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실로 떠밀려 온 ‘가스안전관리’ 책임
학교급식실로 떠밀려 온 ‘가스안전관리’ 책임
  • 이금미 기자
  • 승인 2022.06.12 22:3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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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월 사용예정량 4000m³ 초과 시 안전관리자 선임
교육청 “학교 재량”… 학교 “유일한 가스 사용처는 급식실”
가스안전공사 30시간짜리 양성교육만 이수하면 안전관리자
모두에게 위험한 가스… 전문가에게 맡겨야
법상 다른 일 해선 안 되는 안전관리자를 급식종사자가?
교육청 “전수 조사 결과, 급식종사자들만 선임하진 않아”

[대한급식신문=이금미 기자] 학교급식실에서만 도시가스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급식종사자들에게 ‘도시가스사업법’이 정한 가스시설 안전관리 책임자 역할이 맡겨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가스시설 안전관리 책임자 역할이 급식종사자들에게 맡겨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조리실에서 가스 기구를 이용해 조리를 하는 모습.
가스시설 안전관리 책임자 역할이 급식종사자들에게 맡겨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조리실에서 가스 기구를 이용해 조리를 하는 모습.

30시간 양성교육을 받고 선임되더라도 가스시설 업무에 관한 제반적 지식과 응급상황 시 대응 능력을 갖췄는가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관련 법령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현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도교육청, 급식종사자 등에 따르면, 도시가스사업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월 사용예정 량’이 4000m³를 초과하는 특정가스사용시설은 안전관리 총괄자(교 장)와 안전관리 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월 사용예정량이란 특정가스사용시설에 설치된 연소기 각각의 소비량을 더해 산정하되, 공장 등 산업용은 1일 8시간, 음식점 등 영업용은 1일 3시간을 기준으로 30일간 사용하는 총 소비가스량을 말한다. 학교급식실의 경우 음식점 등 영업용에 해당된다.

특정가스사용시설은 산업통 산자원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산정된 월 사용예정량이 2000m³ 이상인 가스사용시설이나 시·도지사가 안전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해 지정하는 가스사용시설을 말한다.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제15조 3항은 특정가스사용시설 안전관리 자의 선임 인원과 자격에 대해 부칙으로 정하고 있는데, 안전관리 총괄자의 경우 자격 조건은 없다. 하지만 안전관리 책임자는 가스기능사 이상의 자격을 가진 사람 또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실시하는 사용시설 안전관리자 양성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해당 양성교육은 30시간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가스시설 안전 관리자 선임이 이렇다 할 지침 없이 학교급식 종사자들에게 맡겨진다는 것.

경기 A중학교 조리사는 “급식실에는 많은 급식기구가 있고, 조리를 위해서 화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대형 급식기구가 고장나면 조리종사자들은 전문 업체에 수리를 의뢰하고, 소규모 수선은 시설관리 주무관이 담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리에 꼭 필요하지만 급식실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아주 위험한 기구가 바로 가스”라며 “가스는 대부분 지하에 위치한 별도의 장소에 있고, 조리에 사용되는 가스 불만 잘 나오면 이상이 없다라고 짐작하고 매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에선 가스를 쓰는 곳이 유일하게 급식실이라며 조리사나 영양(교)사들이 단기간 교육을 받고 안전관리 책임자로 선임되는데 어쩔 수 없는 선임일 뿐 전문자격증을 취득해야 알 수 있는 분야를 법이 정한 데로 관리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각 시·도교육청의 가스시설 안전관리 책임자 선임 관련 지침은 학교 재량에 맡긴 상태다. 학교에 따라 행정실장 또는 시설관리 주무관이 담당하기도 한다.

