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내 계급차별 존재... 모든 영양사 '교사' 전환해야"
"학교내 계급차별 존재... 모든 영양사 '교사' 전환해야"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6.02.26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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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에 돌직구 날린 한울고 교장 이종태

- 최근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이 학교 영양(교)사들에게 크게 회자되고 있다.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한 언론사에 연재를 하고 있었다. 주제는 한국교육의 긍정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암적인 요소들(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산하 곳곳에 박아놓은 쇠말뚝으로 비유)에 관한 것이다. 그런 주제 가운데 하나로 학교 안의 계급차별, 즉 교사 대 비교사의 차별을 언급한 것이다. 영양교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초기 교직과목 강의를 한 적이 있어서 예로 들었다.

- 기고 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권력 불균형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 문제가 교육현장에 어떤 폐해로 이어진다고 보나.

아이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교과교사나 상담사나 기간제교사가 하는 일이 동일한 무게를 지닌다고 본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이들 사이의 ‘힘의 균형’은 너무나 쏠려 있다. 이는 신라시대 신분제도인 성골과 육두품 정도도 아니고 영관급 장교와 하사관 차이다. 1년 단위 비정규직과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의 차이인데, 더 심각한 문제는 한쪽은 주인(갑)이 되고 다른 쪽은 객(을)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조차 마음에 안 들면 기간제니 계약직이니 하면서 깔보는 태도를 노골화한다. 이래서야 무슨 교육이 되겠나.

교과지식 전달이 교육의 핵심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진 지 이미 오래다. 가르치거나, 상담하거나, 먹을거리를 책임지거나, 학교 안에서는 모두가 차별 없는 아이들의 선생님이 돼야한다.

- 교사와 비교사의 권력 불균형을 언급했는데 이것은 영양사, 영양교사에도 해당이 된다고 본다. 교장선생님께서 현장에서 느끼는 정도는.

영양사와 영양교사를 따로 두는 것도, 또 월급이 차이나는 것도 넌센스다. 처음엔 예산 문제로 일부만 교사 발령을 낸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 ‘알량한’ 교사자격증 하나 때문에 연봉이 꽤나 차이나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인데, 그걸 근거로 위세를 떤다면 어불성설이다. 교사자격증이 있든 없든 아이들에게는 똑같이 소중한 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급여나 상호관계에서도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

아이들이 “당신은 기간제(또는 계약직)잖아. 1년 후엔 짤릴 거면서 왜 그렇게 우릴 못살게 굴어!”라고 말한다면, 아이를 탓하기 전에 그 학교 교사들의 평소 태도가 어떠했는지를 먼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기간제나 계약직 직원들이 힘이 없는 존재임을 어떻게 알았을지 반성해야 한다.

- 영양교사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장선생님의 솔직한 의견을 더 듣고 싶다.

영양교사제의 도입 취지는 학교 안에서 영양사들의 열악한 지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예전 양호사가 보건교사가 되고 사서가 사서교사가 되듯이 영양사도 영양교사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서 모두가 학교 안에서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직책 이름만 변했다고 실질적인 업무 내용이나 질이 크게 달라졌나? 아니라고 본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교사’라는 자격증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급차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미 ‘교사’ 칭호를 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기고 ‘교사’는 일종의 특권계급이 되어버렸다.

‘교사’는 교과를 가르치는 사람이고, ‘영양사’는 아이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아이들에게는 둘 다 똑같이 중요하며 칭호는 똑같이 선생님이다. 단, 급여에서는 교사나 비교사나 큰 차별이 없어야 한다.

- 기고 글에는 “가르치는 교사 수나 급여를 줄여서라도 가르치지 않는 교사 수와 급여를 늘려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도 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교사 수나 종류가 너무 적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많은 서비스, 예컨대 상담이나 진로 탐색, 다양한 체험활동 지도, 개인적인 취약점에 대한 특별 돌봄 등 교과교사들에게는 ‘잡무’로 인식되는 일들을 해 줄 수 있는 직종들과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교사들은 오로지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

- 현재 학교급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첫째, 영양(교)사와 조리사의 업무 영역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 영양사는 메뉴구성이나 식재료 구매 등 아이들의 영양관리에 필요한 기반을 관리하고, 조리사는 영양사가 구상한 메뉴대로 식재료를 조리하고 있다. 그런데 급식현장에서는 종종 재료를 몇 센티로 써느냐 어떤 모양으로 하느냐 등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다툼이 일어난다. 다툼이라기보다 영양교사의 일방적인 질책이다. 그런 스트레스는 하루종일 또는 며칠씩 가게 되고 급식실 분위기가 엉망이 된다. 그런 속에서 어떤 음식이 나오겠나?

급식현장에서도 어느 정도 조리사의 권한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둘째, 학교급식은 영양(교)사의 절대 왕국이다. 업무의 성격상 그렇기도 하고 영양(교)사들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측면도 있지만, 급식에 관한 한 누구도 관여해서도 안 되고 관여할 수도 없도록 관행이 굳어 있다. 학교에 처음 부임했을 때 메뉴에 관해 가벼운 지적을 했더니 영양교사가 거의 이성을 잃다시피 반응했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다. 자기의 ‘절대 아성’이 침범당한 것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급식의 최종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고 아울러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급식 실무책임자인 영양(교)사는 모든 의견에 항시 귀를 열고 겸허한 자세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정책적인 부분이기는 하지만 한 달 단위로 식재료 구매 입찰을 하는 방식이 낭비 원인이다. 특히 많은 체험활동을 해야 하는 우리학교 특성상 정확한 식수인원을 사전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데 한 달 이전에 주문을 해놓을 경우 부득불 기한을 넘겨 조리하거나 상해서 버리는 식재료가 생긴다.

넷째, 이것도 정책적인 문제인데 해썹(HACCP :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식재료가 안전하다지만, 농촌에 있는 학교의 경우 주변의 소규모 친환경 농가에서 재배한 식재료나 학교 밭에서 학생과 교직원이 가꾼 식재료가 품질상 훨씬 나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이런 것들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고 특히 비용 처리도 문제가 된다.

- 지적하신 대로 영양(교)사는 ‘가르치치 않는 교사’에 속한다. 식생활교육이 교과과정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지금의 교과과정 자체가 훨씬 유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식생활교육은 일정부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고정된 교과과정 형태로 되면 또 하나의 재미없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보다는 성교육이나 보건교육처럼 연중 필요시간을 확보하는게 낫다. 아이들이 재미있어야 하니 교실보다는 급식실에서 조리에 참여하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하는 게 효과가 있지 않을까.

- 기고글 이후 많은 영양(교)사들이 “이런 교장선생님이 계신게 맞냐” “이런 분이시라면 함께 일하고 싶다” 등 반응이 뜨거웠다.

나는 누구의 아성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같이 일하면 후회할거다(웃음). 필요하면 급식실에 직접 들어간다. 인원이 모자라면 직접 설거지도 한다. 이런 것을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분이라면 적극 환영한다.

-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가르치는 교사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라는 말씀이 많은 여운을 남긴다. 교육자로서 아직은 가르치치 않는 교사인 영양(교)사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마디로 영양(교)사는 엄마가 돼야 한다. 영양을 챙겨준다는 의미에서 그렇지만, 바른 식생활 습관을 갖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포함된다. 아이들 앞에서 폼나는 자세로 가르치지 않지만 그런 교사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학교 안에서 상응하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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