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락된 ‘주키니 호박’ 사태와 그 후폭풍
일단락된 ‘주키니 호박’ 사태와 그 후폭풍
  • 김기연·김나운 기자
  • 승인 2023.04.2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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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가공식품 전수조사 결과, 현대그린푸드 등 27개 제품서 검출
“국민들 신뢰 잃은 주키니 호박… 단체급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대한급식신문=김기연·김나운 기자] 허가되지 않은 미승인 유전자 변형 성분(이하 미승인 LMO)이 ‘주키니 호박’에서 발견되면서 정부 당국이 농가뿐만 아닌 주키니 호박이 사용된 모든 가공식품에 대해 일제 점검을 실시한 결과, 상당수 제품에서 미승인 LMO가 확인됐다.

정부는 일단 더 이상 미승인 LMO 추가 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잃어버린 신뢰는 장기간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 357호(2023년 4월 10일자) 참조>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는 지난 1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주키니 호박이 사용된 가공식품을 전수조사해 이 중 27개 제품에서 미승인 LMO가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12일까지 주키니 호박을 원료로 사용한 234개 식품업체의 제품을 일제 점검했다. 이 중 유통·소비기한이 남은 106개사 200개 제품의 성분을 검사한 결과, 27개 제품에서 미승인 LMO가 검출됐다.

미승인 LMO 성분이 검출된 가공식품.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살림사업연합의 ‘소불고기볶음밥’, 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의 ‘건강한 짜장소스’ '매콤라타투이뇨끼' ‘단호박크림리조또 & 뽀모도로치킨’ 제품.
미승인 LMO 성분이 검출된 가공식품.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살림사업연합의 ‘소불고기볶음밥’, 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의 ‘건강한 짜장소스’ '매콤라타투이뇨끼' ‘단호박크림리조또 & 뽀모도로치킨’ 제품.

대표적으로 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에서 제조한 ▲건강한 짜장소스 ▲단호박크림소토 등 4개 제품과 한살림사업연합의 ▲소불고기볶음밥에서 검출됐다. 이외에도 오뚜기의 ▲오즈키친 닭칼국수, 대상푸드플러스의 ▲아이 맛있는 순한 청국장찌개 등에서도 검출됐다. 당시 식약처는 200개 제품을 순차적으로 검사하면서 검출이 확인되는 즉시 제품명을 공개해왔다. 지난 1일에는 108건 중 2건이, 10일에는 57건 중에서 13건이 검출됐다. 그리고 지난 12일에는 29건 중 9건이 검출된 것이다.

식약처는 이번 검사 결과 이후 일단 미승인 LMO 추가 확산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달 140여 개 주키니 호박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전면 미승인 LMO 검사를 실시한 것에 이어 품목 제조보고서와 주키니 호박 유통 경로를 추적해 원료로 사용된 모든 가공식품까지 조사를 마쳤다”며 “확인할 수 있는 미승인 LMO 확산은 일단 막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식약처의 전수조사 품목 선정 및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한살림사업연합의 경우 자체 조사를 통해 미승인 LMO 성분을 확인하고, 판매 중단을 선언했는데 정부의 전수조사는 그 이후 이뤄져 결국 식약처가 늑장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GMO반대전국행동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식약처는 품목 제조보고서에 주키니 호박이라고 적힌 제품만 검사 대상으로 판단했는데 실제로는 주키니 호박을 쓰고도 ‘호박’이라고만 표기한 업체가 상당수”라며 “결국 전수검사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품종은 정부가 먼저 개발해 농가에 보급했는데 이제 와 농가와 업체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주키니 호박과 애호박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지적된 것과 같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며 “막대한 양의 주키니 호박과 가공식품을 폐기해야만 하는 농가와 업체를 구제하기 위한 대책도 논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급식 현장도 아직 주키니 호박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큰 편이다. 유전자 변형 식품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기 때문에 선뜻 주키니 호박을 식단에 포함시키기 쉽지 않다. 서울의 한 영양사는 “지난달부터 주키니 호박을 아예 발주하지 않고 있는데 급식 이용자 중 된장찌개에 들어간 호박이 주키니 호박이냐고 묻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며 “저 스스로도 아직 안전성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은 애호박만 사용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도 “불필요한 의문과 민원 발생 소지를 없애기 위해 문제가 된 식자재는 즉시 제외하거나 다른 식자재로 대체하고 있어 주키니 호박도 이미 식단에서 제외한 상황”이라며 “주키니 호박이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상태라 언제 다시 사용하게 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승인 LMO검출 가공식품 주요 목록> 

※ 제품명(업체명/소재지)

▲고추잡채(가찬식품/충북 음성군) ▲아이 맛있는 순한 청국장찌개(대상푸드플러스/충남 천안시) ▲쉬림프 로제(프렙/경기 성남시) ▲파프리카 쥬키니 처트니(울퉁불퉁팩토리/경기 수원시) ▲닭고기볶음밥(한살림사업연합/경기 안성시) ▲소불고기볶음밥(한살림사업연합/경기 안성시) ▲새우볶음밥(한살림사업연합/경기 안성시) ▲채소볶음밥(한살림사업연합/경기 안성시 ▲칼만둣국(신세계푸드 음성공장/충북 음성군) ▲듬뿍담은 매운새우탕수제비(프레시지/경기 용인시) ▲건강한짜장소스(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경기 성남시) ▲단호박콩그림리소토&뽀모도로치킨(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경기 성남시) ▲매콤라타투이뇨끼(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경기 성남시) ▲매콤주꾸미짜장밥(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경기 성남시) ▲불고기퀘사디아(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경기 성남시) ▲밸런스밀 스파이시치킨&쿠스쿠스(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경기 성남시) ▲주꾸미짜장면(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경기 성남시) ▲빈트 비건된장찌개(초원식품/경기 김포시) ▲오즈치킨 닭칼국수(오뚜기/경기 안양시) ▲페이보잇 한끼 덮밥소스 직화 간짜장(더빱/충남 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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