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편집팀
  • 승인 2015.05.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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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공단 서울지역본부장 이충호 본부장

칼럼

서커스단 천막을 배경으로 덩치 큰 코끼리 한 마리가 가는 쇠사슬에 발목이 묶여 있는 사진을 본적이 있다. 어릴 적에는 힘이 모자라 쇠사슬을 끊지 못했지만 덩치가 커져서도 고정관념에 빠져 끊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고정관념이라는 자기 틀에 갇혀 변화를 거부하고 더 큰 이익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일터의 안전문제다.

‘일을 하다보면 다칠 수도 있지’ ‘설마 내가 일하는 곳에서 사고가 날라고?’라는 안일한 생각에 일터에서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안전 활동조차 하지 않는 사업장은 여지없이 산업재해가 발생한다. 전국의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매일 250여명의 근로자가 다치고 그중 5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다.

최근 몇 년간 산업재해가 증가추세를 보이는 음식업종을 보면 화상, 절상, 넘어짐과 같은 부상재해와 근골격계질환 등 작업성질환이 많다.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던 여종업원이 고온의 튀김 기름이 눈에 튀어 실명 위기에 놓이고 물기가 있는 주방에서 식재료를 옮기던 주방장이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다리가 골절되는가 하면 오랫동안 홀 서빙을 하던 50대 중반의 여성이 허리통증을 호소한다.

그런데 정작 사업주는 사고의 원인을 모두 근로자의 부주의로 돌린다. 그리고 산재보험에 가입해 보험급여로 치료해준 것으로 고용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안전을 위해 반드시 공학적이고 기술적인 복잡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미끄러운 주방 바닥을 물기가 없도록 배수시설을 바꾸면 최선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끄럼방지용으로 만든 작업화만 지급해도 넘어짐 재해예방이 가능하다. 무거운 음식과 식재료를 식당전용 운반카로 운반하게 하고 조리대 높이를 종업원 키에 맞춘다면 요통을 호소하는 종업원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산업재해를 입은 종업원은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한다. 식당과 같은 소규모 사업장이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외국인을 쓰는 현실에서 작업환경이 열악하면 고용은 더욱 어려워진다. 종업원이 다쳐서 입원하면 보험으로 지급되는 비용 외에도 지출해야 하는 부가적인 비용이 만만찮다. 이러한 엄청난 손실을 못 보거나 애써 외면하는 사업주들이 많다.

울타리도 없는 서커스단 천막 앞의 코끼리가 발목을 묶은 가느다란 쇠사슬을 끊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과 흡사하다. 간단한 개선만으로도 위험을 줄이고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데 재해발생을 자연현상이나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은 쇠사슬에 묶인 코끼리를 연상케 한다.

예방에 들어가는 비용이 사고나 재해로 인한 손실비용보다 훨씬 적게 들 텐데 말이다. 산업재해는 예방이 가능하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산업재해가 자신을 비켜가겠지 하고 안전보호구 착용을 게을리 하는 근로자나 기본적인 안전 활동조차 기피하는 사업주는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근로자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업주라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 것이다. 또한 종업원은 매일 양말을 신듯 보호구 착용, 안전수칙 준수, 정리정돈을 생활화해야 한다. 내 일터의 안전, 내 건강은 스스로 지키는 게 자신을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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