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품질 ‘엉망’…우수 축산물 공급 ‘말뿐’
위생·품질 ‘엉망’…우수 축산물 공급 ‘말뿐’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0.24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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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사고 전과 있는 업체도 버젓이 참여…시장원리에도 어긋나

 안전한 먹을거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경기도에서는 2007년 부터 학교급식에 한우 1등급 등 우수축산물을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 하고 있다. 이 사업은 도내 우수 농축산물 생산농가들의 판로를 개척 하고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추진 하고 있는 경기도 농축산물 브랜드 ‘G마크’ 활성화 방안 중 하나다. 도 지사가 인증한 ‘G마크’ 축산물을 학교급식에 제공해 학부모의 불안감 을 해소하고 아이들은 우수하고 안전한 육류를 섭취할 수 있어 사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그러나 한 해 세금 약 71억 원이나 들여 진행하 는 사업이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경기 도의 G마크 사업을 중심으로 지자 체브랜드의 허와 실을 분석해본다.
 

▲ 학생들에게 좋은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의 ‘우수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사업’은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단체급식소에서 쇠고기를 이용해 불고기를 조리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 내 학생들에게 양질의 축산물을 공급해 학교급식의 질을 향상시키고 축산물의 안정적 소비기반 확보로 축산 농가의 경영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실시하는 ‘우수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사업’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돼버렸다. 취지와 는 달리 업체들의 가공공장 위생 상태나 축산물 공급부족 및 재 료상태 불량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돌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제품 안쓰면 되지 않는냐” 오히려 큰소리

 경기도 오산시 모 초등학교는 지난 1학기 급식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던 업체를 바꿨다. 이 학교 급식소위원회에서는 2학기 식재료 납품업체 재선정 타당성 조사를 위해 납품업체의 육가 공 공장을 불시 방문해 점검한 결과 ‘학교급식에 사용하기 부적 절하다’는 판단을 하고 업체를 변경하게 됐다. 이 학교는 그 동 안 경기도에서 추천하고 있는 ‘우수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사업’ 대상 학교로 지난 학기 ‘G마크’를 받은 이 업체에서 돼지고기를 납품받았다. 학교 운영위는 경기도지사가 인증한 업체기 때문에 현장방문 없이 믿고 썼는데 어의가 없다는 반응이다.
G마크 축산물을 공급받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모 중학교도 그동안 납품받던 업체를 불시에 방문해 위생 상태를 점검한 결과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 시정조치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 학교 관계자는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변경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수축산물 지원 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점검 한 번으로 바꿀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커 우선 업체에 시정조치를 요구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같이 G마크 농축산물을 사용하고 있는 학교는 하나같이 G마크 농축산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기도 광주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한우 우둔을 발주했는데 업체가 설도로 바꿔달라는 등 육류 사용 부위를 업체에 맞춰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전했다. 이 영양교사는 “진공포장이 풀리거나 고 기에서 육즙이 많이 나오는 경우, 지방 제거 작업이 안 된 경우, 온도가 맞지 않는 경우 등 문제가 많아 사유서를 요청해도 시정도 잘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경기도 성남의 또 다른 영양교사는 “물건 상태가 좋지 않아 반품을 하면 제시간에 공급이 안 되고 시정 요청을 해도 ‘우리 제품 안 쓰면 되지 않느 냐’는 식으로 오히려 큰소리 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서상교 경기도 축산과 축산위생팀장은 “영양교사 들이 기존 질 낮은 3등급 쇠고기를 사용하던 경험 때문에 국거리나 불고기에 특정 육류만 고집하는데 1등급 한우는 대체 부위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주소비자인 아이들에게 우수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겠다는 지자체와 업체 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경기도 각학교에 ‘전날 검수’ 협조 문건 전달

 경기도는 각 학교에 ‘사업 대상 학교에서는 납품 시간을 급식 당일(오전)에만 국한하지 말고 전날(근무시간 내)에도 검수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는 내용의 문건을 전달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지침’이라고 항의한다. 영양 교사들은 “지금까지 식재료의 안전성을 위해 학교급식은 당일 검수, 대면 검수를 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는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전날 검수를 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만일 전 날 정전 등과 같은 냉장고의 이상으로 인해 육류 상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겠느냐”며 반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담당자는 “전날 검수를 권장하는 것은 급식비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는 유통비용의 절감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유통이 좋지 않는 벽지학교의 경우 전일 검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지원대상학교 도지정 업체와 수의 계약 맺어야

 문제는 또 있다. 우수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사업 대상학교들은 경기도에서 지정해준 업체와 수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 학 교급식은 급식소위원회에서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하고 선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택권이 없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학교에 선택권을 주면 업체 한곳으로 집중될 수 있어 사업 자체를 추진하기 어려워진다”며 “업체 선정권은 학교에 있지만도 지정 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면 차액보조금은 지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안산시 모 초등학교 학교 운영위원은 “학교급식비는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학부모가 내고 있어 업체 선정권도 학부모에게 있는데 도에서 업체를 지정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업비도 학부모들이 내는 세금 으로 운영되는 것인데 사업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 그에 따 른 문제점을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업단 하청업체 끼고 급식사업 진행

 이밖에 식품사고의 전과가 있는 업체도 아무런 제재 없이 학교급식 사업에 버젓이 참여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한우람의 한우와 동충하초포크의 돼지고기를 가공하는 하청업체는 ‘수원축협’으로 지난 2007년 초 냉동 육을 냉장육으로 바꾸는 동영상이 발견돼 파문을 일으킨 곳이다.
또한 주계약자와 공급자가 다르다는 문제도 있다. 대 부분의 사업단은 자체 가공공장을 갖추고 있지 않아 하 청업체를 끼고 급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위생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계약자는 공급자에게 책임을 떠 넘길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시장경제원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축산전문기업 ‘한냉’의 이정우 지점장은 “G마크가 생산자를 위한 정책인데도 불구하고 지역 을 한정해 학교에 공급하도록 유통까지 지자체가 관리 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금으로 유통업체를 키우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이라며 지적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영양교사는 “우수축산물을 공급하겠다는 이 사업이 유통업자들을 위한 사업인지 육류를 소비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사업인지 모르겠다” 며 “학교급식은 남아도는 고기를 처리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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