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학교급식에서 친환경과일은 없다?
올해부터 학교급식에서 친환경과일은 없다?
  • 연승우 기자
  • 승인 2016.01.08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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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농약농산물 인증제 폐지로 수급 혼선 우려

올해부터 친환경농업제도의 변화로 인해 학교급식에서 친환경농산물 수급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친환경농업의 인증제도 중 저농약농산물 인증이 올해부터 폐지되기 때문이다.

저농약농산물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기존 재배방식보다 2분의 1 적게 사용하지만 농약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친환경농업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고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이미 지난 2009년 저농약농산물 인증을 올해부터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학교급식에서는 친환경 저농약농산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일부 품목에서 친환경농산물 수급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 친환경농산물 인증제 변화로 인해 학교급식에서 과일 수급에 영향이 클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저농약농산물 인증 왜 폐지되나?

 

친환경농산물은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산물, 유기합성농약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시비량의 3분의 1 이하를 사용해 재배한 무농약농산물, 유기합성농약의 살포횟수는 2분의 1 이하 화학비료는 권장시비량의 2분의 1 이하로 사용해 재배한 저농약농산물로 분류했다.

이처럼 화학비료나 농약을 친 농산물까지 친환경농산물에 포함시켜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기술수준이 높은 유기농보다는 무농약이나 저농약에 머무르게 하고 있어 친환경농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농식품부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회복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저농약농산물은 올해부터 폐지하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10년부터 신규 인증이 중단됐고 2010년 이전에 인증을 받은 농가는 2015년까지만 유효기간을 연장해 왔으며 올해부터는 저농약농산물 인증이 완전히 폐지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품목에서 저농약농산물 인증을 받은 농가들이 무농약농산물 인증이나 유기농산물 인증으로 전환하지 않고 저농약농산물 인증에 머물러 있는 등 부작용을 해소하고 친환경농업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 폐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저농약농산물 인증의 폐지로 인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은 과일이다. 과일류가 저농약 인증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2014년 인증 현황을 보면 저농약농산물 인증의 71.2%를 과일이 차지하고 있다. 과일류에 저농약농산물 인증이 많은 이유는 병충해에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의 조사에 따르면 농가들이 친환경농업으로 재배할 때 과일류는 병해충 관리 55.5%, 잡초 관리 31.0%, 토양 관리 10.5% 등으로 어렵다고 응답했고 채소류는 병해충 관리가 40.5%로 과일보다는 적게 나왔다.

비닐하우스에서 주로 재배되는 채소류와는 달리 노지 과수원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벌레와 병균으로부터 관리가 힘들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농작물을 키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들은 무농약농산물이나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지 못하고 대다수가 저농약농산물 인증만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저농약 폐지로 시장에서 사라지는 친환경과일들

저농약농산물 인증이 폐지되면서 친환경농산물 생산량도 급감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친환경농산물 거래규모는 평년작황을 가정할 경우 2014년 대비 2.3% 정도 감소한 2조 3664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016년 친환경농산물 거래 규모는 2015년 대비 20.8% 정도 감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큰 폭으로 친환경농산물이 감소하는 이유는 저농약농산물 인증 폐지에 따른 친환경과일의 시장규모가 크게 감소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친환경과일은 2014년 7800억원에서 2016년 2087억원으로 약73% 감소할 전망이다.

농경연 정학균 박사는 “저농약으로 재배하던 과실류 재배 농가가 유기나 무농약의 상위 인증단계로 전환하기보다는 GAP 인증을 받으려 하거나 일반관행으로 회귀하려는 의향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저농약농산물 인증이 폐지되는 올해부터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이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쭣학교급식엔 어떤 영향을? 저농약농산물 인증이 폐지되면서 학교급식에 친환경과일 공급이 부족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과일의 대다수가 저농약농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농업계에서는 과일을 무농약농산물이나 유기농으로 구매하게 되면 가격이 오르고 상대적으로 과일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과일은 학교급식에서 후식으로 사용되는데 무농약 또는 유기농은 가격도 비싸고 공급량도 매우 적어 학교에서 과일 대신 수박, 토마토 등의 과채류로 대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학교급식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과일이 사과와 감귤인데 소비량이 급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관계자도 “센터의 납품현황을 보면 쌀이나 채소류는 무농약농산물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과일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과일 중에서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사과가 영향이 제일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중학교에서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A영양사는 “학교급식에서 친환경농산물 사용 비율이 70%로 권장되고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쌀과 양파, 감자, 마늘 등의 양념류만 무농약으로 100% 구매하면 70% 비율은 맞출 수 있기에 굳이 친환경과일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즉 무농약 또는 유기농 과일을 구하기 어려워져도 친환경농산물 사용 비율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과일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친환경농업을 주관하고 있는 농식품부도 이렇다 할 대책은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저농약 인증을 받은 농가들을 무농약, 유기농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과수재배의 특성상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학교급식에서 소비되는 과일은 양이 많지 않기에 크게 혼선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최근 생협이나 올가홀푸드 등 유통업체에서는 저농약 폐지 대안으로 자체 기준을 만들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나 광역자치단체에서 자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이를 준수하는 농가의 과일을 공급받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대신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GAP는 2014년 서울시에서 사용 확대를 추진하다가 학부모들과 친환경생산자단체의 반발로 활성화되지 못한 바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농약농산물 폐지에 따라 서울시도 과일에 대해서는 GAP농산물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친환경급식 식재료 가이드라인에는 저농약 인증제에 따라 과실류에 대한 취급관리 기준을 신설하면서 기본적으로 GAP 인증을 받은 과일을 사용하기로 한 것.

서울시 관계자는 “학교급식에 납품된 과일의 이력추적이 가능해야 하고 재배 방식 등의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GAP 인증을 취득한 과일에 대해서만 납품이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했다”며 “다만 GAP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 안전기준의 2분의 1만 사용하고 제초제와 GMO종자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학교급식과 친환경농업은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친환경농산물은 안전한 학교급식의 대명사로 학교급식은 친환경농업의 판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환경 인증제도의 변경으로 인해 학교급식의 원활한 공급과 함께 안전하고 위생적인 농산물 생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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