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공동관리 영양사 제도… ‘해법’찾아야
‘적폐’ 공동관리 영양사 제도… ‘해법’찾아야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7.20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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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100인 이상 유치원·어린이집 5곳까지 공동관리 영양사 허용
안산 모 유치원도 영양사 배치됐다면… “제도 허점으로 아이들만 피해”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달 말 경기도 안산시 모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로 촉발된 유치원급식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매우 거세다. 이 같은 요구에 따라 그간 ‘유아교육법’에 대표적인 악성 조항으로 손꼽혔던 ‘공동관리 영양사’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유아교육법 시행규칙 제3조 제2항에 따르면, ‘한 번에 100명 이상의 유아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유치원에는 ‘국민영양관리법’ 제15조에 따라 면허를 받은 영양사 1명을 두어야 한다. 다만, 급식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급식을 하는 2개 이상의 유치원이 인접해 있는 경우에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조에 따른 같은 교육청의 관할구역에 있는 5개 이내의 유치원은 공동으로 영양사를 둘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2005년 유아교육법의 제정 당시부터 존재해왔던 이 조항에 대해 단체급식 관계자들은 ‘그동안 유치원급식의 질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법 조항 중 하나’로 지적해 왔다. 이 같은 공동관리 영양사 규정에 따라 영양사 의무고용에 소극적 입장을 보인 대표적인 곳이 사립유치원들이다.

실제 경기도교육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내 사립유치원 930곳 중 영양사가 단독으로 배치된 유치원은 88곳뿐이었다. 반면 공동관리를 맡기고 있는 유치원은 525곳에 달했고, 영양사가 아예 없는 유치원도 317곳이나 됐다. 심지어 공동관리하는 525곳의 유치원을 담당하는 영양사는 105명뿐이었다. 이처럼 1명의 영양사가 5개 유치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1주일에 단 하루만 유치원을 방문할 수밖에 없어 급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가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일.

익명을 요구한 한 유치원 공동관리 영양사는 “공동관리를 하면서 1주일에 하루만 해당 유치원을 방문하는데 식단을 작성해 보내도 원장과 보육교사가 마음대로 수정하는 일이 다반사고, 조리원에게 위생장갑 착용을 지시하면 묵살당하기 일쑤”라며 “이런 상황에서 안산 모 유치원처럼 식중독 사고가 터지면 영양사 책임이 될 것이 뻔한데 공동관리를 계속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공동관리가 유치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영유아보육법’에도 동일한 조항이 있다. 동법 시행규칙 제10조 ‘보육 교직원의 배치기준’을 정한 별표에 따르면, ‘영·유아 100명 이상을 보육하는 어린이집의 경우에 영양사 1명을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어린이집 단독으로 영양사를 두는 것이 곤란할 경우 같은 시·군·구의 5개 이내 어린이집이 공동으로 영양사를 둘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시설인 유치원에 비해 보육시설로 구분되는 어린이집은 평균적으로 유치원보다 시설이 더 많은 반면 원아의 수는 적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통계에서도 지난해 기준 전국 어린이집 3만7371곳 중 90% 이상이 100인 미만 시설로 조사됐다.

특히 100인 미만 시설은 법상에도 명시된 바와 같이 영양사 고용의무 자체가 없어 사실상 영양사 없이 급식이 운영되고 있다. 그나마 어린이집은 각 시·군·구에 대부분 설치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에 등록하면 관리를 받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역시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상주 영양사들이 직접 관리하는 수준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공동관리 급식의 폐해는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다수 국민도 느끼고 있다. 식단관리부터 식재료의 양, 급식소 위생·안전, 조리원 관리 등 복잡하면서도 전문성이 필요한 급식업무를 1주일에 단 하루만 출근하는 영양사가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

수도권 유치원에 자녀를 등원시키고 있는 한 학부모는 “최근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안산의 모 유치원도 영양사가 고정 배치됐다면 보존식을 버리는 행위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냐”며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소중한 아이들만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립유치원 운영과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이 올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그간 급식관리 사각지대였던 유치원급식도 ‘학교급식법’ 적용 범위에 포함됐다. 유치원의 부실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용이 담긴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일선 유치원들의 적응과 관련 법령 정비를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둔 2021년 1월 30일로 법 적용 시점이 정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치원이 학교급식법의 적용을 받아도 계속 공동관리 영양사를 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까지 학교급식에 공동관리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학교급식에 남은 ‘공동관리’

