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 감동을 주는 급식을 주고 싶다
[서윤] 감동을 주는 급식을 주고 싶다
  • 편집국
  • 승인 2012.08.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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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 군산 우리별유치원 영양사
영양사와의 인연은 신규 급식을 실시하는 곳에 근무하면서 시작됐다.

첫 출근 했을 때 당시 굵직굵직한 집기들은 준비돼 있었지만, 작은 집기들은 없었다. 들어 오븐기는 있지만 오븐 팬들은 없었고, 회전국솥은 하나 있지만 다른 조리를 위한 냄비는 없다. 또 가스렌인지는 있지만 조리 기구는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감사했다. 영양사라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 기뻤다.

매일 야근했는데, “일이 서툴러”라는 말뿐…
3월1일자로 채용됐는데 개학 다음날부터 바로 급식이 시작됐다.

정해진 급식일에 급식이 이루어지기까지 집단급식신고를 시작으로 나이스상에 입력해야할 기초자료, 식단 작성 및 식재료 품의, 급식에 필요한 집기며 소모품 구입, 운영위원회 심의 등으로 늦은 밤까지 일을 했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업무는 4월이 되어서야 마무리 됐다. 그제서야 비로소 정상 퇴근이 가능했다. 물론 시간외 근무를 하여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수당은 없었다. 사정을 모르는 분에게 ‘퇴근을 못하는 건 영양사가 서툴러서다’ 라는 말도 들었다.

의견을 말할 수도 없는 근무환경
지역 내 다른 곳에서 방학 중 방과후의 수업을 운영하며 100명이상의 급식을 실시하고 싶은데 영양사가 필요하다고 요청을 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곳의 급식에만 집중해 영양사 업무에 최선을 다하여 운영한다 해도 면역력 약한 아이들이라 여름철 식중독이란 숙제를 짊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근데 방학을 2주정도 남긴 상황에서 공동관리까지 거론되고 있어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라는 명목 아래 학교회계직영양사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여러 상황들에 고민돼 적절한 방법을 찾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또 돌봄교실을 운영하게 됐다며 저녁 급식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중식 때 양을 넉넉하게 준비했다가 남겨 저녁에 달라는 말씀이다.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에도 조리완료 후 2시간 내에 배식완료라는 내용이 있다. 면역력 약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급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위생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한다.

중식을 남겨 저녁에 배식하는 건 안된다고 까진 말할 수 있었지만 학교회계직영양사라는 신분에서 저녁급식은 못하겠다는 이야기는 입에 올리지 못했다.

식단 작성 및 품의 등 저녁급식 관련 일들은 영양사의 몫이다. 성인들도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시간이 되면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데 어린 학생들이 늦게까지 부모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안타까움과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맞벌이 부모의 입장에서도 저녁급식이라고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업무는 많고, 배움의 기회는 적어
‘영양사 정규근무시간 내 식단 구성 제공’이라고는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고 성장기 학생들에게 바른 영양을 공급하고 다양한 식단 구성으로 만족도 높은 급식을 위해 노력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메뉴 개발, 연령별 식단관리, 식습관 개선을 위한 영양상담 등 연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회가 적다. 결국은 수요자가 원하는 급식의 질보다 앞서 가야하는 부담은 영양사 개인이 떠안고 가고 있다.

영양사에게 요리명만을 나열하는 그런 방식의 식단작성과 식재료 선정으로 끝나는 업무가 아닌 본연의 업무에 충실 할 수 있도록 연수의 기회와 근무 조건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학생, 학부모에게 만족도를 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급식이 제공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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