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회된 법안… ‘손 안 대고 코 푼’ 영양사협회
철회된 법안… ‘손 안 대고 코 푼’ 영양사협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7.02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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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일으킨 '영양사면허시험 자격 확대' 법안, 결국 철회
“영협의 반대 활동 추진으로 철회됐다” 문자에 비난 쇄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영양(교)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영양사면허 시험 자격 대상 확대’ 법안이 결국 철회됐다. 하지만 법안 철회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가 “우리 협회에서 반대 활동을 추진한 결과 개정안이 철회됐다”는 문자를 회원들에게 일괄 발송해 비난을 받고 있다.

윤준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9일 입장문을 통해 “6월 23일 발의한 국민영양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5건의 개정안에 대해 홈페이지 게시판과 의원실로 여러 의견들을 보내주셨다”며 “입법 취지를 떠나 평생교육사, 위생사, 응급구조사, 영양사, 의료기사, 안경사분들의 직업 실태나 현안에 대해 두루 살피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마음의 상처를 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법안은 29일자로 공식 철회했다”고 덧붙였다.

윤준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사이버대학, 평생교육원 등의 식품영양 전공자들에게도 영양사면허 시험 자격을 주자는 법안을 발의한 뒤 현장 영양(교)사들에 강한 반발이 일자 해당 법안을 철회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 23일 영양사면허를 비롯한 일부 국가면허 취득 요건에서 전공대학, 사내대학, 원격대학 등 평생교육시설 졸업자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한 ‘국민영양관리법 개정안’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5개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윤 의원은 “당초 입법 취지는 ‘평생교육법’에 따라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운영되는 학교(전공대학)나 사내대학 또는 원격대학 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통해 학위를 취득한 분들에게도 정규대학 졸업자와 같은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함이었다”며 “평생교육시설에서 졸업장을 받은 사람이 국가자격 시험에 도전하는 것을 법률로 차단한다면 평생교육 정책에 역행하며, 행복추구권이나 평등권 등 헌법적 권리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발의되자 이미 포화상태인 영양사면허 보유자가 더욱 늘어나고 이에 따라 가뜩이나 낮은 영양사 처우 수준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폭발하면서 일선 영양(교)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국회에 청원게시판을 열어 문제를 제기하고, 윤 의원 공식 홈페이지에 반대의견을 게시했다. 특히 윤 의원 홈페이지의 한 코너인 ‘쓴소리 게시판’에는 5일만에 무려 1200여 개의 반대의견이 게시되기도 했다.

(사)대한영양사협회가 지난 29일 영양(교)사들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 일선 영양(교)사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영양사협회가 지난 29일 영양(교)사들에게 발송한 문자 메시지. 해당 문자를 받은 일선 영양(교)사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다행히 개정안은 철회됐지만, 이 과정에서 영협의 행보가 또 다른 비판을 낳고 있다. 상당수 영양(교)사들이 윤 의원의 법안 발의 직후 영협에 공식적인 대응을 요구했으나 영협 측은 법안 철회과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영양사단체인 영협의 의견이나 접촉이 있었냐는 질문에) 영협에서는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으며, 전화 연락조차 받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협은 법안 철회 직후 영양(교)사들에게 ‘영협의 활동 결과로 법안이 철회됐다’는 취지에 문자 메시지를 일괄 발송한 것이다. 영협 측은 “(윤 의원의 개정안 철회과정에서 어떠한 활동을 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협회에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양질의 보건의료인력 확보와 국민건강증진에 역행하는 본 법안에 강력하게 반대 활동을 추진한 결과 개정안이 철회됐다”는 다소 엉뚱한 답변을 보내왔다. 대한급식신문은 답변을 회피하려는 듯한 영협의 입장에 대해 재차 설명을 요청했으나 영협 측은 “이 내용이 공식 입장”이라는 답변만 고수했다.

대한급식신문의 추가 취재에 응한 영협 고위 임원은 “윤 의원실에서 제출한 법안이 5개이고, 여러 국가면허증이 함께 연관되어 있어 다른 직역 대표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었다”며 “해당 법안은 영양사 직군 전체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대학의 영양사 양성 체계를 뒤흔드는 법안이어서 매우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였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양교사는 “영협이 당연히 나서야 하는 문제였음에도 영협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영협의 문자 메시지가 와서 당황스러웠다”며 “협회 가입을 요구하기 이전에 영협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영양(교)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더 먼저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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