B교육청 관계자는 “도시가스 안전관리 책임자 선임과 관련 학교 자율로 정하는데, 학교급식실 종사자뿐만 아니라 시설관리직, 행정실 직원 등 모든 교직원이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누가 맡았는지 교육청 차원에서 별도 조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급식실 종사자가 다수 선임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급식종사자들은 급식기구와 달리 가스는 사용자 본인뿐만 아니라 동료와 조리실 전체, 나아가 학생들까지 위험에 노출되는 위험물질이므로 관련 법령과 규정을 정비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교급식 현장에서 가스시설 안전관리 책임이 급식종사자들에게 전가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사진은 조리실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학교급식 현장에서 가스시설 안전관리 책임이 급식종사자들에게 전가된다는 불만이 나온다. 사진은 조리실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서울 C초등학교 조리사는 “단지 급식실에서 주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가스 안전관리자를 급식종사자에게 떠넘긴다면 급식실 내에 전기는 왜 전기기사가 와서 점검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어 “안전관리자를 선임토록 한 법적 규정이 생겨나게 된 배경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 위험을 낮추고 전문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가스사업법 제29조는 특정 가스사용시설의 사용자는 특정가스사용시설의 안전 유지와 운용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게 하기 위해 사업 개시 또는 사용 전에 산업안전보건법 제17조에 따라 안전관리자를 선임토록 규정한다. 동법 제17조는 안전에 관한 기술 적인 사항에 관해 사업주 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안전관리자)을 두도록 하고 있다.

안전관리 총괄자는 특정가스사용시설의 안전에 관한 업무의 총괄 관리를, 안전관리 책임자는 안전관리 총괄자를 보좌해 사업장의 안전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의 관리를 맡는다. 선임된 안전관리자는 도시가스 사업법 시행령 제16조에 따라 ▲특정가스사용시설의 안전 유지 ▲정 기검사 또는 수시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시설의 개선 ▲안전점검의무의 이행확인 ▲안전관리규정 실시기록의 작성과 보전 ▲종업 원에 대한 안전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의 지휘와 감독 등의 업무를 맡는다.

또한 ▲정압기·도시가스배관 및 그 부속설비의 순회점검 ▲구조물의 관리 ▲원격감시시스템의 관리 ▲검사업무 및 안전에 대한 비상계획의 수립과 관리 등도 수행한다. 이밖에 ▲본관·공급관의 누출검사 및 전기방식시설의 관리 ▲사용자 공급관의 관리 ▲공급시설 및 사용시설의 굴착공사의 관리 ▲배관의 구멍 뚫기 작업 ▲ 그 밖의 위해 방지 조치 등의 업무가 부여된다.

반면 제16조는 안전관리자로 지정될 경우 다른 일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담겨 있다. 이 같은 법 조항이 버젓이 있는 데다 대부분 가스시설이 지하실 등에 집중 설치되면서 급식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관리 책임자 선임은 법령 준수를 위한 또 다른 법 위반이자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D교육청 관계자는 “몇 해 전 조리종사자들이 가스시설 안전관리 책임자로 다수 선임된다는 민원이 제기돼 전수 조사를 했는데, 행정실 직원이나 시설관리직이 맡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딱히 급식종사자들에게 맡겨진다는 수치도 나오지 않은 데다 교육청 차원에서 시설 안전관리 책임자 선임에 대해 규정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난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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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22-06-15 21:20:08
밑에서 하기싫으면 위에서 해야죠
교장이 하면 됩니다.

전문가가 2022-06-15 13:45:23
기사에 보면 가스법상 겸임금지 조항이 있다는데요. 그럼 전문가를 배치해야 하는게 맞죠. 교육청이 잘못하고 있네요.

학교전체 2022-06-15 12:15:31
급식실에서 사용하는 가스는 급식인원 1,200명 기준 보통 1,500루베도 안됩니다. 학교 전체 온수보일러가 2,600정도 돼서 전체 4,000루베가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급식실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안전관리자 지정은 부당하지요.

교장은뭐하니 2022-06-13 20:17:37
그럼 학교에서 교장은 도대체 무슨 책임을 지길래 연봉이 1억씩이나 되는거죠???시설사고나면 시설 공무원 탓으로 돌리고, 가스 사고나면 급식실 탓으로 돌리고, 애들 싸우면 가해자 탓이라고 하고......교장은 뭐하는 자리입니까?

그럼누가가스관리하냐 2022-06-13 19:42:54
급식실만가스쓰니까 급식실에서가스안전관리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