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집단급식소 ‘신고 의무’, 사실상 ‘의무’ 아니었나
[분석] 집단급식소 ‘신고 의무’, 사실상 ‘의무’ 아니었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8.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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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목적’ 단체급식소, 업주 의지 따라 ‘신고 의무’ 회피 가능
법체계 허점으로 식위법 취지 무색… 악용되기 전 필히 보완돼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그동안 ‘법적 의무’로 여겨졌던 ‘집단급식소(이하 단체급식소) 신고 의무’를 회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법령 보완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잇따른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학원급식에 단체급식으로 신고하지 않은 곳들이 많아 추후 더 큰 식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보완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단체급식 신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법령은 식품위생법(이하 식위법) 제88조(집단급식소)다. 이 법에 따르면, ‘단체급식소를 설치·운영하려는 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면서 단체급식소의 목적과 정의, 구체적 범위를 식위법 제2조에 정해놓았다. 그리고 식위법 101조(과태료)에서는 신고를 아니하거나 허위 신고를 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조항도 만들어놓았다. 

영리 목적 급식, 신고 의무 없어

이처럼 법체계를 보면 단체급식소 신고는 절대적인 의무사항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단체급식소의 성격을 정의한 식위법 제2조에 따르면, 단체급식소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면서 특정 다수인에게 계속하여 음식물을 공급하는 급식시설’로 명시했다. 문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면서’라는 문구다. 법 조문을 그대로 해석하면 단체급식소를 설치하려는 자가 ‘영리 목적’으로 운영한다면 단체급식소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된다. 이런 경우 단체급식소 운영자는 단체급식소 대신 식품접객업의 한 종류인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는 것이다.

영리 목적의 단체급식소는 의외로 많이 있다. 기본적으로 위탁급식업체는 사실상 자사의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봐야 하며, 급식 대상자인 특정 인원 이외에 소수의 불특정인원을 포함시키면 식위법상 단체급식의 정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서울 송파구 A기업체의 직원이 100명이라고 한다면 단체급식소 대신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인근 업체 근로자나 지역주민들에게도 비슷한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하면 된다. 

업주 입장에서는 일반음식점에 비해 훨씬 빈도가 높은 보건당국의 위생점검을 피할 수 있고, 굳이 인건비를 들여가며 국가 면허를 보유한 영양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며, 보존식 보관을 비롯한 여러 위생 관련 법령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결국 현행 법체계에서는 단체급식소 신고 여부를 ‘의무’가 아닌 ‘업주의 의지’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급식 종사자들이 봤을 때 엄연히 단체급식소 신고 대상임에도 업주가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급식소’라고 주장하면 신고 의무를 강제로 부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엄연한 법 취지 위반, 대책 없나

이 같은 업주의 의도적 신고 회피는 엄연한 법 제정 취지 위반 행위다. 식위법상 단체급식소 신고 의무는 대량의 식자재를 조리하고, 다수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단체급식에서 식중독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일반음식점에 비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신고해 철저한 관리를 받도록 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따라서 업주의 의지로 단체급식소 신고를 회피하는 것은 법 제정 취지를 역행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에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해당 법조문에서 ‘영리 목적’ 문구를 제외할 수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단체급식산업의 근간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1960년대 산업화와 함께 도입된 단체급식은 당초 근로자의 복지 강화를 목적으로 출발했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다수에게 안정적인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단체급식은 급식 운영의 목표를 이익 대신 ‘효율성’에 두고, ‘단일 식단+대량 조리’를 통해 식단가를 최대한 낮췄다. 그럼에도 이익이 발생하면 이는 다시 급식에 재투자되는 것이 당연시됐다. 따라서 단체급식은 태생이 ‘비영리’가 목적일 수밖에 없고, 이런 체계는 지금의 단체급식체계까지 이어졌다. 

즉 단체급식소와 일반음식점을 구분하는 가장 큰 가치가 ‘영리 추구’였기 때문에 해당 법조문을 없애면 급식소와 일반 식당의 차이가 없어져 단체급식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 

식위법 맹점, 위생 당국도 인정

단체급식소 신고를 회피하며 발생한 위생관리 공백은 반드시 대형 사고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잇따른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학원급식계다.

지난 6월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서울 대치동 S학원 조리실 모습. 이 학원은 5곳에서 급식을 운영했음에도 1곳만 집단급식소로 신고가 되어 있었다.
지난 6월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서울 대치동 S학원 조리실 모습. 이 학원은 5곳에서 급식을 운영했음에도 1곳만 집단급식소로 신고가 되어 있었다.

올해 학원급식에서 발생한 대형 식중독 사고는 확인된 사례만 4번째다. 지난 1월 유명 입시학원 청주지역 분점에서 80여 명 학생들에게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2월에는 경기 성남시 ‘S국제학교’ 학생 70여 명에게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서울 서초구 S어학원에서 급식을 먹은 영유아 90여 명이 집단으로 식중독에 감염돼 당시 학생들의 가검물을 확인한 결과, 살모넬라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지난 6월에는 서울 대치동 S학원에서 식중독이 발생해 학부모들이 학원장에게 집단 항의하기도 했다.<본지 361·362·364호(2023년 6월 5일·6월 19일·7월 18일자) 참조>

대한급식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중·대형 유명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대치동과 목동의 상당수 학원들은 단체급식소로 신고되어 있지 않다. 이 같은 미신고 경향은 위탁 의뢰하는 급식보다 학원이 직접 운영하는 급식이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이들은 단체급식소 신고 대신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대치동 S학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급식 관계자는 “단체급식소 신고 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는 법체계의 맹점이 확인된 이상 법령 개정 논의를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며 “식위법의 위생 공백의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급식을 먹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식품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식약처도 법조문의 맹점을 알고 있으며, ‘영리 목적 여부’가 포함된 단체급식소 정의 법조문에 대해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지자체, 보건소 등과 협의해 단체급식소 신고를 장려하는 등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을 시행해 위생 공백이 줄어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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