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대로 하면 잔류염소 ‘듬뿍’
규정대로 하면 잔류염소 ‘듬뿍’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1.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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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급식소 채소 세척 세제 과다 사용 논란

학교급식소는 학생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마련한 ‘학교급식위생관리지침서’에 의해 운영된다. 학교급식 위생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현장의 급식 관계자들은 이 지침서를 기준으로 ‘A’부터 ‘Z’까지 급식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급식바이블’과 같은 이 지침서대로 따르다보면 소독제나 세제를 과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학교급식소에서 식중독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용도로 소독제를 사용하고 있다. 식재료의 소독에서부터 조리기구 소독, 손 소독, 조리실 소독 등까지 소독제의 사용 범위는넓다. 그러나 아이들이 먹는 급식에 소독제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모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에서는 염소 소독된 수돗물에 염소 소독제를 넣어 식재료를 소독하고 거기에 또다시 수돗물로 세척을 하게 돼 있다”며 “식재료가 조리기구도 아니고 농도가 100ppm이나 되는 소독물로 소독해야 하니 아무리 깨끗이 씻는다고 해도 잔류염소의 유해성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급식위생관리지침서(이하 지침서)’에 따르면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모든 채소와 과일은 소독을 권하고(CCP 5) 있다. 또한 날것으로 먹을 때는 반드시 소독제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식중독에 민감한 영양(교)사들은 지침서에 명시돼 있는 대로 가급적 모든 채소나 과일은 소독제를 넣고 소독하고 있다. 특히 생으로 먹을 때는 신경을 더 많이 쓴다.
소독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생채소는 메뉴에 넣지 않는다는 한 영양교사는 “채소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 생으로 먹게 하고 싶어도 지침서에 있는 대로 ‘차아염소산나트륨’같은 염소를 써야 하기 때문에 메뉴로 꺼리게 된다”며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고 하지만 100%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어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급식을 총괄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식재료의 전처리 단계에서 채소나 과일을 부적절한 방법으로 세척하는 경우, 미생물이나 기생충 등이 잔존할 수 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선 소독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식재료 납품업체 관계자는 “학교급식은 위생 기준이 까다로워 채소나 과일을 납품할 때 흙과 같은 위해요소들은 모두 제거하고 세척까지 마친 상태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급식에서 전처리된 식재료는 원재료의 형태가 완전히 변형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껍질을 벗기거나 흙을 제거한 정도의 모든 채소나 과일류는 소독을 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며 “염소 소독을 하더라도 먹는 물로 다시 세척하게 돼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지침서에는 채소나 과일 소독시 소독제의 농도를 100ppm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농도는 우리나라 먹는물의 염소농도 허용기준인 4ppm과 비교해 20배가 넘는 농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100ppm 정도의 농도면 채소나 과일류를 소독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 제2조 수질기준에 따르면 소독제 즉, 잔류염소(유리잔류염소)의 농도는 4.0㎎/ℓ를 넘지 않아야 한다. 4ppm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TO)의 가이드라인(5㎎/ℓ)에 의해 마련된 규정으로 가까운 외국의 잔류염소 최대한계 농도는 미국이 4㎎/ℓ, 일본이 1㎎/ℓ, 호주가 5㎎/ℓ 등이다.
환경부 수도정책과 관계자는 “잔류염소의 농도 기준을 4㎎/ℓ이하로 정한 것은 그 이상이 되면 수돗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심하게 나고 인체에 유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학교급식소의 식재료 소독에 사용되는 소독제는 100ppm의 농도에 5분간 담근 후 헹궈서 사용하게 돼 있는데 문제는 2차 세척시 ‘얼마나 많은 염소가 잔류하느냐’는 것이다.

학교급식소에서는 1차로 염소 소독된 수돗물로 세척을 한 후 소독제를 넣어 2차 소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염소 소독된 수돗물로 3차 세척을 하게 된다. 이때 대부분의 염소는 유해 농도 이하로 희석돼 문제가 없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후 과정에서 잔류 염소 농도에 대한 어떤 테스트도 하지 않는다. 날것으로 먹는 경우 아이들은 염소가 잔존할 수 있는 채소나 과일을 먹게 되는 것이다.
또한 소독제 첨가시 염소 농도를 정확히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재료 세척시 주로 사용하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일명 락스)의 경우 물과 희석한 다음 농도를 맞출 때 ‘테스트 페이퍼’를 사용한다. 이 테스트 페이퍼는 종류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일정 농도에 따라 색이 변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100ppm이라고 해서 정확하게 농도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 조리실에서 소독제를 사용하는 한 조리사는 “염소를 물에 풀어 종이로 찍어보는데 농도가 디지털온도계처럼 숫자로 정확하게 표시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100ppm을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색을 보고 이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는 감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급식소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 한 학부모는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해서 실시하는 조치라지만 화학약품 사용이 빈번해지면 그만큼 안전한 급식과 멀어질 수 있다”며 “유해 성분들로부터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정부 차원에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농촌문화정보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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