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업이 제일 재밌어요”
“요리수업이 제일 재밌어요”
  • 한상헌기자
  • 승인 2009.11.07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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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현장을 가다 - 식생활문화 체험교실 운영하는 김포 풍무초등학교정규 교과과정…모둠별로 전통음식 만들기 솜씨 뽐내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풍무초등학교에는 특별한 체험교실이 있다.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해보고 영양교육도 받는 식생활문화 체험과 조리체험교실이 그것. 유치원부터 졸업을 앞둔 6학년까지 전교생이 요리체험을 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아이들 몇 명 요리 가르치는 수준이 아니라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돼 전교생이 요리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교육 받는다.


전통요리 배우기가 한창인 풍무초등학교를 찾은 지난 10월중순, 마침 식생활문화 체험실에서는 ‘궁중떡볶이’ 요리를 가르치고 있었다. 위생모자와 앞치마를 두른 아이들은 영양교사로부터 음식에 대한 설명과 조리법을 간단하게 전해들은 뒤 조리실로 이동했다. 조리대 위에는 조리도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가스레인지와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싱크대도 설치돼 있다.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손부터 씻는다. 위생교육이 잘 돼있다.

“내가 만든 게 더 맛있어요”

모둠별로 각자 준비한 재료를 썰고 볶기 시작한다. 1모둠은당근과 호박을 씻은 후 채를 썰고 2모둠은 숙주나물을 다듬어 데친다. 3모둠은 쇠고기에 양념을 넣고 볶고 4모둠은 양파를 볶는다. 영양교사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채소를 볶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쇠고기가 잘 볶아 졌는지 맛을 보는 아이, 숙주나물이 익었는지 눌러보는 아이 등저마다 제법 요리사다운 모습이다. 궁중떡볶이를 처음 만들어본다는 4학년 2반 김진향 군은 “임금님은 매운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궁중떡볶이에는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같은 반 김한결 군은 “일하느라 매일 늦게 들어오는 부모님을 위해 오늘 배운 떡볶이를 꼭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요리가 거의 완성되자 한쪽에서는 사용한 그릇과 조리도구를 씻는다. 설거지도 교육의 일부이기에 요리 중간에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준비한 재료들을 한 곳에 담은 뒤 간장과 참기름, 참깨를 넣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볶는다. 드디어 먹음직스러운 궁중떡볶이가 완성됐다. 모둠별로 자신들이 만든 떡볶이가 더 맛있다며 자랑이다. 요리사가 꿈이라는 4학년 4반 성지영양은 “내가 만든 것이라 더 맛있는 것 같다”며 “학교에서 요리를 배우는 시간이 제일 즐겁다”고 말했다.

전교생 교육받으며 협동심ㆍ친밀감 높여

풍무초등학교 아이들은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 1년에두 가지 요리는 확실하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설거지와 칼질도 수준급이다. 유병임 영양교사는 “아이들이 요리에 대한친밀도가 몰라보게 높아졌다”며 “동료 교사들이 평가시간에 ‘우리 아이들은 6학년이 되면 회도 뜨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풍무초등학교는 2006년부터 김포시교육청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학교 내에 식생활문화 체험교실과 조리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요리교실은 이제 이 학교의 자랑거리로 자리매김했다. 풍무초등학교 아이들은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1년에 두 번 이상 요리체험학습을 한다. 올해는 ‘전통음식’을 주제로 송편, 궁중떡볶이, 주먹밥 등을 만들었다.
학년마다 만드는 음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양한 전통음식을 만들면서 음식에 대한 소중함은 물론 요리를 통해 학업스트레스도 푸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모둠별로 요리를 만들기 때문에 협동심도 기르고 친구들과의 친밀감도 높아진다. 유병임 영양교사는 “요리를 하면서 식습관도 개선되고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음식을 만드는 지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된다”며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많다 보니 아이들 스스로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에서 요리를 가르치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호응이 많다”고 말했다.
요리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여가생활을 즐기는 법과 연료 절약방법, 피로회복을 위해 음식 섭취의 중요성, 식재료별 영양소 분석 등 식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교육도 병행한다. 영양상담도 이뤄진다. 그러나 요리 실습 후엔 특별히 체험후기 같은 것은 따로 쓰게 하지 않는다. 그것 자체가 학업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영양교사는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요리수업 만큼은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요리수업은 칼이나 가스레인지 같은 위험한 도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는 학부모들이 도우미로 참여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

풍무초등학교는 교육과정으로 진행되는 요리수업 외에도 요리에 관심이 있는 4~6학년 아이들을 별도로 뽑아 ‘요리만들기체험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 특별활동시간에 다양한 요리를 만든다. 교사들도 예외일 수 없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두 번식생활 문화 아카데미를 열어 조리기구 관리 및 안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에 있는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보는 요리실습도 진행한다. 또한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에게도 식생활 문화 아카데미를 개방하고 있다. 인근 학교에서도 요리체험을 위해 이 학교 시설을 이용하기도 한다. 내년에는 ‘방과후학교’와 연계해 요리체험학습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유병임 영양교사는 “학교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매년 요리수업이 가장 재미있는 수업으로 꼽힌다”며 “아이들이 요리를 통해 학교생활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 영양교육만 하고 급식은 영양사가 맡아요”

올해로 3년 째 식생활문화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는풍무초등학교 유병임 영양교사는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앞이 캄캄했어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죠. 이제는 아주 즐겁게 수업을 하고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저도 힘이 나요”라며 활짝 웃었다.
풍무초등학교는 김포시교육청의 지원으로 영양교사가영양교육만을 전담하고 있는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학교다. 대부분의 영양교사들은 학교급식 업무 하나만으로도늘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유 영양교사는 식생활문화에대한 교육만 한다. 급식은 학교회계직 영양사가 맡고 있다.영양사의 인건비는 교육청에서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을 급식실에서 만나는 것보다 요리수업으로 만나면 친밀도도 높아지고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집니다. 아직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버겁기는 하지만 이제는 영양교사로서 자부심도 느껴집니다.”그는 식생활문화 체험교실이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학교급식도 중요하지만 식생활문화 등 영양에 대해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경험도 영양교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지역 교육청별로 이런 시설을 한 개 학교만이라도 설치해 많은 영양교사들이 영양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김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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