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추정만으로 벌금이라니…
식중독 추정만으로 벌금이라니…
  • 정지미·김기연 기자
  • 승인 2018.10.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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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A학교, 지난 4월 식중독 발생 지연신고 이유로 ‘벌금 300만 원’

#. 올해 4월 경북의 A학교는 지역 보건소로부터 벌금 부과라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아야 했다.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는데도 관할 보건소에 신고를 늦게 했다는 이유였다. 벌금의 발단은 4월 초 이 학교 학생 5명이 인근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일요일 오후부터 복통을 느낀 학생들은 일요일이라 문을 열지 않은 동네병원 대신 종합병원을 찾았고, 이 중 한 학생에게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캠필로박터균이 검출됐다.

진료한 의사는 식중독균 발생을 관할 보건소에 당일 보고한 반면 학교 측은 이 사실을 이틀 후에나 파악할 수 있었다. 수백 명이나 되는 학생 중 2~3명의 결석은 종종 있는 일이라 식중독 때문이라고 추정하기 어려웠던 것. 이틀 후인 화요일에 캠필로박터균이 검출된 학생이 있었다는 소식을 전달받고 해당 학교 영양교사는 즉시 교육청에 신고했으나, 이를 교육청은 보건당국에는 하루 뒤에 신고했다. 교육청은 신고 당시까지 식중독균이 검출된 학생이 1명뿐이었기 때문에 관할 보건소에 신고를 하루 미룬 것.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의 식중독 발생 신고는 동일한 균으로 2인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신고 후 보건당국은 보존식부터 조리종사자 가검물, 식판, 칼, 도마 그리고 급식관리실 문고리까지 검사했으나 캠필로박터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결국 식중독 조사 보고서에는 원인균만 기재됐고, ‘식중독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해당 학교에는 300만 원의 지연신고 벌금이 부과됐다. 그리고 결국 300만 원의 벌금은 영양교사가 납부했다.


[대한급식신문=정지미·김기연 기자] 이상이 지난 4월 1일 경북지역 A학교에서 벌어진 실제 사례다. 해당 영양교사는 억울했지만, 교장 및 교감과 협의한 끝에 벌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이 소식을 전달받은 영양(교)사들은 분개하고 억울함을 토로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식중독이 발생했을 경우 원인 규명을 위해 보존식을 준비하는 것인데, 실제로 보존식에서는 식중독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음에도 결과보고서에는 ‘식중독으로 추정된다’고 언급된 것도 모자라 지연신고를 이유로 벌금까지 부과됐기 때문이다.

경북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화가 나서 밤새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며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을 어디부터 뜯어고쳐야 할지 암담했다”고 호소했다.

경북지역의 또 다른 영양교사는 “식중독 추정만으로 처벌을 하는 것도 억울한데 벌금을 부과하고, 그 벌금을 영양교사가 뒤집어쓰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영양교사는 우리 아이들을 올바르게 이끌고 교육하는 교사이지 의사가 아니다”고 분개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도 “당시의 벌금 처분은 과했던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최근 국정감사에서 학교급식 식중독을 놓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보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벌금을 부과했던 해당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처리했을 뿐”이라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집단 복통이나 설사 증세에 대해 무조건 학교급식 탓으로 모는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여서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한숨은 더욱 커진다.

지난 11일 김한표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9월까지 학교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고는 125건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급식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식중독은 극소수다. 실제 김 의원실의 자료에는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진행한 식중독 역학조사 결과, 원인식품이 학교급식으로 확인된 사례는 25건 중 6건 뿐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번 김 의원실 자료 발표에 따른 언론보도는 ‘학교 내의 식중독은 모두 학교급식 탓’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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