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의 파수꾼은 누구인가!
학교급식의 파수꾼은 누구인가!
  • 장미숙 영양교사
  • 승인 2016.10.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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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숙 영양교사진도초등학교
파수꾼. 참 오랜만에 되뇌는 말이다.

‘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 어떤 일을 한눈팔지 아니하고 성실하게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파수꾼 같은 사명감으로 학교급식에 몸담았을까?

1981년 가마솥 걸고 석유곤로를 쓰며 아궁이에 불을 지펴가면서 시작했던 도서 벽지학교 영양사의 첫걸음은 새로운 기쁨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학생 모두의 어머니로서 함께 음식을 나누고 정을 쌓으며 살았던 때가 35년이 지난 지금 새삼 그리운 건 무슨 이유일까?

요란스럽게 함께하자고 소리치지 않아도 내 자식 밥 먹이는 일에 앞장 서 닭을 키우고 된장을 담고 마늘, 양파를 재배하고 김장을 하여 정성과 사랑으로 나눔의 기쁨을 느꼈던 그 시절. 교육공동체로서 꾸밈없는 배려와 소통을 함께 할 수 있었던 때가 자활급식의 시작이었다. 

1990년대 이후 초·중·고 연계급식으로 확대 실시된 우리나라의 학교급식은 국내·외 정치·사회·경제적인 다양한 영향 속에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학교급식의 안전성을 위협했던 1997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GATT협정, WTO/DDA 농업협상 등에 따른 식재료 원산지 둔갑 납품 사례, 2006년 CJ Food사의 대형 식중독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 사고, 납품업체 선정 시 특혜의혹 등 도덕적 해이와 불신 풍조, 의도적·비의도적 부실식단 운영 등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사례, 비정규직 급식종사자 양산에 따른 사회적 문제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것은 우리들이 학교급식 미래에 대한 희망과 열정의 끈을 놓지 않고 견뎌낸 결과라 생각한다.

그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우리는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웰빙시대에 걸맞는 먹을거리를 좇아 글로벌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건강인을 육성해야 했기 때문에 식생활 안전지킴이로서 최선을 다했던 것이 아닐까?

때론 절망스럽고 억울하고 포기하고 싶어질 근무여건 속에서도 영양인으로서 신념과 책무로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가며 그 자리를 지키지 않았을까?

최근 학교급식과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불미스런 일들이 설왕설래하고 있지만 우리는 어떠한 상황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누구나 상황판단에 있어 실수할 수 있을 것이며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는 잣대를 잘못 댈 수 있을 것이다. 영양인으로서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으나 오히려 자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싶다.

학교급식은 바람직한 식습관 형성과 건강인 육성이라는 장기적인 목표 하에 학교급식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한 급식 행정체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전문가가 쉽게 뿌리내릴 수 있는 여건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급식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급식 업무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전문 인력이 주도하는 급식 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과 전문 지식의 적용 능력뿐만 아니라 사명감과 책무성이 함께 하는 조직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급식관계자들의 가치관 변화와 학교급식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들이 함께 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학교급식에 대한 희망과 열정으로 시들지 않는 꽃! 학교급식의 파수꾼은 누구일까? 바로 함께하는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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