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더딘 급식, ‘규제개선’ 급물살 타나
변화 더딘 급식, ‘규제개선’ 급물살 타나
  • 김기연·정명석 기자
  • 승인 2022.11.07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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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변화의 도화선 ‘집단급식소 규제개선사항’ 발표
급식, 도시락 제공에 미래형 ‘센트럴키친’도 기대감 솔솔

[대한급식신문=김기연·정명석 기자] 앞으로는 사업장과 구내식당의 거리가 멀어 급식을 먹으러 이동하는 일이 줄어들고, 격리 등의 상황으로 급식소에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도시락으로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 권오상 차장은 지난달 26일 삼성디스플레이 급식시설을 찾아 집단급식소 규제개선 현장을 확인하고, ‘집단급식소 규제개선사항’을 발표했다.

CJ프레시웨이가 위탁 운영하는 삼성디스플레이 급식소가 제공하는 도시락으로, 격리 또는 사업장 이탈 불가 등의 상황에 한해 한정 수량만 사전 제작한다.
CJ프레시웨이가 위탁 운영하는 삼성디스플레이 급식소가 제공하는 도시락으로, 격리 또는 사업장 이탈 불가 등의 상황에 한해 한정 수량만 사전 제작한다.

급식, 이젠 도시락으로 급식소 밖에서도 취식

이번에 발표된 개선안은 크게 2가지다. 먼저 급식소에서 조리한 음식을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허용 범위를 ‘동일 사업장 내’로 한정하긴 했으나 식품의 변질과 식중독 우려를 감안해 외부반출을 철저히 금지해왔던 기존 지침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변화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급식소에서 다수 인원이 식사를 할 수 없던 탓에 각자 식사를 포장해 본인 자리에서 먹던 사례가 보편화되면서 식약처가 관련 규제를 해제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동일 사업장이라는 조항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포장 제공 허용이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급식소 입장에서는 포장하는 이용자를 위해 별도의 용기를 추가로 준비해야 하고, 전담할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급식소에 큰 부담일 뿐만 아니라 급식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소지도 크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제때 도시락을 먹지 못하고 상온에 노출된 도시락을 뒤늦게 먹다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대량조리해 배달한 도시락에서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사례가 존재하며, 식약처가 발표한 ‘대량조리 음식 식중독 예방 요령’에도 대량조리 음식은 즉시 제공·섭취를 권하고 있다. 특히

시락을 가져간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 먹을지 알 수 없는 데다 강제할 수도 없어 자칫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고스란히 급식소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 중 도시락 제공은 ‘조건 없이 제공 또는 판매’가 아닌, 격리 또는 사업장 이탈 불가 등 불가피한 상황인 경우”라며 “사전에 신청받아 일정 수량만 만들도록 하는 방안 등을 구체화해 조만간 발표될 세부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중독 발생에 대한 책임소재 등 현장의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세부 가이드라인에 급식 종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치 제한 풀린 조리실, ‘센트럴키친’ 신호탄?

두 번째 개선안은 급식소 내 조리실 위치 제한을 해제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급식소 내 식사공간이 부족할 경우 같은 건물 다른 층이나 동일 소재지 별도 건물에도 추가로 식사공간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급식 현장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나온다. 실질적으로 ‘조리실’과 ‘식당’을 법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서 급식 섭취 장소, 즉 식당은 학교와 병원을 제외하고 반드시 ‘조리장 내부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급식을 조리 즉시 섭취하도록 유도하는 법조문이라고 볼 수 있다. 

위생을 중요시하는 급식 운영상 음식 변질이나 오염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조치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선 조치가 적용되면 실제 ‘이동급식’이 가능해진다. 조리실이 없는 공간에 식당을 마련하고, 다른 곳에서 조리한 급식을 가져와 배식과 취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최근 ‘미래형 급식’으로 주목받는 중앙 집중식 조리시설, 이른바 ‘센트럴키친’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는다. 센트럴키친이란 대형 조리실에서 반조리 혹은 완전조리 음식을 만들고, 급식소는 최소 인력과 장비만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급식업계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인건비 폭등과 코로나19, 그리고 고공 행진하는 고물가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고임금인데도 조리인력 구하기가 어려워 급식소는 그야말로 ‘3중고’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 가능하면서 안전한 급식을 위한 대안으로 센트럴키친이 ‘솔솔’ 거론되기 시작했고, 대형 위탁급식을 중심으로 점차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센트럴키친도 콜드체인 등 식품 이동환경이 보다 발전돼야만 한다는 전제조건이 뒤따른다. 

수도권의 한 단체급식 관계자는 “이번 규제개선이 현장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집단급식소 위생관리 가이드라인 제정과 이 과정에서 급식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규제개선도 필요하지만, 국민건강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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