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업에 슬쩍 숟가락 얹은 ‘농협’ 
지역사업에 슬쩍 숟가락 얹은 ‘농협’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2.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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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임산부 친환경꾸러미 사업 운영자로 ‘농협 경제지주’ 선정
경기 친환경 단체 “공급업체 선정과 계약 추진, 전면 재검토” 촉구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중앙정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존폐 위기에 놓였던 경기도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 시범사업(임산부 친환경꾸러미 사업)’ 운영자로 난데없이 농협 경제지주(이하 농협)가 선정돼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임산부 친환경꾸러미 사업을 진행해왔다. 해당 사업은 임산부들이 자부담 20%(연 9만6000원)만 부담하면 연간 48만 원 상당의 친환경농산물을 이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지난 22일 경기도청 신청사에서 열린 경기도 친환경 단체들의 공동기자회견 모습.
지난 22일 경기도청 신청사에서 열린 경기도 친환경 단체들의 공동기자회견 모습.

하지만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2023년 본예산에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경기도는 사업 대상을 기존 3만5000여 명에서 2만 명으로 축소하고, 중앙정부에서 부담했던 예산을 전액 경기도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극적으로 사업 진행이 이어지게 됐다. 

경기도는 지난 1월 18일부터 31일까지 임산부 친환경꾸러미 사업 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공모를 진행했다. 그리고 서면과 현장평가를 거쳐 지난 16일 두레생협연합회를 비롯한 3개 업체를 최종 선정했다. 문제는 이번에 선정된 3개 업체 중 지난 3년간 시범사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농협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선정 결과가 발표되자 경기도내 친환경 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친환경학교급식 경기운동본부(상임대표 구희현)를 비롯한 단체들은 지난 22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와 농협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중앙정부의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파도 속에서도 경기도민을 위한 친환경농산물 먹거리사업 추진 의지를 이어간 경기도의 결정을 지지하고 환영하지만, 농협을 공급업체로 선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역조합도, 지역조합연합도 아닌 농협은 그동안 친환경농산물 먹거리사업에 어떠한 노력도 기울인 바 없는, 그저 거대 공룡조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어렵게 일궈가고 있는 사업을 농협이 어떠한 의도와 명분으로 끼어들어 숟가락을 얹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규탄 발언에 나선 구희현 상임대표는 “경기도는 학교급식 사업을 통해 전국 제일의 친환경농산물 공공급식 조달체계를 이미 구축해놓고 있다”며 “임산부 친환경꾸러미 사업 역시 공공성에 바탕을 둔 지역 조달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공급업체 선정과 계약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친환경농업과 관계자는 “임산부 친환경꾸러미 사업이 경기도 자체 사업으로 바뀌었어도 공급업체 선정기준과 운영은 농림축산식품부 시범사업 시절과 변동된 것이 없다”며 “적법한 절차를 통해 심사위원회가 선정한 것이어서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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