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선진 급식시설 설비 도입 방안
Special Issue 선진 급식시설 설비 도입 방안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10.02.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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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주방’ 구현 먼나라 일 아니다

단체급식소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 좋은 환경과 적합한 시설·설비가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더욱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한 작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할 뿐 아니라 대규모 식중독발생 등의 위험이 상존함에 따라 위생·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단체급식소의 특성상 조리환경의 중요성은 누누이 강조해도 모자랄 정도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급식의 생산공정·위생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없이 시설·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단체급식소가 대다수여서 실질적으로 안전·위생적인 시설·설비 적용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진 급식시설·설비 도입을 위한 관련 업계·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봤다.


바닥재만으로도 식중독 30%↓

급식업계에서는 단체급식소 내 조리실의 바닥환경 개선만으로도 식중독 발생을 3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급식소 내 조리실의 바닥재는 재해방지, 위생관리, 작업 효율화와 함께 주방기기의 내구성 증가 차원에서 흡수성과 미끄러짐이 없는 것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이음자국과 틈, 깨진 곳이 없어야 하며 바닥과 벽 사이의 각진 코너나 틈은 굴곡지게 하고 틈새를 막아 청소가 쉽게 해야 한다.

바닥보호 코팅 및 방수공사 전문업체인 동양후로아 이현호대표는 “급식소 현장에 나가보면 90% 이상이 타일이나 대리석을 바닥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 바닥재를 연결하는 이음매를 통해 내지에 물이 스며들게 되면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위생상태가 불량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외국의 경우 급식소 바닥이나 환풍구 등을 전문적으로 소독·청소하는 업체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급식소 측의 인식·예산 부족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이들 바닥재는 특히 미끄럼에 의한 안전사고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어 시급한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친환경·녹색성장 호기 활용

현재 국내 단체급식소의 조리환경은 ‘습식주방’이란 개념으로 설명된다. 대다수 음식을 강한 가스 불을 사용해 조리함으로써 조리실 내 습기가 높게 유지될 뿐 아니라 식재료·식기세척, 급식소 청소 등 모든 과정에서 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리환경은 앞에서도 지적한 대로 식중독 발생이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은 물론 가스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증가시켜 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도 부합되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전기를 활용한 인덕션 주방기기를 개발·판매하고 있는 디포인덕션의 권명숙 영업부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습관적으로 습식주방을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대기업 급식업체를 중심으로 가스렌지를 전기렌지로 교체하는 등 조리실 습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선진국형 ‘건식주방’을 실현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조리환경 개선을 위한 표준 매뉴얼작업 등으로 이어져 위생·안전 제고는 물론 한식세계화를 위한 조리시스템 마련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전기렌지 등 전기를 활용한 친환경 주방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현재의 친환경·녹색성장 흐름이 국내 조리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 ‘전기주방협의회’를 발족해 주방환경을 효과적으로 개선한 급식소 등을 대상으로 부여하는 인증제도 마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식주방 도입·활성화 ‘한목청’

국내 조리환경이 당장은 어렵겠지만, 점진적으로 건식주방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기기 등 급식소의 하드웨어적 설비에 대한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완수 호남대학교 조리영양학부 교수는 “조리환경 개선을 위한 급선무는 조리실을 빨리 건조시킬 수 있는 선진시스템 도입”이라며 “단체급식의 궁극적 목적이 급식대상에게 알맞은 영양을 공급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토록 하는 것인 만큼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시설·설비 투자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급식업체가 운영하는 급식소의경우 위생·안전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선진화된 조리실 환경을 구현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이러한 움직임이 중소규모 업체는 물론 학교에까지 전파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홍보·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조은주 대한급식신문 중앙모니터위원장은 “현재 한 학교의 급식 시설·설비를 건식주방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20억 원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교당 급식소 현대화사업에 1~2억 원밖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건식주방의 우수성을 적극 알릴 수 있는 정부차원의 시범사업 확대도 선진 급식시설 도입을 위한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오석태 우송대학교 조리학과 교수

우리나라에 ‘조리화’란 개념을 최초로 도입, 지속적인 기술·상품 개발을 통해 국내 조리환경개선에 일조하고 있는 학자가 화제다. 오석태 우송대학교 조리학과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오 교수는 지난 2004년 기능성 조리화 특허를 획득해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 현재까지 7종의 조리화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현장에서 조리할 때는 몰랐는데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학생들이 실습할 때 신는 신발이 굉장히 불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에는 조리화란 개념이 없어 일반적으로 건축현장에서 신는 안전화를 조리실에서 신는 형편이었죠.”

안전화는 신발 앞부분에 쇠가 부착돼 있어 착용감이 불편하고 무거울 뿐 아니라 가죽이 터져 물이 들어갈 경우 조리원의 위생·안전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말 그대로 조리실에서 착용하기에는 부적합한 신발인 것. 이에 오 교수는 당시 수강생 200여명에게 나눠줄 목적으로 안전화 형태에서 쇠를 제거해 무게를 줄이고 미끄럼 방지 소재를 바닥에 부착한 신발의 제작을 신발제조업체에 의뢰했다.
“제조업체에서는 3,000족 이상이 돼야 제작비를 건질 수 있기 때문에 200족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죠. 학생들을 위해 조리화를 제작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던지라 200족은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물량은 판매하자는 맘으로 사비를 털어 3,000족을 주문했습니다.”

우연찮게 시작된 사업인 만큼 운영이 수월치만은 않았다고 오 교수는 말했다. 수천만 원의 사비를 털어 디자인한 조리화가 상품으로 나왔을 때 구상대로 모양이 나오지 않아 전제품을 리콜한 경우도 있었고, 100% 국내 기술·인력으로 제작되는 만큼 높은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진행해야 했기 때문. 그러나 오 교수는 조리화의 높은 시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현재 미래조리기술(주)라는 판매 법인을 만들어 운영 중에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조리화란 개념을 도입한 후 매년 100% 이상의 매출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8개 업체가 후발주자로 참여한 것을 보면 그 시장성은 증명됐다고 봅니다.”
오 교수의 조리화 개발·판매는 시장을 넘어선 국내 조리환경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고 있기에 더 큰 빛을 발한다.“이윤을 남기기보다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독자적인 조리화 제작기술을 축적함으로써 국내 조리종사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향후 조리화뿐 아니라 공기순환이 잘되는 기능성 조리복 개발도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재 70~80%의 기술적 완성도를 축적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오교수에게 국내 조리환경 개선의 밝은 미래가 있었다.

이진욱 기자 lju@fsnews.co.kr 사진_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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