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이 내놓은 ‘탄력급식’의 딜레마
교육 당국이 내놓은 ‘탄력급식’의 딜레마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3.31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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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학생 중 희망자는 급식 제공’ 지침… 반대 여론 높아
급식 현장, “부작용 클 텐데 뚜렷한 대책 없어” ‘벙어리 냉가슴’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교육 당국이 내놓은 ‘원격수업 학생 중 희망자는 급식 제공’ 지침으로 현장 의견이 분분하다. 학교급식 종사자들은 이번 지침에 대해 대체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지만, ‘밥을 못 먹는 학생이 있어서 안 된다’는 취지 또한 깊게 공감하는 부분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물론 몇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자칫 ‘급식 종사자들이 급식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 어떠한 언급도 자제하고 있는 형국이다.
- 편집자주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올해 신학기 개학 직후인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새 학년 문제점 진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현재 긴급히 제기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학교 현장의 의견을 듣고, 개선을 위한 교사들의 요구를 모으자는 취지였다. 여기에는 전국 각급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2762명이 참여했다.

‘탄력급식’ 반대 교직원, 68.1%

이번 설문조사에는 ‘원격수업 학생 중 희망자는 급식 제공’ 지침, 이른바 ‘탄력급식’에 대한 의견도 포함되어 있었다. 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전체 응답자 중 68.1%에 달했다.

이 지침에 따랐을 경우 우려되는 점에 대해 가장 많은 60.5%가 ‘급식을 위해 학교에 오는 학생의 방역·급식 실무 등 관리 어려움’을 꼽았다. 이어 ▲급식시간이 길어져 학생이 실시간 원격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움(57.0%) ▲급식실 감염 위험 증가(55.9%) 등이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단지 급식을 먹기 위해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의 안전관리가 어렵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원격수업 중 급식대상 학생의 등교 확인을 비롯해 발열 체크, 급식실 내 인솔, 교통안전 지도 등의 담당자 선정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경우 원격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을 확인·통솔하는데 시간이 촉박하고, 영양(교)사 역시 급식 준비로 여유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

당국, 보다 좋은 방안 찾아야

학부모들 의견도 전반적으로 반대쪽이 우세하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자녀를 둔 서울 광진구의 한 학부모는 “원격수업을 듣다 학교에 가서 밥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오후 수업을 준비하는데 학부모의 부담이 너무 크다”며 “등하교도 쉽지 않아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견해는 급식 종사자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도 A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급식으로 인해 원격수업 진행에 방해를 받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급식을 먹기 위해 정상 등교시간도 아닌 시간에 학교를 오며 겪게 될 안전사고 우려가 더 크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교육 당국의 탄력급식 지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급식 종사자들이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은 “원격수업이 결식 사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A 중학교 영양사는 “원격수업 학생이든, 등교 학생이든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중요한 역할임을 모두 잘 알고 있다”며 “원격수업 학생들에게 현재 지침보다 안전한 방안을 교육 당국에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강원도가 내놓은 대안 ‘긍정’

현재 교육 당국과 학교급식 종사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당장 실행이 어렵거나 보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시행됐던 ‘친환경농산물 꾸러미(이하 꾸러미)’다. 꾸러미는 좋은 취지와 성과, 높은 학부모 만족에 비해 정부기관 간의 불협화음과 주무 부처 실종, 현장의 과중한 업무량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전교조는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탄력급식의 대안 중 하나로 강원도교육청(교육감 민병희, 이하 강원교육청)의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강원교육청과 강원도(도지사 최문순)는 지난달 18일 원격수업으로 미집행한 급식 예산을 학생들에게 돌려준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탄력급식 대신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꾸러미나 모바일 쿠폰 지급 방안을 협의 중이다. 또한 지속적인 원격수업에 대비해 ▲가정간편식 지원 ▲꾸러미 온라인 장터 개설 ▲자치단체와 연계한 도시락 배달 등 다양한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강원교육청 대책 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사 85%가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강원도의 대책은 특정 지역에서만 실행 가능할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과대·과밀학교가 많은 서울 등 수도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도 “학생 수가 훨씬 많은 서울과 경기권에서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계에 공감했다.

서울교육청 지침… 현장은 ‘답답’

탄력급식 대안에 부심하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8일 탄력급식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급식 시작 전까지 학교에서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학생들의 이동을 줄여 교육 효과를 높이고, 앞서 제기된 안전도 확보하겠다는 것.

대전시교육청 간부들이 관내 학교급식소를 방문해 점검하고 있는 모습.
대전시교육청 간부들이 관내 학교급식소를 방문해 점검하고 있는 모습.

그러면서 급식시간이 연장될 경우 추가로 급식 보조 인력과 조리 종사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교조는 이번 방침이 “미봉책이 될 수 있다”며 “취지대로 탄력급식이 정상 운영되려면 적어도 방역, 급식 지원 인력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B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안타깝지만, 급식 운영에 대해 현재 학교급식 관계자 그 누구도 어떠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급식을 하라고도, 하지 말라고도 할 수 없어 고민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C 초등학교 영양교사도 “이러다 급식실에서 대규모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급식 종사자들에게 넘어올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의견도 낼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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