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한식 상차림에도 애피타이저가 있었다
조선시대 한식 상차림에도 애피타이저가 있었다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9.10.1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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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박사, 역사 기록에서 한식 관련 희귀 정보 발굴
전라감사제공 본상차림 스케치(조지포크_버클리 밴크로프트 도서관)
전라감사제공 본상차림 스케치(조지포크_버클리 밴크로프트 도서관)

[대한급식신문=정지미 기자] 세계김치연구소(소장 하재호)는 1880년대 최초 조선 주재 미국 외교관이었던 조지 포크(George C. Foulk. 1856-1893)의 문서에서 조선시대 말기 한식 상차림에 대한 희귀 정보를 찾아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구한말 주한 미국 임시 대리공사를 지냈던 조지 포크는 고종의 신임을 받아 조선의 자주적 주권 유지와 근대화 추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측근이었으며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tvN ‘미스터 션샤인’의 유진 초이(이병헌 분)의 실존 모델로 잘 알려졌다.

특히 조지 포크는 미 해군 장교 출신으로 서양인으로는 최초로 조선어를 구사하고 조선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인물이다. 조선의 근대화 추진 과정에서 청나라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음해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미국이 조선에 제너럴셔먼호 사건에 대한 배상을 추궁하려 하자 이를 반대해 본국과 마찰을 빚는 등 조선을 위해 활동하다 37세 나이에 요절했다.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연구단 박채린 박사는 조지 포크가 1884년 조선의 3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지방을 여행하며 당시 지방 관아 수령들로부터 접대받은 음식의 종류, 상차림 이미지, 식사 상황 등이 자세하게 기록된 문서를 발견‧해석했다.

박채린 박사는 이 문서에서 한식 상차림에서도 서양의 코스 요리처럼 예비 상차림(前食), 본 상차림(本食)으로 구별해 시간차를 두고 음식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비 상차림에는 과일류, 계란, 떡, 면류 등 전통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안줏거리가 제공됐으며 본 상차림에는 밥과 국, 김치류, 고기류, 생선류, 전, 탕 등이 제공됐다.

이처럼 프랑스의 오르되브르(hors d’oeuvre) 같은 하나의 독립된 전채요리(애피타이저)와 유사한 형태의 상차림 코스가 1800년대 전통 한식 상차림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은 현재까지의 기록은 물론 현대 한식 상차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된다.

박채린 박사는 “또한 그동안 한 끼 식사에 먹는 음식은 모두 한꺼번에 차려 제공하는 ‘한상차림’을 우리 고유의 상차림 양식으로 인식하고 교육해왔던 상황에서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한식문화는 전통 한식문화 정립에 큰 반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석과 활용 방안 등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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