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세끼' 통해 주목받은 '군소'… 자칫 독성간염 발생
'삼시 세끼' 통해 주목받은 '군소'… 자칫 독성간염 발생
  • 이의경 기자
  • 승인 2015.06.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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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아도 독성 성분 파괴되지 않아, 알·내장 완전 제거해야 안전

 

'삼시세끼-어촌편'에서 가장 많이 출연하며 일명 '착한 어종'으로 꼽히던 '바다 달팽이' 군소(sea hare)의 알과 내장이 독성 간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동국대 의대 경주병원 소화기내과 서정일 교수팀은 '군소 섭취 후 발생한 독성 간염 4예' 연구를 통해 군소의 내장과 알을 섭취한 4명이 독성 간염에 걸린 사실을 밝혀냈다. 독성 간염(toxic hepatitis)은 독성 물질(식품ㆍ한약ㆍ양약ㆍ건강기능식품 등)에 노출된 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가리킨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50세 남성은 병원을 찾기 5일 전에 군소 회와 내장을 먹은 후 황달ㆍ구토ㆍ설사ㆍ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고 간 조직검사 결과 간세포가 상당수 죽고 풍선 모양으로 변형돼 독성 간염으로 진단됐다.

또따른 69세 여성 환자 역시 병원에 오기 하루 전 삶은 군소를 먹은 뒤 구토ㆍ복통 증세를 보였고 39세 남성 환자는 병원 방문 5일 전 군소 알 섭취 뒤 황달ㆍ구토ㆍ복통 증세를 호소했다. 59세 여성 환자는 병원을 찾기 10일 전 삶은 군소를 먹었다.

서 교수팀은 "독성이 있다고 알려진 군소의 내장과 알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채 먹은 게 문제였던 것 같다"며 "아플리시아닌의 독성은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아 군소를 삶아 먹어도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소엔 디아실헥사디실글리세롤과 아플리시아닌이란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디아실헥사디실글리세롤은 군소 알의 지방 성분으로 구토ㆍ설사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장과 알에 든 아플리시아닌은 항균ㆍ항바이러스제 등 약물로도 연구되고 있다. 다른 항균 약물들처럼 사람의 간세포에 염증을 일으켜 독성 간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피지 섬에서 기름에 튀긴 원뿔군소의 내장을 먹은 뒤 구토ㆍ설사ㆍ떨림 등이 나타난 사례도 있다.

군소에 의한 독성 간염은 5∼7월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 시기가 군소의 산란기로 알을 함께 섭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서 교수팀은 분석했다.

군소는 일반적으로 물에 담가 보라색 액을 완전히 제거한 후 삶아서 먹는다. 이처럼 군소의 알과 내장을 완전히 제거하고 먹으면 식품안전상 전혀 문제가 없다.

서 교수는 "시중에선 내장이 제거된 군소를 삶아 판매하고 있으나 군소를 많이 접하지 못한 일반 시민ㆍ관광객은 독성에 대한 정보 없이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군소는 긴 달걀 모양에 길이는 40㎝ 정도로 머리에 촉각ㆍ후각을 느낄 수 있는 더듬이가 있다. 흑갈색 바탕에 다양한 크기의 백색 얼룩무늬를 갖고 있다. 3∼7월경 얕은 바다의 해조류나 바위 틈에 알을 낳고 외부 자극을 받으면 보라색 액을 내뿜는 게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남해안ㆍ동해안ㆍ제주도 등 얕은 수심에서 흔히 발견된다. 독특한 향과 식감을 지녀 해안가 주민들에겐 인기 있는 해산물로 경상도 일부 지역에선 제사상에 오르기도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내과학회지’ 최근호(2015년88권6호)에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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