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제(?) 급식’ 이상의 군급식 “어디에도 손색이 없다”
‘싸제(?) 급식’ 이상의 군급식 “어디에도 손색이 없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7.28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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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병 급식·피복 모니터링단, 공군 제7항공통신전대 방문
공공급식통합플랫폼으로 절약한 예산, 다시 급식 질 상승에 투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군급식은 가장 변화가 느린 단체급식 분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군급식이 몇 년 전부터 급격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 긍정적인 변화다. 물론 모든 군부대 급식이 동일하게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의미 있게 변하는 군부대 급식소가 곳곳에 존재한다. 대한급식신문은 국방부(장관 이종섭)가 운영하는 ‘제10기 대한민국 장병 급식·피복 모니터링단’(이하 모니터링단)과 함께 공군 급식 발전의 선봉에 서있는 ‘공군 제7항공통신전대(이하 7전대)’를 방문했다. 

- 편집자주 -

 

식자재 ‘先식단·後조달’ 도입

모니터링단이 찾은 7전대는 공군 부대 중 유일하게 ‘경쟁입찰’로 급식 식자재를 공급받는 곳이다. 특히 7전대는 3년 전부터 국방부가 전격 시도하고 있는 이른바 ‘先식단·後조달’ 체계를 도입해 급식 체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 군급식 1일 장병 기본급식량 기준에 따라 식자재를 미리 공급받고 공급된 식자재에 맞춰 식단을 작성하는 ‘先조달·後식단’ 방식이었다. 여기에 식자재 납품기준도 공급자 위주였다. 예를 들면 장병 기본급식량에 1인당 소고기 300g이 섭취 기준이었다면 어떤 부위를 공급할지를 공급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지난 50년간 군급식이 일명 ‘짬밥’으로 불리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2020년부터 병영문화 혁신계획에 군급식 개선을 주요 목표로 내세워 학교급식과 같이 식단을 먼저 작성한 후 그 식단에 맞는 식자재를 조달받는 형태로 변화를 꾀했다. 물론 식단 작성에 장병들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렇듯 장병 선호도를 반영하면서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맛있게 섭취하도록 하려면 식품영양 전문가인 영양사의 존재가 필수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일선 부대에 50여 명의 영양사가 추가로 채용됐다. 당장 모든 군부대가 체계변화를 꾀하지는 못하지만, 현재 상당수 장병들이 급식의 질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1식 3찬은 옛말, 대게찜도 제공

7전대는 강미화 영양사(주무관)와 이은총 급양반장(중위)의 지휘 아래 식단 작성 후 경쟁입찰 시스템을 통해 지역업체로부터 식자재를 조달받고 있다. 그리고 메뉴는 1식 4찬뿐만 아니라 브런치, 햄버거는 물론 돈마호크 같은 메뉴가 도입되고, 학교급식에서도 보기 힘든 ‘대게찜’ 같은 특식도 나온다. 

국방부 장병 급식·피복 모니터링단원들이 공군 제7항공통신전대 급식소에서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국방부 장병 급식·피복 모니터링단원들이 공군 제7항공통신전대 급식소에서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모니터링단이 방문한 날은 ‘김치등갈비찜’이 제공됐는데 특히 눈에 띄는 점이 급식의 양이었다. 먹성이 좋을 수밖에 없는 장병들도 풍족할 만큼 갈비찜의 양이 많았다. 그리고 장병들이 선호하지 않을 듯한 식자재를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도록 고민한 지점도 눈에 띄었다. 

가지는 다른 급식에서도 선호도가 낮은 식자재인데 가지를 탕수로 만들어 선호도를 높였다. 도토리묵도 단순히 묵과 간장으로 조합하기보다는 더운 날씨에 알맞게 시원한 육수와 김치, 김가루와 함께 제공해 장병들의 입맛을 유혹했다. 심지어 메인메뉴를 제외하면 모두 자율배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모니터링단 방문 당일 제공된 급식.
모니터링단 방문 당일 제공된 급식.

장병 만족도가 얼마나 높을지 굳이 묻지 않아도 느낌으로 전해졌고, 장병들의 반응, 먹는 속도, 잔반의 양을 보면서 또다시 체감했다. 식당이 작지 않았음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장병들은 줄을 길게 늘어서서 배식을 기다렸다. 모니터링단이 있는지도 모르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한 장병은 “오늘뿐만이 아닌 평상시 급식도 특식 수준이라 P.X를 잘 가지 않는다”며 “(가장 맛있었던 메뉴를 묻자)영양사님이 TV를 보고 만들었다는 상하이파스타”라고 말했다.

변화의 시작 ‘공공급식플랫폼’

강 영양사는 이 같은 변화의 바탕에 경쟁입찰제도 도입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경쟁입찰제도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 이하 aT)의 ‘공공급식통합플랫폼’(이하 플랫폼)에서 운영된다. 

7전대의 1식 단가는 모든 군부대와 동일하게 4340원이며, 식수 인원은 약 250명 내외다. 이곳의 인력은 강 영양사와 민간인 조리사 그리고 12명의 조리병으로 운영돼 1식 단가 4340원은 전액 식품비로 쓰인다. 현재 고등학교 급식 식품비가 45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플랫폼을 통한 경쟁입찰로 식자재 비용이 평균 10~15%가량 절약돼 그 금액만큼 식자재의 양과 가짓수가 늘었다. 

이 중위는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의 급식 퀄리티는 경쟁입찰제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의계약 시 구하기 어려웠던 식자재도 플랫폼을 통해 구할 수 있는 등 식단 작성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플랫폼 이용으로 조리병의 노동강도도 일부 낮출 수 있었다. 이 중위는 “현품설명서를 통해 식자재 용도와 상태를 요구하면 그것에 맞춰 업체가 납품해줘 너무 편하다”며 “전처리된 농산물은 물론 국용 고기라면 cm 단위까지 일일이 썰어서 공급해 조리병들의 업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쟁입찰, 장점 많지만 과제도

7전대 급식에 대한 공군본부의 평가도 매우 높다. 공군본부는 올해부터 7전대 외에 3개 부대를 경쟁입찰체제 도입 부대로 추가 선정하고, 경쟁입찰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공군본부 관계자는 “7전대 급식이 공군이 추구하는 미래 급식모델이라고 자부한다”며 “점진적으로 모든 부대에 적용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방문을 함께 한 모니터링단은 7전대 급식에 긍정적인 부분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기존 학교급식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군급식이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남겼다. 플랫폼의 전신인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도 정착되기까지는 납품 전매행위, 유령업체 난립 등으로 식자재의 질이 심각하게 위협됐던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모니터링단의 의견에 적극 공감하고, 학교급식에서 나타났던 문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aT 측에 업체 관리를 더 강하게 요구하는 한편 식자재 검수와 납품업체 통제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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