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또 터진 학원급식 식중독, 대안은 없나
[이슈] 또 터진 학원급식 식중독, 대안은 없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6.16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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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밖 학원급식, 법 개정해 법령 테두리에 넣어야
서울 대치동 S학원 공식 사과에도 학부모들 원성 들끓어
올해 학원급식서 터진 대규모 식중독 ‘벌써 4건’ 달해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급식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학원급식에 집단 식중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급식 관계자들은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운영됐던 학원급식을 법 개정을 통해 법령의 테두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S학원 재수종합반에서 50여 명이 넘는 학원생들이 집단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다수 학원생들의 식중독 의심 증상은 전날인 7일부터 발생해 학원 측과 학원생 부모들에 의해 강남구보건소에 신고됐으며, 확인된 의심 증상 환자는 모두 56명이다.

이처럼 의심 환자가 속출하자 학원 측은 급식 운영을 중단하고 도시락으로 대체했으며, 강남구보건소는 의심 증상자의 가검물과 보존식을 채취해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중이다. 일부 학원생은 지난 15일까지 구토와 설사가 멈추지 않아 병원치료 중에 있으며, 이외에도 등원을 못하고 있는 학생이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일 56명의 학원생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인 서울 대치동 S학원의 급식 사진. (사진 출처: S학원 학부모 커뮤니티)
지난 7일 56명의 학원생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인 서울 대치동 S학원의 급식 사진. (사진 출처: S학원 학부모 커뮤니티)

이번 식중독 의심 사고를 접한 S학원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학원은 몇 년 전부터 ‘부실급식’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고, 실제로 지난해에도 식중독과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며 진상조사와 부실급식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국 곳곳에 있는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을 열고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그동안 급식 운영실태도 공개하라고 S학원에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은 입장문을 전달하고, 공식 답변도 요청한 상태다.

학부도들의 원성이 커지자 학원측도 지난 12일과 15일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대표원장이 직접 나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S학원의 재발 방지대책은 구체성이 없는데다 몇 년 동안 급식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이를 묵살하다 막상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니 허겁지겁 대책을 내놓는 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나”라며 “급식 품질부터 식판 위생까지 S학원 급식은 문제 투성”이라고 성토했다.

S학원은 대치동 일원에 여러 곳의 학습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조리실이 없는 학습관도 있어 이런 곳은 다른 조리실에서 조리한 음식을 운반해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급식의 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S학원의 1식 단가는 6700원인데 가격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의 급식이 계속 제공됐다는 것. 학부모 오픈채팅방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볶음밥의 경우 냉동볶음밥을 데워 제공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준의 급식이 제공되고 있었고, 반찬 종류와 양도 매우 부족해 보였다.

이 학원에 위탁급식을 맡아 운영한 ㈜가람푸드서비스 대표는 학부모와의 간담회에서 식단가 6700원 중 식자재 비용이 57% 가량이었다고 밝혔다. 즉 식자재 비용은 약 3800원 수준이었으며, 나머지 2900원은 인건비와 운영비 등에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학부모는 “식자재비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의 급식”이라며 “아이들이 제육볶음에서 냄새가 나고 볶음밥은 모래알 같아 먹을 수가 없었다면서 급식을 안 먹고 밤늦게 집에 와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서울 대치동 S학원의 조리실 모습. (사진 출처 : S학원 학부모 커뮤니티)
서울 대치동 S학원의 조리실 모습. (사진 출처 : S학원 학부모 커뮤니티)

또 다른 학부모는 간담회에서 “대치동 1위 학원이라지만 급식 수준은 꼴찌”라며 “인근 학원과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인데 몇 년 동안 학부모와 학원생들의 항의를 학원측이 묵살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학원 측은 일단 부실급식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한 상태다. 학원 측 대표원장은 간담회에서 “식중독 사고는 물론 부실급식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학부모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해당 학원 고위 관계자도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급식 문제를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해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되어 죄송하다”며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학부모님들과 계속 소통하겠다”고 해명했다.

올해 학원급식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는 확인된 사례만 4번째다. 지난 1월 유명 입시학원의 청주지역 분점에서 80여 명의 학생이 식중독에 감염된데 이어 2월에는 경기 성남시 ‘S국제학교’에서 70여명의 학생이 식중독에 감염됐다.

지난 5월에는 서울 서초구 S어학원에서 급식을 먹은 학생 90여 명이 집단으로 식중독에 감염되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의 가검물에서는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이처럼 6개월 만에 4곳에서 300여 명이 넘는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성남 S국제학교와 서초구 S어학원은 영·유아들이 식중독에 걸려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다.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보건당국과 교육당국은 위생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식중독 사고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급식 관계자들은 학원이 관련 법체계의 틈새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본지 361호(2023년 6월 5일자) 참조>

학원급식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과 ‘학교급식법’ ‘식품위생법’ 사이에 끼어 있어 급식과 관련 어떠한 법도 직접적으로 적용받고 있지 않다.

특히 절대다수의 학원들은 단체급식소 신고 기준인 ‘특정 인원 50인 이상 지속적으로 식사 제공’에 포함돼도 법적 의무인 ‘집단급식소’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집단급식소는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 규모가 일반음식점에 비해 매우 커 보건당국에서는 훨씬 강한 위생관리기준을 적용한다. 일반음식점의 경우 원산지표시와 보건증 유무, 조리실 위생상태 등만 검사한다면, 단체급식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정한 ‘집단급식소 급식안전관리 기준’을 적용받는다. 이 기준에는 개인위생 관리와 식자재 검수 및 보관기준, 조리 및 배식, 시설관리 기준까지 세밀하게 기재되어 있다.

위생점검 또한 최소한 연 1회 이상 반드시 받는 집단급식소에 비해 일반음식점은 계절별 취약 분야에 대한 기획점검이나 대형 음식점이 아니면 위생점검을 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집단급식소는 전국적으로 5만여 시설인데 일반음식점은 수십만 개가 넘어 보건당국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체급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속되는 ‘학원급식 관리·감독 방치’에 대해 아무리 지적해도 정부가 나서 개선하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이제 정치권이 학원급식을 제도권으로 넣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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