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지만… 실행에는 너무 큰 난관도”
“취지는 좋지만… 실행에는 너무 큰 난관도”
  • 정지미·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9.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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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친환경 학교급식 꾸러미, 이대로는 곤란하다]
급식 종사자 부담 없애고 식재료 업체 참여 기회 넓혀야

[대한급식신문=정지미·김기연 기자] 이른바 ‘대(大) 코로나 시대’다. 올해 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모든 경제활동은 타격을 입었고, 사회는 위축됐다. 단체급식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역시 ‘학교급식’이었다. 이때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다름 아닌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이하 꾸러미 사업). 꾸러미 사업은 성과도 있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사실상 2차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또다시 학교급식이 중단되자 전국 곳곳에서는 2차 꾸러미 사업을 시작하거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본지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꾸러미 사업 성과와 문제점 그리고 전망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

농가 살리는 ‘착한 소비’ 등장

학생들의 등교 중단과 함께 급식도 중단됐다. 급식 중단으로 조리 종사자들은 월급을 못받고, 식재료 공급업체들은 수입이 끊겼다. 그리고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가들은 쌓이는 농산물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움에 처한 농가들을 돕고, 건강한 식재료를 먹자”는 주장은 이른바 ‘착한 소비’ 운동으로 번졌다. 각 지자체는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판매소를 꾸렸고, 또 다양한 꾸러미 사업도 진행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미사용 무상급식비로 초점이 옮겨졌다. 이 급식비를 활용해 판로를 잃은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해 등교하지 못하는 각 학생 가정에 ‘농산물 꾸러미’를 공급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상급식비의 부담 주체는 교육청과 광역 및 기초 지자체다. 지역별로 분담 비율 차이가 있지만, 지자체와 교육청 모두 협조가 이뤄졌다.

지난 6월 경기 가평농협 고주모(고향을 사랑하는 주부 모임) 회원들이 가평읍 소재 양곡창고에서 꾸러미 제작 자원 봉사를 하는 모습.
지난 6월 경기 가평농협 고주모(고향을 사랑하는 주부 모임) 회원들이 가평읍 소재 양곡창고에서 꾸러미 제작 자원 봉사를 하는 모습.

꾸러미 사업의 시행 과정은 지역별로 크게 달랐다. 지역에 따라 3~10만 원 상당의 쌀이나 농산물 등으로 구성된 식자재(혹은 바우처)를 제공하기도 했고, 재난지원금 형태로 현금을 지원한 지역도 있었다.

사업 호응도는 매우 높아 학생 가정의 식비 부담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반면 일부 가정에서는 생소한 농산물을 받고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곤란을 겪기도 했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일부 늦게 시작한 지역은 농산물을 활용한 레시피를 함께 제공하기도 했다”며 “전반적으로 호응도는 높았다”고 말했다.

제2차 꾸러미 추진되나

2차 대유행으로 인해 급식이 중단되거나 축소 운영되는 일부 지역은 2차 꾸러미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교육청에 사업 진행을 문의하는 단계이며, 제주와 전남 등 일부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미 사업을 시작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추석 전까지 도내 초·중·고 학생 2만8142명 가정에 3만 원 상당의 꾸러미를 농산물·가공식품 등으로 구성해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전북 군산시와 정읍시는 친환경농산물과 가공식품으로 꾸러미를 만들어 학생 가정에 공급한다. 군산시의 공급대상은 유치원과 초·중·고 154개교에 3만4000여 명, 정읍시의 공급대상은 106개교에 1만1864명이다.

가장 많은 학교와 학생이 있는 경기도도 논의가 시작됐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지난 14일 경기교육청과 간담회를 갖고, 꾸러미 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과 인천, 전남 등도 꾸러미 사업 제안이 지자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도 공식 언급을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 소비에 힘을 쏟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향후 수급 여건이 악화되면 2차 학생 가정 꾸러미 사업을 교육부, 교육청, 지자체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농식품부는 각 지역 교육청과 지자체에 꾸러미 사업 추진에 대해 문의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꾸러미에 동원된 급식 종사자들

정부와 지자체가 논의하는 2차 꾸러미 사업에 대해 일선 급식 현장의 우려는 매우 큰 편이다. 상반기 1차 꾸러미 사업의 좋은 취지에 비해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고, 이로 인한 현장 혼란과 고충도 컸기 때문이다. 2차 꾸러미가 언급되기 시작한 지금 적지 않은 지역 영양(교)사들은 불안한 눈초리로 진행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시행 주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1차 꾸러미 사업 예산 출처가 미사용 무상급식비이라 교육청이 사업 주체 중 하나로 참여했고, 이 과정에서 학생 가정의 정보 파악과 취합, 농산물 종류 선택까지 직접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청이 맡았다. 그러면서 ‘급식’이라는 명칭 때문에 대다수 업무가 급식실로 쏟아졌고, 고스란히 영양(교)사의 업무가 되기도 했다.

