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교)사 대체 인력풀’ 도입한 교육청 ‘호평’
‘영양(교)사 대체 인력풀’ 도입한 교육청 ‘호평’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1.06.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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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충북교육청이 운영하는 대체 인력풀… 만족도 높아
불가피한 영양(교)사 공백 시 업무지원, 전국으로 확대돼야

# 1.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해 깁스를 하고 출근하고 있어요. 병가를 내려고 기간제 구인 공고를 내봐도 쉽사리 구해지지 않더라고요. 결국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A영양교사)

# 2. “몇 년 전 가족이 상(喪)을 당했는데 마침 입찰기간이라 노트북을 가지고 휴게실에서 업무를 마쳤습니다. 계속 울어 눈이 퉁퉁 부은 상태로 업무처리를 하는 내 모습을 거울로 보니 한편 허탈했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 일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
(충청북도 충주시 B영양교사)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아프거나 갑자기 급한 일이 발생해도 급식실을 비우기 어려운 영양(교)사들을 위한 ‘대체 인력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 같은 여론과 필요성에 따라 몇몇 지역 교육청에서 영양(교)사들의 불가피한 공백 시 업무지원을 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이런 기류가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영양(교)사 공백 시 해당 학교가 기간제 교사 모집 공고를 올리고, 기간제 교사풀에 등록된 영양(교)사들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수도권에 비해 지방, 특히 도서지역의 경우 대체 인력을 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1개월 미만의 단기간 근무지는 구인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급식지원센터’ 만족도 높아

이 같은 현장 영양(교)사들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충청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 이하 충남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교육급식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를 설치해 관내 영양(교)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센터에는 경력이 많은 영양교사 2명이 배치돼 영양(교)사 부재 시 대체 인력으로 지원된다. 특히 영양(교)사 부재에 따른 학생 영양관리 공백을 해소하고, 신입 및 경력 적은 영양(교)사의 급식운영과 교육 전문성 신장을 위한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단기 업무지원 23개교 120일, 컨설팅 50개교 108일을 지원했으며, 올해도 역시 5월까지 단기 업무지원 9개교 50일, 컨설팅 20개교 50일을 지원했다.

몇몇 지역 교육청에서 영양(교)사들의 병가나 연가 시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 인력을 지원하고 있어 급식 관계자들의 눈길을 끈다. 사진은 충남교육청 유경희 파견교사가 지원 학교에 찾아가 조리사(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
몇몇 지역 교육청에서 영양(교)사들의 병가나 연가 시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 인력을 지원하고 있어 급식 관계자들의 눈길을 끈다. 사진은 충남교육청 유경희 파견교사가 지원 학교에 찾아가 조리사(원)들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

지원센터의 단기 업무지원은 영양(교)사의 2일 이상 5일 이하 병가나 특별휴가, 출장, 연수, 연가 등으로 급식업무에 공백이 발생하거나 긴급한 의원면직·휴직 등으로 대체 인력이 필요한 학교의 요청으로 이뤄지게 된다. 업무지원 내용은 급식관리 전반(식단작성, 영양·위생교육, 조리지도 등), 식재료 수·발주 관련 업무, 급식운영 서류 작성 등이다.

충남교육청이 지난해 지원한 73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지원센터의 지원 및 절차에 대한 만족도’ ‘급식 발전 기여도’ 등에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개선 요구사항으로 ‘지원센터 인력 부족으로 지원 기간이 짧아 아쉽다’ ‘지원이 다른 지역 교육청까지 확대됐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충남교육청 체육건강과 지원센터 유경희 파견교사는 “지원센터는 영양(교)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건강 및 영양관리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급식 만족도를 높이고, 급식업무 담당자에게는 근로환경 개선과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견교사, 교육지원청에 배치

충청북도교육청(교육감 김병우, 이하 충북교육청)도 올해 ‘학교급식기본방향’에 영양(교)사가 병가, 특별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워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지원청이 학교급식 현장 업무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충북교육청은 청주와 충주지역 교육지원청에 경력이 풍부한 파견교사를 시범적으로 배치해 운영하면서 영양(교)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업무지원 내용은 충남교육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원인력이 교육청 본청이 아닌 지역 교육지원청에 파견돼있는 형태여서 좀 더 현장감 있는 지원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충주지역은 관내 학교가 60여 개로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영양(교)사 공백 시 기간제 교사 등 대체 인력 채용이 어려웠다. 하지만 교육지원청 소속 파견교사로 인해 긴급한 영양(교)사 공백이 발생해도 급식운영 전반에 대한 지원은 물론, 경력이 적은 영양(교)사들의 업무 적응을 위한 컨설팅도 함께 실시되고 있어 매우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충주교육지원청 오은정 파견교사는 “해당 지역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어 급식운영 전반에 대한 지원은 물론 납품업체, 조리원 인력관리 등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며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워야 하는 영양(교)사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학교 관계자들의 만족도도 높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영양(교)사 대체 인력풀, 확대돼야

충청지역의 두 교육청과 같이 학생들의 영양과 안전한 급식을 책임지는 영양(교)사들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관측되면서 이 같은 지원제도가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특히 올해부터 유치원도 학교급식법에 포함되는 만큼 전문 영양(교)사의 수요가 그만큼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급식 관계자는 “특히 유치원까지 학교급식 범주에 들어온 만큼, 급식실의 위생·영양을 책임지는 영양(교)사들의 대체 인력풀에 대한 요구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일부 지역에만 도입된 지원제도가 전국적으로 확대돼 영양(교)사 공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식중독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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