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오염된 세척수 공유하는 ‘식기세척기’
세제 오염된 세척수 공유하는 ‘식기세척기’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9.08.06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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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잔류세제 식판 문제, “잘못된 식기세척기 구조 개선 필요”
“학교 위생관리 책임은 식약처·보건소 아닌 교육당국, 대책 세워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단체급식. 따라서 단체급식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위생과 안전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같은 위생과 안전을 위해서는 피급식자가 사용한 식판과 기물(숟가락·젓가락)은 물론 조리에 사용한 도구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일반 업소와는 달리 단체급식은 많은 식기와 기물 등을 세척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 다수의 단체급식소는 대량의 식기 세척이 가능한 업소용 식기세척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업소용 식기세척기가 위생에 있어서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편집자주 -


#1. 지난 5월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이 공개한 2018년도 보고서 중 ‘학교 집단급식소 식판 중 잔류세제 검사’ 결과를 보면 5개 학교의 식판에서 잔류세제와 알루미늄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잔류세제가 검출된 학교는 고등학교 두 곳과 초등학교 두 곳 총 4개 학교이며, 알루미늄은 초등학교 한 곳에서 검출됐다.

#2. 지난달 초 경기도 성남시 A고교는 지역 교육지원청의 위생점검에서 위생기준 위반으로 지적을 받았다. 사유는 식판 세척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 업체와 함께 수시로 식기세척기를 관리했는데도 식판이 깨끗이 세척되지 않은 것이라 해당 영양사는 무척 억울했다. 그럼에도 식기세척기를 교체하지 않는 이상 뚜렷한 대안이 없어 답답한 마음만 눌러야 했다.


위와 같은 지적 사례는 모두 단체급식소의 식기세척기와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한다. 국내에서 제작·유통·보급되는 식기세척기의 절대다수가 법이 정한 위생기준을 지키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

일반적인 업소용(터널식) 식기세척기 구조를 도식화한 모습. 마지막 세척 3(헹굼 탱크)에 건조촉진제가 도포된다.
일반적인 업소용(터널식) 식기세척기 구조를 도식화한 모습. 마지막 세척 3(헹굼 탱크)에 건조촉진제가 도포된다.

 

식기세척기, 위생기준 따라야

식기세척기는 위생용품 관리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 이하 식약처)에서 규정한 ‘위생용품의 기준 및 규격’(이하 위생기준)을 따라야 한다. 구체적으로 세척제 규정을 보면 ‘2종, 3종 세척제를 사용한 후에는 음식기, 조리기구 등에 세척제가 잔류하지 않도록 음용에 적합한 물로 씻어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1종 세척제는 사람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야채와 과일 등을 씻는데 사용되고, 2종 세척제는 가공기구, 조리기구 등의 식품기구나 용기를 씻는데 사용된다. 이에 따라 식판 세척 시 사용하는 세척제는 2종 세척제이며, 세척 후 잔류세제가 남았다는 것은 사용한 세제의 양이 많았거나 세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헹굼 과정에서 사용한 건조촉진제(이하 린스)가 제대로 세척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한다.

잔류세제… 헹굼 과정의 ‘린스’?

식기세척기는 식판 반입구와 세척 탱크, 가스부스터, 노즐, 식판 반출구 등으로 구성된다. 세척 탱크는 최소 2개이며, 헹굼 탱크 1개와 건조 구간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헹굼 구간에서 대다수의 단체급식소는 빠른 건조를 하기 위해 이른바 ‘린스’를 넣어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린스가 들어간 헹굼 구간의 세척수는 위생기준에서 정한 ‘음용에 적합한 물’이 아닌 셈이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급식업계 한 관계자는 “린스를 사용해 헹굼 과정을 거치게 되면 우리 아이들의 입으로 린스가 고스란히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위생기준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은데 교육당국과 보건당국에서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린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식판이 건조되지 않은 채 식기세척기를 빠져나와 식판 소독대에서 건조된다. 그러면 식판에 물 얼룩이 생겨 마치 세척이 되지 않은 것처럼 보여 민원을 받기 십상이라 급식소 관계자들로서는 ‘진퇴양난’.

지역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린스를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물 얼룩 현상 등은 학부모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캠페인도 벌이고 있는데 그럼에도 민원이 들어오면 급식소 입장에서는 곤란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식기세척기 업체 관계자는 “식기세척기를 유통하는 업체가 국내에 10여 개 남짓인데 전부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헹굼 단계에서 린스를 넣는 것은 운영하는 급식소의 문제이지 식기세척기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식기세척기 세척 탱크 사이에 홈을 만들어 사실상 1개의 탱크로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위)세척 탱크 사이에 보이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는 홈.
식기세척기 세척 탱크 사이에 홈을 만들어 사실상 1개의 탱크로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위)세척 탱크 사이에 보이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는 홈.

오염된 세척수, 탱크가 공유한다?

세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이는 식기 세척용 세제를 1차 세척 탱크에 투여한 후 2개 이상의 여러 세척 탱크가 세척수를 공유하도록 설계했다는 의혹에 근거하고 있다. 즉 각각의 세척 탱크에 세제가 투여돼 식기 세척이 이뤄져야 하지만 세척 탱크 내에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틈을 만들어 세제가 들어간 세척수를 공유하도록 설계해 오염된 물이 계속 재사용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비슷한 구조의 식기세척기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전수조사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지역의 한 업체 대표는 “학교는 학교급식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생기준을 관장하는 식약처와 지자체, 보건소 등 보건당국은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어렵고, 교육지원청이 우선 관리·감독을 한다”며 “지적이 되고 있는 식기세척기 문제는 교육당국이 지금까지 방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식기세척기 구조가 비슷해 잔류세제가 문제라면 지역별로 전수조사라도 해야 한다”며 “결국 해결책도 교육당국이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역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 최소 3탱크 식기세척기를 권고하고 있는데 3탱크로 구매한 식기세척기가 구조상 2탱크 처럼 사용되고 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영양(교)사가 확인하기 어렵다면 전문가들과 함께 점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초 위생점검에서 지적을 받은 A고교는 이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A고교 영양사는 “식기세척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고, 매번 잔류세제 검사를 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들과 상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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