현장 혼란은 대도시 권역에서 심했다. 특히 서울은 혼란이 극에 달했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꾸러미와 이른바 ‘바우처(온라인 상품권)’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농산물 공급과 유통을 농협에 일임했다. 상품권은 오직 농협의 인터넷 쇼핑몰인 ‘농협몰’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고, 기존 농협몰을 이용하지 않았던 학생과 학부모는 농협 회원가입부터 시작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문의와 불만은 고스란히 학교 영양(교)사들에게 전달됐다.

서울 A학교 영양교사는 “꾸러미 사업을 하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꾸러미 사업의 민원창구를 영양(교)사가 맡아야 했는가’였다”며 “전문 분야도 아닌 농산물 선택부터 발송, 관리 등의 민원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받았다”고 토로했다.

서울 B학교 영양사도 “‘농협몰 ID가 로그인되지 않는다’는 등 학부모 불만과 민원으로 급식업무는 마비 상태였다”며 “급식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꾸러미 사업에 동원되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관별 상반된 입장, 빚어진 갈등

정부 부처와 기관들의 갈등도 있었다. 경기도는 꾸러미 사업을 결정한 뒤 일정 금액은 꾸러미로, 일정 금액은 바우처로 지급하면서 바우처에 선택권을 각 학교에 맡겼다. 그러자 각 가정은 축산물과 가공식품 등을 선호하면서 오히려 농산물이 외면되자 “사업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기도는 “농산물로 일원화해야 사업 취지를 살릴 수 있음에도 교육청에서 거부해 이 같은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한 반면, 경기교육청은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고 교육적 측면에서도 학부모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옳다”고 맞섰다.

이 같은 논란이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일단 양측의 입장은 완강하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 학생 수가 170만 명인데 이들이 모두 동일한 품목을 지급한다면 그 물량은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품질과 배송 또한 보장할 수 없다”며 “각 학교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교육급식의 취지에도 맞다”고 잘라 말했다.

꾸러미로 제공된 농산물의 품질과 늦은 배송 등의 문제점도 있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량 수요가 많아지면서 품질 저하 문제가 대두됐다. 각 가정에 일일이 배송하기 위해 일부 기존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업체들이 참여하기도 했으나 물량이 워낙 많은 탓에 택배 위주로 진행된 지역은 늦은 배송과 변질된 농산물 등에 대한 항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정례화 언급… 커지는 불안감

1차 꾸러미 사업 과정에서 정부는 꾸러미 사업의 정례화를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위협이 끝나지 않았고, 향후 또다시 급식 중단이 재발하면 농가와 농업을 보호하며, 학교급식 체계를 유지하는 방안 중 하나로 꾸러미 사업을 삼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정상적인 급식이 진행되는 중이라도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꾸러미를 제공하겠다는 방안 또한 검토했었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도 전에 또다시 급식이 중단됐고, 2차 꾸러미 사업이 언급되자 급식 관계자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꾸러미 취지는 동감하면서도 1차 사업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제일 먼저 해결할 과제는 추진 주체의 명확화다. 강원도의 한 영양교사는 “기본적으로 교육지원청 혹은 지자체에서 별도 전담팀을 구성하거나 담당자를 지정해야 한다”며 “꾸러미 사업이 학교에 오는 순간 혼란은 되풀이될 것이고, 특히 대도시처럼 학생 수가 많은 지역은 전담팀 구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학교에 과도한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학교 영양사는 “급식이 중단되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보지만, 오히려 급식실 관리, 식재료 입찰, 계약 변경 등의 업무는 늘어난다”며 “안 그래도 많은 업무에 꾸러미까지 더해지면 정상적인 급식 관리가 어려워 급식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꾸러미, 식재료 공급업체 참여 필요

꾸러미 사업에 전문성을 가진 식재료 공급업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해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이번 꾸러미 사업에서 배제되어 당시 집단행동을 시사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았다. 급식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학교급식 운영 주체는 농가와 농업뿐 아니라 식재료 공급업체도 마찬가지라는 것.

정부 구제정책이 농가와 농업 위주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꾸러미 사업에 식재료 공급업체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으나 결과적으로 일부 지역의 제한적 참여로 그쳤다.

20여 년 이상 식재료 공급에 종사했다는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 등록업체 관계자는 “생존 위기에 내몰린 업체들이 교육청과 시청을 찾아다니며 호소를 해도 대책 수립에는 미온적이었고, 꾸러미 사업 제조 또는 공급만이라도 참여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끝내 묵살당했다”며 “식재료 공급업체들은 전부 고사하란 것이냐”고 분노했다.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관계자는 “농가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들 못지않게 어려운 곳이 식재료 공급업체들”이라며 “꾸러미 공급과 배송 등에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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