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통과한 ‘특정 업체 예산’, 의혹 솔솔~
경기도의회 통과한 ‘특정 업체 예산’, 의혹 솔솔~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2.12.26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교육청 요구도 없었는데… 수상한 ‘A.I 푸드스캐너’ 예산
심의과정서 삽입된 예산 5억 원… 편성도, 요구도 한 사람이 없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경기도의회가 ‘2023년도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영하는 ‘인공지능(A.I) 푸드스캐너’ 설치 예산을 삽입해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식생활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온 A.I 푸드스캐너가 확대된 근거와 과정에 적잖은 의문이 나오고 있다.

대한급식신문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는 12월 초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 이하 경기교육청)이 제출한 2023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당초 경기교육청이 편성하지 않은 A.I 푸드스캐너 예산 5억 원을 삽입했다.

이에 대해 경기교육청 학교급식 협력과 관계자는 “지난 3년간 광명 광휘고교에서 실시한 A.I 푸드스캐너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예산을 삽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발 막바지 단계 시스템인데... 왜 굳이 도입”

A.I 푸드스캐너는 학생들의 급식 선호도를 디지털로 분석해 잔반을 줄이고, 나아가 식생활교육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개발 중인 시스템이다. 실제 활용은 학생들이 급식을 받은 후 식판 사진을 스캐너로 찍고, 식사 후 퇴식대에서 다시 한번 스캐너로 찍는다. 그러면 A.I가 학생들이 남긴 잔반을 분석해 선호 메뉴와 음식을 파악하고, 영양(교)사는 이를 식단에 반영하는 동시에 식자재 발주량도 조절하는 식이다. 

전남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A.I 푸드스캐너 모습.
전남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A.I 푸드스캐너 모습.

하지만 이 시스템은 결정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식생활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직 A.I 수준이 높지 않아 스캐너만으로 어떤 메뉴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즉 사진상으로는 같은 메뉴처럼 보여도 어떤 식자재가 부재료인지, 양념은 무엇인지, 조리법은 어떤 것인지 A.I가 인식하지 못해 사실상 분석이 어렵다. 

따라서 분석이 이뤄지려면 사전 A.I에 새로운 레시피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과도한 영양(교)사 업무량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는 건 당연한 일. 

물론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게재된 식단 및 조리지시서 등이 사전에 A.I에 등재되면 추가 수행해야 할 업무가 간소화될 수 있지만, 이는 학교 측 전폭적이고 긴밀한 협조를 전제로 한다.

A.I 푸드스캐너를 시범 도입한 광휘고교 측은 언론을 통해 잔반량이 크게 줄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잔반 감소가 A.I 푸드스캐너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A.I 도움 없이 식단과 캠페인, 식자재 발주량 조절만으로도 잔반 감소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N사 관계자는 “영양(교)사들이 음식물쓰레기를 절감할 수 있도록 음식물 데이터를 분석해 전달하고 있어 전부는 아니어도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며 “그 외에도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동아리 설치 및 운영 등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잔반량 감소를 요구하는 방법 또 한 문제로 지목된다. A.I 푸드스캐너는 학생들이 남긴 잔반을 분석해 어떤 메뉴를 더 많이 먹고, 어떤 메뉴를 남겼는지 파악한다. 그런 다음 섭취량을 판단해 이를 토대로 조언하는데 이것이 과연 ‘교육적인가’라는 의문이다.

전남의 한 영양교사는 “잔반을 남긴 학생들이 A.I 푸드스캐너에게 공개적으로 지적을 받는 셈”이라며 “식생활교육도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는 시스템 도입을 위해 당초 요구하지도 않은 대규모 예산을 편성한 것은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예산산출 근거도 없는데… 누가 왜 요구했나

5억 원이라는 예산의 근거도 불분명해 더욱 비판을 받는다. 대한급식신문이 경기교육청과 경기도의

회, 타 지역 도입 사례 등을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A.I 푸드스캐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배식대, 퇴식대 각 1대씩 2개의 스캐너로 구성되는데 설치 예산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시범사업을 3년간 진행한 광휘고교 측은 설치 비용에 대해 “별도 예산을 주지 않았고 매년 200만 원보다 적은 정책실행 연구비용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교육청 학교급식협력과 관계자는 “A.I 푸드스캐너 설치·운영비로 매년 1000만 원 이상이 광휘고교에 지원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전남지역에서는 구매가 아닌 대여 방식으로 800만 원가량을 N사 측에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비용이 너무 비싸 구매는 못하고 대여하고 있다”고 말해 N사 측이 제안한 구매금액은 이보다 훨씬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또 다른 지역인 전북교육청이 A.I 푸드스캐너 설치 예산으로 편성한 금액은 1개 학교당 400만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N사 측 관계자는 “구매금액에 차이가 나는 것은 A.I 푸드스캐너 운영기간과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전남지역은 지원사업비로 운영 중이라 비용을 받은 바 없으며, 현재 비용 또한 구조를 만들고 있는 단계여서 어떠한 금액도 학교 측에 제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일 회사가 개발한 동일 제품임에도 가격이 제각각이어서 5억 원 예산이 몇 개 학교에, 어떻게 설치되는지가 중요한데 경기교육청과 경기도의회는 예산편성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산출 근거를 공개하라는 요청에 대해)예산을 교육청에서 편성한 것이 아니어서 공개할 내용이 없다”며 “내년 3월 이후 어떤 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할지 검토할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이처럼 문제 있는 예산을 끼워넣은 것에 대한 비판이 높은 가운데 편성을 요청한 것으로 지목된 경기도의회 의원들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경기교육청 학교급식협력과와 면담하고, A.I 푸드스캐너에 대한 일선 영양(교)사들의 여론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진 A의원(더불어민주당)은 대한급식신문과 통화에서 “A.I 푸드스캐너 예산편성을 요구한 적이 없고, 답변할 내용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교육 효과나 예산편성 여부를 떠나 광휘고교가 특정 업체로부터 무상 지원받은 것이라면 그 자체에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며 “그간 대가성이 없었더라도 무상 지원을 받은 이후 지금처럼 대규모 예산편성이 이뤄지면 결과적으로 대가성이 성립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영양교사는 “잔반 감소나 식생활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경쟁입찰로 모든 절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사업을 도입하면 된다”며 “학교급식을 여전히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업체와 정치인, 학교급식 관계자가 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