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8개 학교급식소에 영양사는 단 두명뿐
748개 학교급식소에 영양사는 단 두명뿐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10.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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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확대하면 아이들이 학교에 와 공부할텐데…”

몽골의 학교급식은 어떨까? 몽골 교육문화과학부의 초청을 받아 지난 8월 2일부터 9일까지 7박8일 동안 몽골 학교급식 시범학교 영양캠프에 참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와 아르항가이를 다녀왔다. 사단법인 위드의 주관으로 진행되는 영양캠프는 올해로 두번째로 열렸다.
이번에 캠프를 운영한 ‘국제영양봉사단’은 식품영양 전공 대학생, 대학원생, 영양교사 및 조리전공자 등 전문인력 9명으로 구성됐다. 국제영양봉사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서울 당곡초등학교 최숙희 영양교사가 몽골의 생생한 학교급식 현장을 전한다.

 

▲ 몽골의 아르항가이 2번학교 학생들이 머리에 왕관을 쓰고 ‘건강마음방’에서 교육받고 있다.

 

국제영양봉사단이 다녀온 곳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58번학교(207명)와 수도에서 540㎞ 떨어진 아르항가이에있는 2번 학교(67명) 두 곳이다. 우리들의 몽골 방문 목적은 이들 학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양캠프를 개최하기 위한 것이다.

쇠고기 기름을 즐겨먹는 식습관


일행이 들른 울란바토르 58번 학교와 아르항가이 2번학교는 사단법인 위드가 우리나라 학교급식 시설을 모델로 해 한국의 조리기구 및 기계와 급식에 필요한 물자를 후원하고, 영양사 인력까지 지원하고 있었다. 이곳은 몽골 교육문화과학부와 협약을 맺고 몽골 최초로 전문적인 급식실을 개관한 의미 있는 곳이다.
울란바토르와 아르항가이에서의 영양캠프는 현지 아이들과 관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수도 울란바토르에서 1차 캠프를 진행한 후 아르항가이로 이동해 2차 캠프를 열었다. 아르항가이에서는 한국에서 함께 간 9명 외에 몽골국립기술대학교 영양개선연구소의 한국영양교사 출신 책임연구원, 현지 연구원들 및대학생 자원봉사자, KOICA(한국국제협력단) 단원 1명, 아르항가이 2번학교 영양사, 독일인 여대생 등이 현지에서 합류해 총24명이 캠프를 진행했다.
몽골의 여름은 6~8월로 아주 짧다. 겨울은 길고 건조하며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 때문에 몽골 사람들은 열을 내는 양고기, 쇠고기의 지방을 좋은 식품으로 인식해 일상식사에서 즐겨먹고 있다. 몽골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은 처음에 국물에 둥둥 떠 있는 기름을 한국의 수제비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양고기나 쇠고기의 하얀 지방을 떼어 내고 먹도록 영양교육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지방을 좋은 식품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초등 5학년까지 급식 이뤄져

몽골에는 총 748개의 학교가 있다. 학교마다 초·중·고등학교 과정이 모두 개설돼 있고 학교급식은 초등학교 과정 1학년부터 5학년까지만 실시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몽골 전체를 통틀어 학교급식소에 영양사가 배치돼 있는 곳은 우리가 방문했던 울란바타르 58번 학교와 아르항가이 2번학교 두 곳뿐이라는 점이었다.
나머지 학교들은 대부분 조리사를 두고 학교가 직영 운영하거나, 임대업자가학교 주방을 임대해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몽골 교육문화과학부에서는 이들 두 개 학교를 몽골 학교급식의 롤모델로 삼아 학교급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학교의 메뉴는 몽골식으로 몽골인들이 흔히 먹는 빵(보브), 발효유(타락), 밀가루를 반죽해 이스트로 부풀려서 당근을 조금 넣고 만든 찐방류(로왕태만토), 고기와 채소를 함께 끓인 스튜류(노고테슐), 건포도와 설탕, 물을 넣고 끓인 주스류(우찜리쥬스), 러시아에서 영향을 받은 몽골식 샐러드류(베차니살랏, 우찜로왕긴살랏 등), 커틀릿류, 밀국수와 채소, 고기를 넣고 볶은 것(고이멍테호르카), 밥류(악샤쌍보따 등), 우유에 우유지방을 넣고끓인 수프류(햐름)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1인당 급식비 486원

몽골에서는 흰 음식(차강이때)은 무조건 좋다는 문화적인 특성으로 인해 월요일 하루는 빵, 우유 끓인 것, 우유에 쌀, 기름, 소금을 넣어 끓인 음식(수태보따)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데 제약점을 안고 있었다. 쌀은 우리나라처럼 자포니카종을 섭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밥지을 때 소금, 식용유, 설탕 등을 넣는다는 것이다.
2008년 10월 몽골 교육문화과학부 주관으로 학교급식 관련10개 부처 담당자들 30명이 모여 학교급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때 모인 10개 부처 대표자들 10명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몽골학교급식 정책을 위해 2009년도 연간 계획을 수립하여 운영중이다.
학교급식 관련 법령이나 구체적인 정책은 준비 중이고10명으로 구성된 대표 협의체에 몽골국립기술대학 영양개선연구소(MIN)가 포함되어 있다. MIN은 2000년 몽골국립기술대학과 한국의 수양급식이 산학협동 차원에서 설립해 현재는 사단법인 위드에서 운영, 지원하고 있다.
지난 5월 631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1주일에 한 번 이상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율이 48.78%에 그쳤다.이에 따라 몽골 교육문화과학부에서는1주일에 최소 1~2회 따뜻한 음식을 제공토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음식을 제공하는 학교에서는 식품비로 학생 1인당 400투그릭(우리돈468원)을 무상 지원토록 하고 있다.

학교급식이 교육의 밑거름되길

우리나라 학교급식은 이제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급식수준을 뛰어 넘어 학생의 건전한 심신 발달, 국민 식생활 개선이라는 차원 높은 정책으로 발전했다.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의 학교급식은 먹을 것을 찾아 거리를 해매고 하루 1달러를 벌기 위해 힘든 노동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학교로 불러들일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만약 학교급식 시설이 갖추어지고 학교급식이 정책적으로 이루어져 학생들이 끼니 해결을 위해서라도 학교를 찾아와 교육의 기회를 갖게 된다면 수십년씩 반복되는 빈곤의 역사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몽골 국제영양봉사단 활동을 마치고 나서, 이제 우리나라 학교급식 영양(교)사들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빈곤국의 학교급식 지원에도 눈을 돌려 볼 때가 된 것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50여년 전부터 일정 기간 외국으로부터 받았던‘사랑의 빚’을 되돌려 주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보길 기대해본다.

 

▲ 몽골의 아르항가이 2번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이곳은 몽골에서 영양사가 있는 두 학교 중 한 곳이다.

 

글_최숙희 서울당곡초등학교 영양교사 정리_한상헌 기자 사진_사단법인 위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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