 쌀에 변질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급식 관계자들은 “급식 비전문가에게 전적으로 맡겨진 탓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A업체 관계자는 “일반 농산물에 비해 변질이 되기 쉬운 친환경농산물을 취급해본 급식 전문업체들은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이번과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배송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면 기존 농산물의 판로를 변경하고, 향후 배송일자가 다시 확정될 때 식재료를 준비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건 역시 급식 전문가들이 맡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며 “eaT(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를 비롯한 학교급식지원센터와 연관된 급식업체들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인데 꾸러미 같은 사업은 급식 전문업체들이 잘할 수 있는 업무이기 때문에 앞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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