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그릇·급식비’ 평행선 다툼에 경기교육청 뒷짐
‘국그릇·급식비’ 평행선 다툼에 경기교육청 뒷짐
  • 이금미 기자
  • 승인 2022.05.27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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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국 담긴 식판 위험” vs “식기 추가로 노동강도 세져”
“조리종사자 급식비 면제… 급식 질 저하” vs “교육공동체 오랜 관행”

[대한급식신문=이금미 기자] ‘국그릇’과 ‘급식비’를 두고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 교직원 노조 간 평행선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경기교육청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학생이 안전한 식사권 확보를 위해 국그릇을 사용하자는 경기교사노동조합(위원장 송수연)의 주장이나 조리종사자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국그릇 사용을 줄이자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지부장 성지현)의 반박 모두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아니어서다.

조리종사자들 급식비 문제도 마찬가지 상황. 특히 경기교육청이 올해부터 학교급식비에서 인건비를 분리하면서 현재 경기지역 학교급식비에는 학생급식비(무상급식비)만 편성돼 있다. 하지만 공무직본부 경기지부가 언급한 것처럼 종리종사자들이 내야 할 급식비를 면제해 주는 것 또한 언젠가부터 오랜 관행으로 자리를 잡아 왔다.

학교현장에서는 국그릇 제공과 급식비 면제와 관련 경기교육청이 나서 명확한 지침을 내려야 평행선 갈등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학생 안전 식사권 확보해야”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유아와 초등학생의 경우 신체조작이 미숙해 뜨거운 국이 담긴 식판에 배식을 받고 넘치지 않게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학교급식실에서 국그릇을 제공하고 있다는 부연도 이어졌다. 그는 또 식판이 아닌 쟁반에 각종 반찬 그릇과 밥그릇, 국그릇을 담아 급식하는 단체급식 식당도 많고, 교정급식에도 국그릇이 따로 제공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급식실이 아닌 교실에서 급식을 먹는 초등학생들도 많다”면서 “국그릇 하나로 아이들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식사할 수 있다면 제공하는 게 맞다. 학생 인권과 안전한 식사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그릇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경기교사노조의 요구에 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급식노동자의 업무 환경을 악화하고 학교 내 직종 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교직원 직종 간 갈등 부추겨”

공무직본부 경기지부 관계자는 “현재 배치기준으로 1명의 조리종사자가 100인 분이 넘는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라며 “이 같은 노동환경에서 식기가 추가되면 급식노동자의 노동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음식을 한 조리실을 위생적으로 유지하고 식판, 수저와 젓가락 심지어 식당 청소까지 하는 현실은 무시한 채 식기만 늘리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경기교사노조가 노동자 건강권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교육청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보면 교직원에게 별도의 편의를 제공하는 학교급식을 운영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위생관리 등을 고려해 교직원식당을 별도 운영하거나 식단, 기구 등 교직원을 대상으로 별도 운영하는 것을 지양하라는것.

공무직본부 경기지부 관계자는 “식기 추가는 조리종사자들의 노동강도와 직결된다”면서 “학교급식실의 현실을 따져 보면 국그릇 추가가 아닌 조리종사자 인력 확보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달 14만 원 급식비도 지원”

경기교사노조는 조리종사자들이 급식비를 내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도 학생급식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며 ‘이중 지원’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모든 교직원들에게 매달 14만 원의 정액급식비가 급여에 포함돼 지원되는데, 조리종사자들이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학교급식비 면제를 요구하거나 면제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교직원 부담 급식비는 학생 1인 1식당 지원되는 학교급식비(무상급식비) 금액에 더해 지자체가 지원한 금액이 합해져 책정된다. 경기지역 31개 시·군마다 학교급식비가 다른데, 무상급식비 2500원에 더해 지자체가 지원한 1000원 안팎의 지원금 등 약 3500원 수준이다.

특히 경기교육청이 올부터 무상급식비 중 인건비를 분리함으로써 현재 경기지역 학교급식비에는 조리종사자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조리종사자들의 급식비 면제는 사실상 학생들의 급식비를 나누어 식비를 분담하는 것으로 학생 1인당 급식량을 줄이거나 식품의 질을 낮추어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급식노동자의 급식비 징수 거부는 경기교사노조가 주장하듯 단순히 자신의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급식이므로 급식비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급식노동자의 식사조건과 연관이 있다”고 반박했다.

학교급식 조리종사자들은 밥을 만들 뿐만 아니라 배식을 하고 뒷정리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제때에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조리종사자들이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할뿐더러 서둘러서 식사를 마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도 1식당 정해진 학교급식비를 내고 급식을 먹어야 하느냐는 반문이다.

“교사처럼 느긋하게 먹고 싶다”

공무직본부 경기지부 관계자는 “우리를 향해 경기교사노조가 ‘학생들을 속여 밥을 뺏어 먹는 존재’로 규정했는데, 급식노동자의 급식비 면제는 낮은 수준의 임금을 조금이나마 메꾸자는 교육공동체의 현실적인 고민이 만들어 낸 오랜 합의사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급식노동자들은 배식업무가 있기 때문에 교직원과 동일한 조건의 식사시간을 보장 받기 힘들다”면서 “경기교사노조 소속 교사들처럼 급식노동자들도 제때에 느긋하게 식사하고 싶다”고 성토했다.

경기교육청은 학교급식에 종사하는 교육공무직의 급식비 면제와 관련, 해당 학교급식실의 근무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복리후생 차원에서 학교급식법시행령 2조 2항 9호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자문) 뒤 급식비 면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경기교육청은 교직원 직종 간 다툼을 불러온 급식실 국그릇과 급식 조리종사자의 급식비 면제 문제에 대해 앞서 내린 지침대로 ‘학교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 결국 학교로 떠넘겨”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식 기본방향은 교육청 학교급식운영위원회에서 나온 여러 의견이 정리된 권고 사항”이라며 “급식 식기 제공 여부와 조리종사자 급식비 면제 문제는 학교 권한으로 교육공동체가 의논해 결정할 사안”라고 답했다. 덧붙여 “교육청은 각급 학교에 교직원과 학생이 똑같은 식기에 평등하게 배식받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학교현장에서는 경기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학교급식실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열악한 조리종사자 배치기준을 모른 척하고 국그릇을 제공할 수도 없고, 조리종사자 급식비 면제 관행을 하루아침에 무시한 채 급식비를 징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경기 A중학교 교장은 “학교 형편에 따라서 학교급식실이 운영되다 보니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조리종사자들 사이에선 ‘같은 일을 하는데 어느 학교는 어떻다’는 비교나 불만이 쌓인다”면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경기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떠넘기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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