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사용량 기준, ‘전기주방’ 발목 잡을라
전기사용량 기준, ‘전기주방’ 발목 잡을라
  • 김기연·박준재 기자
  • 승인 2023.07.23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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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적 업무 필요한 전기주방, 교육청 나서야
현재 대부분 학교 전기사용량, 고압과 저압 기준인 500KW 수준
전기주방 도입 위해 편성된 예산… 전기 증설공사비는 미포함
에어컨 등 이미 사용량 채운 학교, 절전만으로 전력 감소 어려워

[대한급식신문=김기연·박준재 기자] 어느새 학교급식 분야에서 낯설지 않은 이름 ‘전기주방’. 전기주방은 조리흄 발생을 줄이면서 안전성은 높이는 동시에 고온의 조리환경 개선도 이뤄낼 수 있어 급식 관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전력량의 한계가 전기주방 확대를 가로막을 수도 있어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전력인입’이란 전기사업자로부터 공급받는 전력량 한계를 의미한다. 즉 학교의 전기사용량이 300KW라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최대 전기사용량을 300KW만큼 계약해 전기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기구들은 모두 전기사용량이 있으며, 학교도 마찬가지로 교내에서 사용하는 전기기구 종류와 수량을 감안해 전기사용량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학교 내 전기난로가 100개가 있고, 각 전기난로의 전기사용량이 2KW라면 총 200KW를 사용한다. 그런데 해당 학교의 전력인입 기준이 100KW라면 이 학교는 2KW 전기난로를 51개 사용할 경우 차단기가 내려가 정전이 된다.

전기사용량 기준이 전기주방 도입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청 간부들이 인덕션 조리기구가 도입된 학교급식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전기사용량 기준이 전기주방 도입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청 간부들이 인덕션 조리기구가 도입된 학교급식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이 같은 전력인입 기준은 500KW를 기준으로 ‘고압’과 ‘저압’으로 구분되는데, 고압 전력을 쓰기 위해서는 한전 측이 처음부터 강한 전력을 보내야 하므로 기본 전기세도 높아진다. 

대한급식신문의 취재를 종합해 보면, 전국 대부분 학교의 전력인입 기준은 500KW를 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 이유는 역시 비용. 불필요한 전기요금을 지출하지 않기 위함이다. 물론 특성화고나 대규모 학교 등처럼 애초부터 전기사용량이 많은 학교도 있지만, 일반적이라면 500KW를 넘지 않도록 설계한다는 것이 교육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재 학교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구는 ‘에어컨’이다. 2000년대 초반 들여오기 시작한 천장형 에어컨은 1대당 전기사용량이 최대 3KW 정도로, 각 교실과 복도, 교무실 등 학교 내에 모든 공간에 설치되어 있다. 

특히 학교에서 사용하는 에어컨은 냉방과 난방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어 계절과 관계없이 학기 중에는 상시 사용한다고 봐야 한다. 냉난방기 관련 관계자들에 따르면, 에어컨 실외기를 공유하거나 실내온도 조절 등으로 전기사용량을 낮출 수는 있으나 유의미한 감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에는 에어컨 이외에도 업무용 PC를 비롯한 교실 내에서 사용하는 교육기자재와 조명 등 모든 전기기구의 전기사용량을 종합하면 소규모 학교가 아닌 이상 웬만한 학교는 400KW를 넘어선다는 추론이 나온다. 

지역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의 전기공사는 사용예측량에 맞춰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 학교들은 전기사용량에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시설담당자들이 불필요한 전기는 사용하지 말고, 미사용 전열기는 플러그를 뽑아달라고 당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급식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전기사용량 실태 때문에 전기식 조리기구 도입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학교 전기사용량 수준에서는 전면적인 전기식 조리기구 도입이 어려워 반드시 전기 증설공사가 필요한데 이에 따른 예산 확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기주방에 ‘화두’된 전기 증설 

전기식 조리기구를 생산하는 A업체의 경우 다목적 국솥(300인분) 전기사용량은 30KW이고, 부침기는 15KW다. 즉 이 두 가지 조리기구만으로 학교는 45KW의 전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취반기, 세척기, 오븐 등의 전기식 조리기구까지 합하면 100KW 이상 추가 전력이 있어야 하고, 이는 곧 전기 증설공사로 이어진다. 

하지만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이 전기식 조리기구 도입을 확대하면서 편성하는 예산에는 전기 증설공사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 전기식 조리기구 구입예산이 학교에 배정돼도 설치할 조리기구의 품목과 전기사용량을 확인 후 전기 증설공사 필요 여부를 검토한다. 

2023 우수급식·외식산업전에 마련된 전기식 조리기구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2023 우수급식·외식산업전에 마련된 전기식 조리기구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결국 전기 증설이 필요하면 별도로 시설담당 부서의 예산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과정은 전기식 조리기구 도입을 계속 늦출 뿐만 아니라 많은 증설이 필요한 경우 도입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먼저 전기를 증설한 후 다시 예산을 신청해 편성 받아야 하는 것이다. 

전남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학교를 지은 지 너무 오래돼 콘센트에 커피포트 2개만 더 꽂아도 학교 전체 차단기가 내려가는 형편”이라며 “전기식 조리기구를 도입하고 싶어도 전기 증설공사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엄두를 못 낸다”고 토로했다. 

전기 증설공사비도 만만치 않다. 증설공사비는 학교의 위치와 끌어 와야 할 전력의 종류, 증설할 전력량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1KW 증설에 평균 30~50만 원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교육청 시설담당 부서 관계자는 “전기 증설공사에 최대 2억 원이 소요된 사례도 있다”며 “전기 증설공사 요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부분 수용되지만, 복수의 학교가 요청해오면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주방 ‘전기업무’는 누구 몫?

더 큰 문제는 이처럼 학교 전력량에 따라 전기식 조리기구 도입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형국임에도 담당 부서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현재는 학교에 전기공사가 필요하면 시설담당 부서로 요청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학교 내 전기 관련 업무는 시설담당 부서가 맡지만, 조리기구 도입은 급식담당 부서의 역할이다. 그런데 급식담당 부서는 전기사용량 확인이 어렵고, 시설담당 부서는 어느 학교에 어떤 조리기구가 도입되는지 알 수 없다.

이에 급식 관계자들은 교육청이 종합적으로 학교 전기사용량을 파악한 후 전기 조리기구 도입을 추진해야 일선 학교에 혼선이 줄어든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전문 분야인 전기 증설공사 여부는 시설담당 부서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번 기회에 교육청이 학교별 전기사용량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교육청 영양 전공 장학사는 “전기식 조리기구는 조리흄 발생 저감은 물론 화구의 열 발생 감소로 조리 종사자 근무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안전성 또한 높아 전기주방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특히 복합적인 업무가 필요한 전기주방과 관련해 급식담당 부서에만 업무를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교육청이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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