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대신 ‘놀이’로 배우는 식생활교육
‘교육’ 대신 ‘놀이’로 배우는 식생활교육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7.26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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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교육청 영양교육체험센터 ◆
바코드로 당·나트륨 함량 확인… 손쉽게 만드는 고추장 키트도 ‘눈길’
교육효과 등 학부모 만족도 ‘엄지척’… “인력·예산 확충해 발전시켜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부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하윤수, 이하 부산교육청)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영양교육체험센터(이하 체험센터)’라는 특별한 시설이 있다. ‘영양교육’을 위해 세워진 체험센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부산 곳곳의 학교에서 방문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학교급식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식생활교육’을 실제 구현하고, 또 가르치는 체험센터를 대한급식신문이 방문했다. 

- 편집자주 -


부산교육청은 지난 2017년 11월 교육과정과 연계한 체험형 영양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취지로 ‘영양체험관’ 설립계획을 세우고,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된 회동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약 1년 6개월간의 공사 끝에 체험센터를 건립했다. 

체험센터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개관 직후인 2019년에는 200개 학교에 1만1253명의 학생들이 다녀갔고,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2021년에도 167개 학교(9760명)가 방문했다. 

체험센터는 크게 ▲영양체험실 ▲오감만족 쿠킹클래스 ▲한식관·영양뮤지엄 등 3개 영역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야외에는 작지 않은 규모에 기능성 텃밭이 있다. 

교육 아닌 체험에 초점 맞춰

영양체험실은 학교 앞 먹거리 골목을 구현한 NU편의점, 나당실험실, 미각교실, 키즈카페, 식품안전119 등 총 9개로 구성했다. 영양체험실의 특징은 일방적인 ‘교육’보다 ‘체험’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영양밥상 체험관에서는 아이들이 자주 먹는 여러 메뉴를 비치해놓고 각 메뉴의 영양량과 저염저당의 의미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영양밥상 체험관에서는 아이들이 자주 먹는 여러 메뉴를 비치해놓고 각 메뉴의 영양량과 저염저당의 의미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학교에서 심도 있는 교육을 해도 이미 가정에서 제대로 된 식생활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면 학생들에게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에 체험센터는 교육보다 체험에 주목했다. 

강의식 교육보다 직접 몸으로 겪고 배우면서 식습관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고민의 결과가 영양체험실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먼저 NU편의점은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 시스템을 도입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간식을 배치해놓고 바코드를 찍으면 열량과 당, 나트륨 함량을 알 수 있게 보여준다. 

나당실험실도 라면과 콜라 등의 당과 나트륨 함량을 염도계·당도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식재료를 활용해 오감체험 활동을 하는 미각교실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오이와 가지 등 야채가 가진 색깔과 맛, 냄새를 구현했다. 심지어 먹을 때 나는 소리도 체험할 수 있어 비선호 식재료에 대한 친숙함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다. 

방탈출 프로그램을 모티브로 만든 ‘식품안전체험관’. 아이들은 식탁에서 식품위생수칙을 어기고 있는 메뉴를 찾아야만 다음 방으로 넘어갈 수 있다.
방탈출 프로그램을 모티브로 만든 ‘식품안전체험관’. 아이들은 식탁에서 식품위생수칙을 어기고 있는 메뉴를 찾아야만 다음 방으로 넘어갈 수 있다.

식품안전119는 매우 독특하다. 최근 유행한 ‘방탈출게임’에서 착안해 가정의 주방시설을 만들어 그곳에 식중독 등 위해요인을 배치한 뒤 학생들이 직접 찾도록 고안했다. 예를 들면 식탁 위에 생닭을 올려놓거나 냉장고에 깨진 달걀을 두고, 식중독 원인이 되는 범인을 잡으면 탈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영양소와 식중독에 대해 알게 된 학생들은 실제 음식을 만들어보는 ‘쿠킹클래스’를 함께 한다. 쿠킹클래스는 학급별로 목적이 다르다. 초등학생은 교육과정과 연계한 건강음식 만들기, 중학생은 자유학기제와 연계된 동아리 활동, 고등학생은 진로체험 활동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고추장을 기념품으로 제공하는 고추장만들기는 이미 체험센터의 시그니처가 됐다. 특히 고추장만들기에 사용되는 고추장 제작 키트는 각 가정과 학교에서 재현할 수 있도록 고춧가루와 메주가루, 소금, 조청, 발효용 식혜로 구성해 손쉽게 만들어볼 수 있다. 

‘식생활교육 중요성’ 인식시켜

체험센터 프로그램은 ‘식생활교육을 했다’는 사실보다 ‘식생활교육이 왜 중요한가’를 학생·교사·학부모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큰 의미라고 이곳에 류미진 장학사는 말한다.

체험센터가 가진 영양교육 콘텐츠와 프로그램 아이디어, 체험순서 등은 모두 영양(교)사들의 고민에서 나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에는 부산 영양(교)사들의 모임인 ‘영양교육연구회’의 역할이 무척 컸다. 

텃밭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또 하나 중요한 체험센터의 역할은 교사와 학부모들에 대한 영양교육이다. 실제 체험센터에는 학부모들의 상담 요청이 많이 온다. 학교 내에 영양교사가 있지만 체험센터만큼 전문성과 시설, 장비를 다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학부모의 양해를 구해 체험센터를 안내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자연히 체험센터의 업무량은 늘지만, 오히려 더 의미가 있다.

류 장학사는 “자녀의 건강을 걱정해 문의하는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식습관 개선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체험센터가 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체험센터 방문을 마칠 무렵 부산교육청 송진선 영양 전공 장학사가 한마디를 전했다. 

“식생활교육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으나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을 교육할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그리고 학교에서 영양교사가 영양수업을 한다고 해도 가정에서 이미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는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식생활교육은 꾸준히 그리고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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