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조미료 다양한 식단으로 친환경 급식하는 성결유치원
천연조미료 다양한 식단으로 친환경 급식하는 성결유치원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08.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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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는 유기농, 국거리는 한우...안전한 먹거리 도전1년 2개월만에 영양과 맛 두마리 토끼 잡는데 성공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 먹었어요.”
“어머 정말이네. 참 잘했어요.”


7세 대상인 열매반 원생들의 점심 급식 시간. 정우가 밥알 하나 없이 깨끗하게 비운 식판을 내보이며 신나는 표정으로 유치원반 선생님께 자랑한다. 오늘 반찬이 뭐길래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었을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이나 소시지였나 하는 생각에 아직 밥을 먹고 있는 원생의 식판을 들여다봤다. 그러나 웬걸. 밥은 흑미에 버섯들깨국이었다. 반찬도 생선 조림, 오이소배기, 그리고 도라지였다.

어른들이 건강식으로 즐겨 먹는 신토불이 식단. 보통의 또래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원생들은 맛있게 동무들과 웃음꽃을 피워가며 먹고 있었다. 심지어 정우 옆에 앉은 짝꿍병규는 1등 자리를 뺏긴 억울함을 호소하며 흑미밥과 오이소배기를 입 안 가득 넣으며 부지런히 수저를 들었다. 심지어 유난히 씩씩한 성격의 병규는 “전 오이소배기가 가장 맛있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점심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한 명씩 줄을 서서 그날의 후식을 받아들고 제자리에 가 앉았다. 후식 메뉴는 수박. 너무 달고 시원하다며 한두 개씩 더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열매 반 담당교사 박보영씨도 한마디거든다.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어요. 이 반찬들 모두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야채나 과일은 유기농산물을 쓰는 친환경 급식이에요.”

1년2개월 전 친환경 급식 시작

개원한지 24년된 강남에 있는 성결유치원이 친환경 급식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3월 강정현 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평소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내 아이들은 유기농으로 먹이는데 우리 원생들이 일반 급식을 먹고 있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지난해 부임하면서 먼저 한 일이 친환경 급식을 시작한 거죠.” 환경 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62명이나 되는 5 ~ 7 세의 유아들이 모두 토속적인 한식 위주의 식단을 처음부터 잘 먹었던 것은 아니다. 김치나 된장국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없지 않았다. 때문에 강원장과 영양 담당인 이순주 조리사는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 입맛에 맞는 조리법을 고민한 끝에 해법을 발견했다. 답은 ‘천연조미료의 응용’이었다. 이 조리사는 원생들을 위한 자신만의 조리법을 소개했다.

“아이들의 입맛을 고려해 약간 달게 만들고, 맵지 않게 조리하려 했어요. 단맛도 설탕 대신 꿀을 쓰고 된장국물도 다시마나 멸치 같은 천연 재료를 우려 맛을 냈죠. 그렇게 하면 시금치 같은 야채도 살짝 단맛이나 먹기 좋고 꿀을 사용해 몸에도 좋죠. 또 김치도 화학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으면 맵지 않으면서도 씹을 때 아삭아삭해 아이들이 먹는 재미를 느끼더군요.”

▲ 강정현 원장은 항상 원생들의 급식현장을 살펴보고 일지를 작성한다.
당근밥 등 다양한 식단으로 아이들 입맛사로잡아

화학 소금은 천일염으로 대체하고 국거리는 한우, 불고기는 호주 청정우를 사용했다. 주식인 밥은 발아현미, 찹쌀 팥밥, 당근밥 등 다양하게 선보이며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비법은 또 있다. 새로운 메뉴개발이다.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생선을 커틀렛으로 만들거나 단호박을 조림으로 제공한다. 거부감 없이 친환경농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한 것. 계절을 고려한 제철음식과 검은깨절편 같은 전통 음식도 자주 제공하려 노력한다.

그렇다면 재료 구입에 많은 비용이 들지는 않을까? 현재성결유치원이 1년에 사용하는 재료는 170 ~ 180가지다.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는 고가의 가공 식품 대신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가급적 단순한 요리를 만들어 내놓았다. 야채나 과일 등을 친환경 재료로 사용하면서도 급식비를 올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친환경 급식에 익숙해지면서 아이들이 맛있는 반찬만 골라 먹으려다보니 편식습관과 잔반도 골칫거리였다. 그럴 때는 선생님들이 “우리 철수가 5살이니까 나이만큼만 반찬을 하나씩 골고루 더 먹을까?”라고 유도하며 아이들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했다. 강원장들은 매일 급식 시간에 어떤 음식이 많이 남았는지 점검하고 잔반양을 체크해 어떤 재료를 더 넣거나 덜 사용해야 하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일지에 적었다. 이렇게 작성된 일지는 다음 메뉴개발이나 급식 준비에 그대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노력들은 곧 결실을 맺었다. 아이들 몸이나 행동상태가 몰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한 것. 특히 아토피를 앓던 원생들의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보면서 강원장은 더욱 확신을 얻었다. 또 아이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있었다. 유치원 교사 경력 10년차인 박 교사는 친환경 급식전과 후에 아이들의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언급했다. “친환경 급식을 시작한 후 아이들 행강정현 원장은 항상 원생들의 급식 현장을 살펴보고일지를 작성한다. 동이 몰라보게 침착해졌어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자라서인지 밝으면서도 서로 배려할 줄 알아요.”

결국 성결유치원의 1년2개월의 친환경 급식은 ‘영양과 맛’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아이들의 성격까지 밝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친환경 급식에 대한 강원장의 마지막 한마디는 특히 인상적이다 “. 급식은 단순히 점심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맛을 찾아주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주는 현장입니다.”

글 _ 최은성 기자 chic47@naver.com사진 _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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