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NEIS) 등록 식재료 코드 승인 왜 늦어지나?
나이스(NEIS) 등록 식재료 코드 승인 왜 늦어지나?
  • 한상헌 기자
  • 승인 2008.12.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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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주기·품목 지역마다 제각각, 해당 교육청들 늑장 승인도 문제

교육 현장에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교직원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시행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영양(교)사들은 식단계획, 레시피 작성, 급식일지 작성 등 학교급식 관련 업무 대부분을 이 ‘나이스’를 이용해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식단을 짤 때나 급식일지를 작성할 때 가장 필요한 식재료의 코드가 없어 엉뚱한 물품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된 ‘나이스’가 해당 교육청의 식품코드 승인이 늦어져 일선 영양교사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 나이스에 식품코드를 승인하는 기관은 각 지역의 해당 교육청으로, 청마다 승인 품목이 다르다. 그 이유에 대해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나이스 시행 초기 급식에 사용되는 식품코드는 농촌개발연구원에서 일괄적으로 자료를 받아 등록을 했기 때문에 전국이 모두 동일하지만 그 후 식품 등록은 각 교육청별로 진행하고 있어 지역마다 등록된 식품의 종류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교육청별로 나이스에 식품 등록을 요청하는 절차는 비슷하나 승인하는 방법이나 기간은 차이가 있다. 일선 학교나 식품업체에서 식품코드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는 그리 까다롭지 않다.
식품등록신청서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등록된 식품위생검사기관의 ‘식품성분분석시험성적서’를 교육청에 우편으로 보내면 서류 검토 후 승인하는 식이다. 그러나 승인하는 과정에서 각 교육청별로 차이가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교육청의 경우 나이스 식품코드 승인 담당자가 검토 후 승인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이와 다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나 업체에서 승인요청이 들어오면 급식 관계자들로 구성된 별도의 평가협의회를 구성해 검토 후 승인을 하고 있다”며 “올해는 2학기에 1회 승인을 했고 연내에 또 한 번 승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코드 승인시 식품 안전성을 보다 세밀하게 검토하기 위해 협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주기적으로 등록을 승인하면 되겠지만 관계자는 “자주 협의회를 구성해 식품코드를 승인한다는 것은 현실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별도의 협의회가 없는 다른 교육청의 입장은 다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에 등록돼 있는 품목과 영양량이 유사하다면 승인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그러나 “국가가 인정한 공인기관에서 영양량을 분석해 인정한 품목이라면 별도의 평가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학교나 업체에서 식품 등록 신청이 대부분 학기 초에 몰려 조금 늦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 업무에 불과하기 때문에 담당자가 제대로 신경만 쓰면 학교에서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의 취재 결과 경기도와 인천시의 경우 식품 등록 승인 처리 기간이 짧게는 일주일, 길면 한 달 정도 소요되고 있었다.

수도권 교육청 외에 지방 교육청들의 사정은 비슷했다. 식품코드 승인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식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광주, 전남, 전북, 대전, 충북, 충남 등 지방 교육청의 경우 서울과 비슷하게 연 2회 정도 몰아서 승인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모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지방의 경우 식수인원이 적은 곳도 많고 지역 농산물 공급도 잘돼 반가공식품이나 완제품을 사용할 일이 그리 많지 않지만 서울의 경우는 좀 다르다”며 “급식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식재료의 종류는 계속 늘어나지만 코드가 없어 갈수록 영양량을 맞추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학교에서 불편을 느끼고 있다면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이를 해소해주는 것은 교육청의 가장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라며 “그리 어렵지 않은 업무를 차일피일 미루다 몰아치기로 처리해 일선교사들의 스트레스 원인이 된다면 마땅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교사가 말하는 불편 사례

사례 1
서울의 한 초등학교 A영양교사는 바쁜 점심 급식을 마친 오후,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컴퓨터에 앉았다. ‘나이스(NEIC)’에 로그인한 후 다음달 식단 작성을 한다. 안전한 먹을거리가 강조되는 요즘 아이들에게 가급적 몸에 좋은 친환경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A교사는 ‘올방개묵무침’을 식단에 넣었다. 그런데 이 요리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올방개묵의 식품코드가 없어 영양량이 비슷한 종류의 녹두묵을 재료로 대신 써 넣었다. A교사는 “식단 작성뿐만 아니라 식재료 발주를 하기 위해 식품코드는 필수적”이라며 “필요한 품목의 코드가 없을 때는 실제 사용하는 재료를 발주하고 급식 일지 상에 대체 식재료를 사용했다는 표시를 별도로 하고 있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이스 상 등록된 묵 종류는 메밀묵, 녹두묵, 도토리묵이 전부였다.

사례 2
인천 소재 초등학교 B영양교사는 급식을 하는 식수인원이 2,000명 가까이 돼 음식 하나하나를 직접 조리하기가 벅차다. 한정된 조리 인원으로 3시간 안에 점심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조리과정이 복잡한 요리를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나 생선가스, 햄버그스테이크 등 가공된 식품을 쓰기도 한다. B교사는 “요즘 급식에 공급되는 가공식품들은 종류도 많고 칼로리 등 영양량이 다 달라 급식일지를 작성하면서 난감할 때가 많다”며 “칼로리가 맞지 않을 경우 그에 해당하는 양만큼 일지 상 잔반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사례 3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전라남도 소재 초등학교 C영양교사는 가끔 아이들에게 곰반부리나물무침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스’ 상에 코드가 없어 비슷한 종류의 나물을 넣는다. 이 나물의 경우 정확한 영양량 분석 결과가 없어 교사 임의로 대체 나물로 기록해놓는다. C교사는 “업무를 못할 정도로 불편하지는 않지만 바쁠 때 일일이 영양량을 계산해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새로운 식재료를 사용해 식단을 짜기가 부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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