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산물 사용은 신뢰확보가 관건
친환경 농산물 사용은 신뢰확보가 관건
  • 임지윤 인천 만수고등학교 영양교사
  • 승인 2011.11.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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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테리아

지난해부터 학교급식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친환경 급식이다. 친환경 농산물 등 안전한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해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자는 취지이다.

물론 친환경 급식이 좋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영양(교)사는 없다. 친환경 급식은 필요하고 제대로 시행이 된다면 그 이상 좋은 급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영양(교)사들은 친환경급식과 관련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친환경 급식의 기본이 되는 친환경 농산물의 품질인증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친환경 농산물은 쌀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품질인증을 하고 일부 시·도의 경우 사용 장려를 위해 지원금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연례행사처럼 터져나오는 것이 바로 친환경 농산물의 품질 문제이다.

해당농산물에 대해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방식으로 품질인증을 하고 보다 인증 후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식재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쌀조차 품질인증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과연 다른 식재료에 대한 품질인증에 신뢰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영양(교)사들의 의문이다.

더욱이 급식에 사용한 친환경 농산물이 문제가 될 경우 품질인증 또는 관리가 지자체 소관이고 학교의 경우 품질검사를 할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나 장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은 모두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해 사용한 개개 학교가 지게 된다. 자연 학교와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완전한 신뢰가 보장되지 않는 한 친환경 농산물의 사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산상의 문제도 친환경 농산물 사용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원인의 하나이다. 친환경 농산물의 경우 일반 식재료에 비해 단가가 높다. 자연 식단을 구성하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고가의 친환경 농산물 시금치를 구입해 메뉴를 구성해도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시금치나물일 뿐이다. 가시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식재료와 다른점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당수의 학생들은 친환경 농산물의 사용으로 식단이 부실해질 경우 그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 당장 학생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반찬의 가짓수와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또 친환경 농산물을 급식에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친환경 농산물은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장점이 많지만 유기농법으로 생산되는 특성상 식품 위생적인 측면에서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실례로 외국의 경우 친환경 농산물에서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있고 식품위생학자들이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는 친환경 급식은 분명 학교급식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신뢰도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품질 인증에 대한 철저한 사전·사후관리와 함께 생산자 및 유통업자들의 투명성과 도덕성이 확보 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친환경 농산물을 신뢰하고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친환경 농산물을 식단 구성에 반영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의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양질의 안전한 식재료라 할지라도 이를 구입할 수 있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구매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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