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가정간편식’이 연다
저녁이 있는 삶, ‘가정간편식’이 연다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0.04.1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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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식품 트렌드 ‘시간 절약’‘야식과 간식’‘단백질’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 변화, 식품산업도 변화시킬 것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우리나라 가정간편식(이하 HMR) 시장은 지난 몇 년간 급성장하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근에 와서 큰 영향을 준 정부의 정책이 주 52시간 근무제 실행이다. 근무시간이 짧아지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되고 또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국민들이 HMR에 기대하는 바는 간단명료하다. 저녁시간을 가치있게 쓰고, 퇴근 후 식사와 야식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한 끼를 먹더라도 건강하게 먹으려는 트렌드가 바탕에 깔려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HMR이 바로 이 같은 흐름을 따르고 있다. 기존 HMR 제품이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하는 ‘가성비’에 중점을 뒀었다면 최근에는 요리 준비단계를 절약하면서도 영양과 맛 모두를 챙길 수 있는 제품이 유행이다.

가정내 외식 선호 메뉴였던 튀김 요리의 경우 조리과정이 복잡해 주로 외식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에어프라이어 보급이 늘며 전용 냉동치킨도 출시되는 추세이다. 에어프라이어는 별다른 조리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조리 시간을 개인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이 4대 도시 4500가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에어프라이어 보유율은 61%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의 연령, 섭취 편의성을 고려한 HMR도 눈길을 끈다. 어린이에게 필요한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구이의 경우 구매, 손질이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 주요 외식·급식업체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단점을 없앤 제품들이 대거 출시되어 있다. 생선 가시를 제거 후 어린이가 불편함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소포장 돼 있어 가정에서 간편하게 조리 가능하다.

이처럼 HMR의 트렌드 변화는 CJ제일제당이 지난달 발표한 ‘2020 HMR Trend 전망’에서도 느껴진다. CJ제일제당은 4400여명의 내·외식 메뉴 데이터와 전국 5000가구 가공식품 구입기록, 2800여 개의 HMR 신제품 특징 등을 분석해 트렌드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나의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서비스나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음식의 배달시간마저 아깝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아 유통업계의 30분 내 배송 서비스나 새벽 배송 서비스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른바 ‘4th Meal’(네번째 식사)이라고 통칭되는 야식과 간식의 강세다. 야식 메뉴 중 치킨이 선호 1위를 기록했으며, 선호도 상위 10개 메뉴 중 닭 관련 메뉴가 절반을 차지했다. 식품 소재로는 단백질과 야채가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육류나 수산물, 계란, 두부 등 단백질 취식 비중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트렌드 변화에 있어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개학연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가정 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외식 대신 내식(內食)의 비중이 커졌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내식 비중은 83%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3.5%P 증가했다. 반면 테이크아웃과 외식은 각각 4.3%P, 19.1%P 줄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예측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는 외식이 아닌 ‘내식’이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는 온라인 구매의 확대다. 올해 초부터 예견된 상황이 실제로 확인됐다. 지난 1월 말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온라인 구매 비율은 39.3%를 기록했는데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2월 23일 이후 온라인 구매 비율은 44.2%로 4.9%P 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보다 동네 슈퍼마켓을 찾는 빈도도 늘었다.

마지막은 역시 HMR이다. 집밥을 대체하면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한 생수, 즉석밥, 라면 등과 더불어 국물요리, 상품죽, 냉동만두 등 구입이 늘었다. 또한 계란, 김, 두부·콩나물 등 반찬으로 주로 활용하는 식자재에 대한 구매가 증가했다. 주로 ‘비축용’으로 구매한 경우도 많았다.

CJ제일제당 남성호 트렌드전략팀장은 “경제적·사회적 이슈는 물론 소비자의 생활 방식과 소비 패턴 변화가 식문화 트렌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특히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HMR에 대한 취식 경험이 새로 생기거나 늘고, 이는 향후 소비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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