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으로 간 ‘학교 우유급식’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간 ‘학교 우유급식’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9.11.24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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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시행 목적에 과도한 업무 부담 등 문제점 지적
청원 일주일 만에 5천여 명 참여, 낙농진흥회 측 “폐지 불가”
현 학교 우유급식 제도의 부적절함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랐다. 사진은 우유급식을 먹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좌). 우유급식 폐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우).

[대한급식신문=김기연·김나운 기자]양(교)사들에게 과중한 업무 중 하나였던 ‘학교 우유급식’에 대한 폐지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지난 6일 게재된 이 청원은 게재 일주일 만에 5천여 명이 서명했다.

두 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청원자는 직접 젖과 이유식을 먹여서 키우고 있는데 앞으로 유치원과 학교에서 우유급식을 통해 반강제적으로 우유를 먹일까봐 걱정돼 청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강제 우유급식, ‘시대착오적’ 발상
청원자는 우유급식에 대해 “우유는 완전식품이 아니고, 이제 아이들의 체위가 충분히 커진 만큼 체위 향상을 위한 우유급식 명분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우유의 영양학적 가치나 우유 생산에 따른 환경문제 등에 논란도 뜨거운데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우유를 공급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라고 비판했다. 

또한 아이들의 우유 기피현상도 지적했다. 청원자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4, 5층의 높은 교실에서 운동장에 세워둔 선생님 자동차로 우유를 던져 터뜨리는 장난을 하거나 싫어하는 아이 가방에 몰래 남은 우유를 쏟아 적셔놓는 일도 발생한다는 것. 또 먹지 않고 방치해 부패한 우유가 교실을 오염시키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소중한 음식을 장난치는 도구로 여긴다는 것은 교육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유급식을 위한 과도한 업무에 대해 청원자는 “학교에서 우유를 공급하려면 희망자 조사, 업체 선정 입찰, 우유 값 징수 및 미납자 독촉, 발주, 검수, 급식지도, 우유팩 반납 처리 지도, 전출생 환불 및 전입생 추가 발주, 무상 우유급식 대상자 선정 및 관리 등 업무가 많아 담임교사, 영양교사와 행정실 직원들 모두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점심급식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도 제기했다. 등교하자마자 먹거나 대개 1교시가 끝난 후 먹는 우유로 인한 포만감 때문에 점심급식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 이로 인해 잔반이 더 많이 늘고, 식생활교육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우유는 송아지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풀을 먹기 전까지 어미소로부터 공급받는 먹이일 뿐”이라며 “사람이 지속적, 장기적으로 먹어야 하는 음식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학교 우유 밀어 넣기, 언제까지”
우유급식 문제가 지적되기 시작한 시점은 이미 오래 전으로, 우유를 먹지 않는 학생들에게 ‘강제로’ 먹이려는 시도는 그동안 수없이 비판을 받아왔다. 일선 학교 관계자들은 “시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낙농업자들은 ‘학교에 우유를 밀어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비아냥 섞인 목소리를 내놓기도 한다. 

이처럼 강요를 못 이긴 아이들은 받은 우유를 버리거나 숨겨두기 일쑤이고, 일부는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우유급식 형태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등을 위한 무상과 학부모 부담으로 진행되는 유상 제공이다. 무상 우유급식을 위한 예산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교육청이 부담하는데 서울시와 일부 기초단체처럼 예외인 경우도 있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우유급식을 포함시켜 전체 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 외 몇몇 기초단체도 자발적으로 전면 무상 우유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유 급식률은 나날이 저조해지는 실정이다. 이를 높이기 위해 매년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단체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급식률에 큰 변화는 없다. 

농식품부가 집계한 우유 급식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51.1%에 그치고 있으며, 이마저도 상급학교로 갈수록 큰 폭으로 낮아져 초등학교 70%대, 중학교는 5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는 20%대에 불과하다. 

이 같은 통계에 대해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아직까지 학부모 강요가 통하는 초등학생들은 억지로 우유를 신청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우유 기피현상도 초등학교에서 가장 심하다”고 지적했다. 

“우유급식, 학교 밖에 실시해야”
지속적으로 학교 우유급식의 제도 개선을 요구해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소속 영양교사들 연대인 전교조 영양위원회(위원장 정명옥)는 이번 청원에 대해 적극 참여하면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폐지가 어렵다면 ‘학교 밖’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명옥 위원장은 “우유급식의 시행목적 중 하나가 ‘낙농산업의 발전’인데 이 목적부터 시대착오이자 바꿔야 할 대상”이라며 “정부와 낙농업자가 학교급식과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현장은 지금의 우유 공급 시스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우유급식이 반드시 필요한 저소득층 학생들의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남지역의 한 영양사도 “무상 우유급식을 하면서 아이들의 신분 노출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저소득층 아이만 따로 명단을 만들어 지자체에 보고해야 하는 현 시스템 때문에 아이들의 신분이 노출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학교를 통하지 않는 직접 지원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유급식사업을 주관하는 낙농진흥회 측에서는 현재 구조를 변경할 수 없다고 입장이다. 낙농진흥회 우유홍보팀 담당자는 “우유급식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우유 급식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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