일단 학교에서의 공동관리 영양(교)는 2013년 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공동관리교 영양교사 배치 관련 조항이 삭제되면서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삭제된 내용은 ‘제40조의 3(영양교사의 배치기준) 급식시설과 설비를 갖춘 인접한 2개 이상의 학교에 급식대상이 되는 총 학급 수 12학급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영양교사를 공동으로 둘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2018년 학교급식 실시현황’에 따르면, 2019년 2월 28일 기준으로 급식을 하는 1만1818개 초·중·고교 중 영양(교)사 공동관리로 운영되는 학교는 375개교다. 법적 근거가 삭제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적지 않은 학교가 공동관리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실상은 초·중등교육법상 공동관리 규정이 삭제됐지만, 또 다른 공동관리 법령인 2007년 삽입된 학교급식법 시행령 부칙 제3조와 맞닿아있다. 이 법령에는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라 학교급식시설에 배치된 학교급식 전담직원의 공동배치에 관한 사항은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

현행 법령에서는 볼 수 없는 이 ‘종전의 규정’은 ‘학교 안에 급식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학교급식을 실시하는 인접한 2개 이상의 학교의 장은 1회 총 급식 학생 수가 400인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하여 감독청의 승인을 얻어 공동으로 학교급식 전담직원을 둘 수 있다. 이 경우 학교급식 전담직원은 영양사이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여기서 400인은 학생 수를 규정한 것으로, 전체 학생이 400명을 넘지 않으면 몇 개의 학교를 공동관리해도 된다는 것. 예를 들면 학생 수가 40명인 학교는 10곳도 공동관리가 가능한 셈이다.

공동관리 ‘유예기간’ 유치원도?

이 종전의 규정을 없애고 부칙 제3조가 등장한 이유는 당시의 상황 때문이다. 2007년은 ‘영양교사 제도’가 도입된 해로 학교급식법 전부 개정안의 핵심은 영양교사 제도 도입과 함께 1개 학교에 1명의 영양교사를 ‘반드시’ 배치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당시 2000여 명의 식품위생직 영양사가 영양교사로 전환됐다. 여기에 막대한 국가 예산이 소요된 것도 사실. 이런 가운데 학교급식을 실시하는 학교는 전국에 1만1000여 곳에 달했고, 재정 여건상 영양교사를 한꺼번에 임용할 수 없었던 정부는 단계적으로 영양교사를 임용해 배치하기로 하면서 이 부칙 제3조를 통해 일종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유치원의 학교급식법 적용을 앞두고 다수의 급식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2007년 학교급식법의 전면 적용 당시 막대한 재정부담을 이유로 학교에 유예기간을 둔 것처럼 유치원도 영양교사 배치에 또다시 유예기간을 둘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공립유치원보다 특히 사립유치원을 향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을 ‘고려’해 기존에도 영양사 공동관리 규정을 만든 것과 같이 현재 개정작업 중인 학교급식법 시행령·시행규칙에 공동관리 규정을 반영하거나 일시적으로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경기도의 한 교육관계자는 “사립유치원의 여건을 고려해준 관행을 볼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영·유아급식은 물론 학교급식도 공동관리 영양사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령 개정의 ‘열쇠’… 결국 교육부

법령 개정작업 중인 현 단계에서 관심은 교육부로 향해 있다. 이른바 유치원 3법의 국회 통과 이후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 담당 부서에서는 개정작업에 큰 진척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정작업을 맡는 급식담당 부서가 코로나19로 인한 개학연기와 급식실 방역 등으로 개정할 법령을 제대로 살필 여력이 없었던 것.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급식 현장에서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초안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강원도의 한 영양교사는 “내년 1월부터 개정된 학교급식법 시행이라 최소한 6개월 전에는 법령 초안이 제시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지금도 대단히 늦은 편”이라며 “교육부의 현재 추진 경과로 비춰볼 때 7월 말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영양교사도 “교육부가 상반기 중 유치원 단체와 학계의 정책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미뤄 초안 발표를 6월 말로 예상했는데 고려할 사항이 많은지 아직 결론을 못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대한영양사협회 이영은 회장은 “교육부와 국회에 공동관리 영양사 제도 폐지를 비롯한 개선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고, 공개토론회 등도 준비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현장 영양(교)사들의 의견을 모아 개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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